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y J. Blige – My Life – Uptown/MCA, 1994 1990년대 중후반 팝/랩의 원형을 제시한 힙합/소울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는 데뷔 앨범 [What’s The 411?](1992)과 차기작인 [My Life]를 통해 힙합과 소울의 성공적 결합을 위한 또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물론 당시의 R&B/소울을 주도하던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을 통해 힙합과 소울의 크로스오버는 이미 귀에 익은 상태였지만, 전자가 R&B/소울 뮤지션의 입장에서 힙합의 비트를 잘라서 차용하는 방식을 선호했다면,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앨범들은 보다 직접적으로 힙합의 원형적 속성들과 태도를 취하는, 일종의 ‘보컬리스트에 의한 랩 없는 힙합 앨범’이라는 점에서 보다 혁신적인 R&B/소울 음악이었다. 물론, 이는 당시에 다른 여성 R&B 보컬리스트들과 그녀를 구분짓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였다. 업타운 레코드(Uptown Records)의 사장 안드레 하렐(Andre Harrell)에 의해 발굴된 전형적인 게토 소녀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데뷔 앨범 [What’s The 411?]은 션 “퍼피” 콤스(Sean “Puffy” Combs)가 흑인 음악 씬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등록한 음반이기도 한데, 이 앨범은 뉴 잭 스윙에서 보다 진화한 ‘힙합-소울’ 음반이라는 호평과 함께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역시 션 콤스와 함께 작업한 그녀의 차기 앨범 [My Life]는 힙합-소울의 완성작이자 1990년대 중반 이후 흑인 음악 씬을 장악하게 될 팝-랩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가치를 지닌 음반으로 평가된다. 이 앨범은 사실 전통적인 소울의 아우라를 표현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비트 역시 대부분 션 콤스의 창조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적절한 힙합의 비트와 익숙한 소울 고전의 멜로디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동시에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보컬 능력을 전작에 비해 더욱 강조하면서, 우수한 힙합-소울 사운드를 주조해 내었다. 아마도 [My Life]는 프로듀서로서 션 콤스의 역량이 최고조에 달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메이 제인 걸스(Mary Jane Girls)의 “All Night Long”을 재해석한 그루브감 넘치는 “Mary Jane (All Night Long)”, 배리 화이트(Barry White)의 고전 “It’s Ecstasy When You Lay Down Next To Me”를 적절히 재활용한 “You Bring Me Joy” 등 대부분의 트랙은 이후 션 콤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샘플링의 묘미가 돋보이는 곡들이다. 물론 그의 프로덕션이 창조적이거나 혁신적이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션 콤스의 타고난 팝적 감각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더욱이 대부분의 트랙에 참여하고 있는 쳐키 톰슨(Chucky Thompson)의 라이브 연주는 샘플링이 주는 건조함과 단순함에 대한 든든한 방어책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이 앨범의 실제적인 주인공은 역시 메리 제이 블라이즈이다. 대부분의 곡을 션 콤스와 함께 만들면서 그녀는 게토 흑인 여성의 구체적인 삶과 생각들을 대부분의 트랙에서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가사와 멜로디에는 게토 남성들과 대별되는 게토 여성들의 애환과 슬픔, 어두움이 드러나며, 동시에 행복과 사랑에 대한 간절한 구원 또한 공존한다. 가스펠의 아우라 속에서 성장한 대부분의 기존 R&B 여성 싱어들과 달리, 이 게토 소녀의 목소리는 보다 직선적이며 기교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다. 덕분에 힙합으로부터 빌린 비트를 굳이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그녀의 태도는 힙합의 그것과 자연스레 교감 가능하다. [My Life] 이후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음악에서 힙합의 요소들은 점진적으로 거세되는 듯하다. 이는 단순히 션 컴스와의 결별 때문이기보다, 진정한 소울 싱어로 거듭나기 위한 그녀의 지속적인 노력이 보다 큰 이유일 것이다. 그녀는 단순히 1990년대를 상징하는 ‘힙합-소울의 여왕’에 머물기보다, 스스로 자기 음악의 귀착점을 원형적인 소울로 설정하고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뒤를 잇는 진정한 ‘오리지널 소울 여왕’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녀의 음악적 성숙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음악이 게토에 대해 천착하던 태도를 제거하면서 점차 관념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 또한 떨쳐버릴 수 없다. 20010913 | 양재영 cocto@hotmail.com 8/10 수록곡 1. Intro 2. Mary Jane (All Night Long) 3. You Bring Me Joy 4. Marvin Interlude 5. I’m the Only Woman 6. K. Murray Interlude 7. My Life 8. You Gotta Believe 9. I Never Wanna Live Without You 10. I’m Going Down 11. My Life Interlude 12. Be With You 13. Mary’s Joint 14. Don’t Go 15. I Love You 16. No One Else 17. Be Happy 관련 글 Mary J. Blige [Mary] 리뷰 – vol.1/no.8[1999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