20010917020348-guy_guyGuy – Guy – Uptown/MCA, 1988

 

 

힙합과 소울의 콤비네이션, 뉴 잭 스윙의 탄생과 정점

테디 라일리(Teddy Riley)는 1980년대 이후 미국 흑인 음악 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프로듀서 중의 한 명이다. 샘플러의 마에스토로이자 창조적 비트 제조가인 그는 결국 1980년대 후반에 R&B의 헤게모니가 보컬리스트에서 프로듀서로 전이되는 과정을 주도하면서 최고의 R&B 프로듀서로 자리매김 하였다. 그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일반적으로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으로 규정되는데, 이는 일종의 힙합과 소울의 콤비네이션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장르간의 창조적 재조합의 성공은 이후 R&B와 힙합의 작위적 분류를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나아가 모던 R&B 사운드 프로덕션의 기준점을 ‘보컬’에서 ‘비트’로 변모시켰다.

테디 라일리 본인과 애런 홀(Aaron Hall), 대미언 홀(Damion Hall) 형제의 트리오 가이(Guy)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은 같은 해에 나온 바비 브라운(Bobby Brown)의 [Don’t Be Cruel](물론 테디 라일리가 프로듀싱을 담당했다)과 함께 뉴 잭 스윙의 출발점이자 동시에 정점이었다. 이 앨범의 대부분의 트랙들은 업템포의 훵크 사운드를 바탕으로 하는데, 1980년대 중반 시기 힙합의 부서지는 듯한 드럼 머신 비트와 탄력있는 신스 베이스의 절묘한 결합 위로 애런 홀의 콧소리 가득한 흐느끼는 보컬과 유려한 선율이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특히 “Groove Me”, “Teddy’s Jam”, “Round And Round” 등의 트랙은 테디 라일리 사운드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곡들이다. 이들 트랙에서는 과거 갭 밴드(The Gap Band) 식의 바운스와 가스펠 보컬의 냄새가 1980년대 할렘 청년 세대의 힙합 비트와 게토 거리의 정서 속으로 절묘하게 녹아든다.

물론 테디 라일리의 사운드에서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트러블 훵크(Trouble Funk) 등에 대한 헌사와 인용을 빼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힙합 세대 청년인 그는, 오리지널 소울의 그루브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잘라서 재조합하고, 가스펠의 정서보다는 테크놀로지적 환타지로 재구성하면서 힙합 세대를 위한 R&B 사운드를 새롭게 창조하였다. 문제는, 그 속에서 보컬은 단지 또 다른 신쓰 사운드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것인데, 이후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아류 프로듀서들의 뉴 잭 스윙 앨범이 과시하는 디지털화된 매끄러움과 무미건조함이 차츰 흑인 음악 팬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나 싶다.

한가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테디 라일리가 뉴 잭 스윙을 통해 R&B 뮤지션의 입장에서 힙합 사운드를 끌어들였을 뿐 아니라, 힙합 씬 자체에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즉, 덕 이 프레쉬(Doug E. Fresh)의 “The Show”, 쿨 모 디(Kool Moe Dee)의 “Go See The Doctor”, 헤비 디(Heavy D)의 “Mr. Big Stuff” 등의 힙합 클래식의 배후에 테디 라일리의 프로덕션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당시 업타운 레코드(Uptown Records)의 인턴 사원에 불과했던 션 “퍼피” 콤스(Sean “Puffy” Combs)가 그로부터 ‘몰래 배운’ 트릭들을 활용해 1990년대 중반 이후 ‘팝-랩’의 대부가 되었음을 상기한다면, 테디 라일리가 힙합 씬에 끼친 직접적인 영향은 재평가될 가치가 충분하다. 20010913 | 양재영 cocto@hotmail.com

8/10

수록곡
1. Groove Me
2. Teddy’s Jam
3. Don’t Clap… Just Dance
4. You Can Call Me Crazy
5. Piece Of My Love
6. I Like
7. ‘Round and ‘Round (Merry Go ‘Round Of Love)
8. Spend the Night
9. Goodbye Love
10. My Bus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