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b Dylan – Time Out Of Mind – Columbia/Sony, 1997 진짜 ‘밥 딜런의 블루스’ 1990년대 들어 밥 딜런은 ‘헌정의 영광’ 속에서 살았다. 1992년 10월에는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데뷔 30주년 축하 공연이 열려서 ‘쟁쟁한’이라는 단어 말고는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없는 음악인들이 총출동했다. 1994년에는 [MTV Unplugged] 공연을 성공적으로 가졌고, 1999년에는 폴 사이먼(Paul Simon)과 함께 공연하는 등 지칠 줄 모르는 투어를 계속했다. 공연 뿐만 아니라 음반도 ‘지칠 줄 모르고’ 나오고 있다. ‘Mid Price’로 그의 정규 앨범이 계속 발매되었고(개중 몇몇 앨범은 ‘2 for 1’ 형태로 발매되어 실질적으로 ‘Low Price’였다), 1994년에는 세 번째 베스트 음반인 [Greatest Hits Vol.3]가 나왔다. 더욱 특이한 것은 1991년 세 장 짜리 ‘부틀렉 시리즈’까지 나왔다는 점이다. 1998년에는 “로열 앨버트 홀 콘서트”가 부틀렉 시리즈의 네 번째로 공식 발매되었다(희한한 것은 이 공연이 실제로는 맨체스터의 ‘프리 트레이드 홀’에서 열렸다는 점이다. 부틀렉 문화는 판권 뿐만 아니라 컨텐츠도 둔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그의 아들 제이콥 딜런(Jakob Dylan)이 월플라워스(The Wallflowers)를 결성하여 성공을 거둔 것도 또 하나의 영광으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밥 딜런의 ‘새로운’ 작품은? 아마도 [Good As I Been To You](1992)와 [World Gone Wrong](1993) 같은 ‘커버 앨범’을 제외한다면 [Oh Mercy](1989)와 [Under The Red Sky](1990) 이후 그는 침묵을 지켰다. 즉, 이 앨범은 ‘7년만의 진정한 정규 앨범’인 셈이다. 그렇지만 ‘전래 민요(traditional folk)’를 커버하는 음반을 레코딩한 것이 시간을 허송한 것은 아니었다. [Time Out Of Mind]는 예상대로 ‘루츠’로 돌아간 작품이 되었다. 앨범의 초반부는 고통스러운 “Love Sick”, 흥겨운 “Dirt Road Blues”, 경건한 “Standing In The Doorway”가 차례로 나와 어느 장단에 춤을 출 지 혼동스럽다. 그렇지만 “Million Miles”에 이르면 1997년 당시 밥 딜런이 일차적 기착지가 ‘블루스’라는 강력한 예감이 다가온다. 그렇지만 그의 블루스는 ‘백인 록 스타가 연주하는 엉터리 블루스(= 블루스 록?)’와는 다르다. 1980년대 후반의 작품들에서 매끄러운 프로듀싱의 대가를 맛본 때문인지 사운드는 매우 ‘자연발생적이고 즉흥적’으로 프로듀싱되어 있다. 두 대의 기타가 간단한 코드를 짧게 끊어치기를 반복하고 오르간과 베이스가 들썩거리면 마치 텍사스나 미시시피의 블루스 바에 앉아있다는 환상을 안겨준다. 소상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딜런은 이전 앨범들에서 프로듀서에게 빼앗겼던 사운드 프로듀싱의 주도권을 찾아온 것 같다. [The Freewheelin’ Bob Dylan]의 곡 제목이었던 ‘밥 딜런의 블루스’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는 건방진 생각이 들 즈음이면 “’til I Fell In Love With You”, “Cold Irons Bound”, “Can’t Wait” 등의 블루스 넘버가 연이어 나오는 것을 듣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 “Highlands”에서는 16분 동안(!) 블루스를 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왠지 연주자가 오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밥 딜런의 블루스는 흥분보다는 긴장을 던진다. 물론 “Tryin’ To Get To Heaven”, “Not Dark Yet”, “To Make You Feel My Love” 등 피아노가 이끄는 느린 템포의 발라드들은 이런 긴장감을 해소해 주지만. 각자의 신앙심의 신실한 정도에 따라서 ‘할렐루야, 아멘’이라고 외칠 만한 곡이다. 역시 예상대로 이 앨범은 이듬해 그래미를 수상했다. 미국인들이 밥 딜런에게 바랬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부재의 장소의 한가운데(middle of nowhere)”(“Tryin’ To Get To Heaven”)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잘난 척 하는’ 것으로 보이든 말든 그는 또다시 어디론가 떠나갈 것 같다. 어디로 가냐고 물으면 ‘나도 모른다’고 말하면서. 20010915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Love Sick 2. Dirt Road Blues 3. Standing In The Doorway 4. Million Miles 5. Tryin’ To Get To Heaven 6. ’til I Fell In Love With You 7. Not Dark Yet 8. Cold Irons Bound 9. Make You Feel My Love 10. Can’t Wait 11. Highlands 관련 글 밥 딜런 = 우디 거쓰리 + 잭 케루액 + … = A Timeless Poets On The Road – vol.3/no.18 [20010916] Bob Dylan, [The Freewheelin’ Bob Dylan] 리뷰 – vol.3/no.18 [20010916] Bob Dylan, [Highway 61 Revisited] 리뷰 – vol.3/no.18 [20010916] Bob Dylan, [Blood On The Tracks] 리뷰 – vol.3/no.18 [20010916] Bob Dylan, [Empire Burlesque] 리뷰 – vol.3/no.18 [20010916] Bob Dylan, [Love And Theft] 리뷰 – vol.3/no.18 [20010916] Greil Marcus의 Bob Dylan 신보 리뷰 CNN의 Bob Dylan 회갑 관련 기사 관련 사이트 Bob Dylan 사이트 http://bobdylan.com Bob Dylan의 바이오그래피 http://www.geocities.com/musica_holm/ibobbi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