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16105409-neu_neu2Neu! – Neu! 2 – Gronland/Astralwerk, 1973/2001(Remastering)

 

 

아날로그 속에서의 디지털적 해체

‘1970년대의 사람들’은 ‘1830년대의 사람들’처럼 진보적이었고 이 시기의 예술과 문화 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도 상당한 변화와 발전의 시기였다는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크라우트록 그룹들의 프로듀서가 특정한 몇몇 사람들이었다는 것도 특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한몫 했다. 콘라드 플랑크(Conrad Plank)와 디이터 디에르크스(Dieter Dierks) 같은 사람들은 크라우트록을 도맡다시피 한 유명 프로듀서였고, ‘브레인(Brain, 당시 노이!가 발매된 레이블)’과 ‘오어(Ohr)’는 크라우트록의 대표적인 레이블이었다. 노이!의 멤버 미하엘 로테르(Michael Rother)는 최근에 발매된 노이! 트리뷰트 앨범 [A Homage To Neu!](1997)에서 코니(콘라드) 플랑크에게 ‘헌사하는’ 곡을 제일 앞 트랙에 내세웠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상당한 모양이다. 아울러 고전음악과 엘리트 전통이 강한 이 나라에서 슈톡하우젠, 라 몬테 영과 같은 현대음악가들의 ‘가르침’도 크라우트록을 형성한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사이키델릭 록은 말할 것도 없고 재즈와 뉴욕 아방가르드까지 포함하니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음악과 소음까지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장르다.

데뷔 앨범의 성공으로 노이! 듀오는 돈을 꽤 번 모양인데 어쩐 일인지 2집을 제작할 때쯤 되어서는 거의 파산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단 두 곡만 완성된 상태였고 이들은 어떻게든지 ‘알맞은’ 앨범 러닝 타임을 채웠어야 했는데, 이런 절박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노이!-리믹스’가 탄생하니 예술의 훌륭함이란 99%의 사기와 1%의 노력인 것 같다.

문제는 자료마다 그 완성된 두 곡이 무엇이냐를 두고 의견 차이가 있는데(아마 한쪽에서 실수를 하지 않았나 싶다), 직접 비교해 보니 LP의 앞면은 녹음을 마친 것 같고, 뒷면을 제작할 때 ‘자금부족’으로 그들의 초기 싱글인 “Neuschnee”와 “Super” 두 곡을 넣고 나머지는 리믹스로 채운 것 같다. 앞면의 경우 “Fur Immer”는 확실히 독립적으로 완성된 싱글이지만 “Gedankminute” 같은 곡의 경우 1분을 겨우 넘는 아날로그 ‘샘플링(소음) 모음집’이라, 사실 앨범 전체에 걸쳐 어디서부터가 테이프 조작이고 어디서부터가 연주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어쨌든 실제로 앨범을 들어보면 단 두 곡만 완성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앨범의 백미는 다섯 번째 트랙인 “Neuschnee 78″로 시작하는 앨범의 뒷면이 될 것이다. ’78’이라는 숫자는 옛날 78회전 SP의 속도를 말한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33 1/3회전 LP를 45회전으로 바꿔 트는 장난을 해본 사람이 많을 텐데 이들은 ‘빨리 틀기’도 모자라 “Super 16” 같은 ‘느리게 틀기’까지 동원했다. 거기에 원천을 알 수 없는 각종 소음들이 난무하고, ‘빠르게’와 ‘느리게’에 이어 ‘거꾸로'(튼 것 같은 수많은 소음들)도 등장하니 가히 사운드의 꼴라주 내지는 록음악의 팝 아트라 부를 만하다.

그렇지만 급조된 앨범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생경하고 매끄럽지 못하다. 이런 식의 효과음과 노이즈를 좋아할 사람도 있겠지만 너무 지나쳐서 듣기 거북할 때조차 있다. 그럼에도 이들을 덥(dub)이나 현대식 리믹스의 선구자로 부르는 것은 전혀 지나치지 않다. 1집이 ‘모더니티 속에서의 포스트모더니티’로 평가된다면, 2집은 ‘아날로그 속에서의 디지털적 해체’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선생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하니 새겨듣도록 하자. “1970년대에는 세 가지의 리듬이 있었느니라. 하나는 슬라이 스톤(Sly Stone)의 훵크(funk)요, 다른 하나는 펠라 쿠티(Fela Kuti)의 아프로비트(Afro-beat)요, 마지막으로 노이!의 노이!-비트이니라.” 20010915 | 이정엽 fsol1@hananet.net

6/10

수록곡
1. Fur Immer
2. Spitzenqualitat
3. Gedenkminute
4. Lila Engel
5. Neuschnee 78
6. Super 16
7. Neuschnee
8. Cassetto
9. Super 78
10. Hallo Excentrico!
11. Su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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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Astralwerks 레이블의 Neu! 페이지
http://www.astralwerks.com/n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