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varium – Akustika (Acoustics) – Triarii, 1982/1996 1980년대 초 러시안 록의 순결한 (재)탄생의 기록 1981년부터 1982년 사이의 기간 동안 작업하여 아끄바리움(Akvarium)의 이름으로 발표된 음반은 모두 여섯 종이다. 이런 다작의 시기 동안 아끄바리움은 어쿠스틱하고 서정적인 면과 일렉트릭하고 시끄러운 면을 모두 보여준다. [Akustika…]와 [Siniy Albom]은 전자를, [Tabu], [Elektrichestvo] 그리고 라이브 앨범인 [Arox I Shter]는 후자를 각각 대표한다. 또한 [Treugolnik]처럼 각종 음악 스타일과 스튜디오 효과음을 실험한 작품도 있고, [Elektrichestvo]의 B 면처럼 레게와 덥에 푹 빠져든 음반도 있다(참고로 A면은 악명 높은 [뜨빌리시 80] 페스티벌의 라이브 레코딩이다). 이 음반들 중 [Akustika]와 [Elektrichestvo]는 정규 앨범이 아니라 ‘편집 음반’이다. ‘편집 음반’을 리뷰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weiv]의 원칙에 어긋난다. 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 음반은 ‘컬렉션’이 아니라 ‘아카이브’(러시아로 ‘아르히브’)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각 ‘아끄바리움의 역사 1권’, ‘아끄바리움의 역사 2권’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는 미리 발표한 곡들을 히트곡 중심으로 사후에 편집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음반에도 수록되지 않은 것들을 모았다는 의미다. 한 팬 사이트에서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다른 음반을 제치고 이 음반에 최고 점수를 준 것도 이런 사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앨범은 물소리의 효과음으로 시작하여 쓰리 핑거의 어쿠스틱 기타가 등장하는 “Ukravshiy Dozhd”로 시작된다. 기타 반주에 맞추어 솔로로 노래부르다가 퍼커션이 리듬을 받쳐주고 고음의 백킹 보컬과 함께 코러스가 어우러지는 구성이다. 드럼 세트는 나오지 않는데 이 곡 뿐만 아니라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성긴 사운드 텍스처 위에서 보리스 그레벤쉬꼬프는 수줍으면서도 결연한 톤으로 노래하는데, 이런 양면성이 아끄바리움의 특징이다. 즉, 어쿠스틱한 면과 일렉트릭한 면이 공존할 뿐만 아니라 어쿠스틱하든 일렉트릭하든 양면성이 견지된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누가 비를 훔쳐갔나”고 항변하는 강한 메시지의 대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음악은 매우 일상적으로 다가오면서도 초월적 느낌을 동반한다. 이 노래를 포함한 10번, 14번, 16번 곡에서 어쿠스틱 기타와 퍼커션으로만 이루어진 악기구성이 너무 단촐하다고 느낀다면, 하모니카(5번), 실로폰(6번), 첼로(7번), 플루트(9번) 등의 악기들이 맛깔스러운 양념을 치는 트랙에서는 만족할 것이다. 특히 플루트 선율이 노래 전체를 감싸는 “Pochemu Ne Padaet Nebo”는 첫 트랙과 여섯 번째 트랙과 더불어 앨범의 백미를 이룬다. 또한 어쿠스틱 앨범이라고는 하지만 일렉트릭 악기가 전혀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슬라이드 기타가 맛깔스런 양념을 쳐대는 “Nam Vsem Budet Luchshe”나 베이스 기타의 스윙 리듬이 들어간 “Derzhat’sia Kornei”가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이 시기 아끄바리움이 수없이 많이 했다는 ‘홈 콘서트’의 분위기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이국적 퍼커션 소리와 괴상한 피리 소리들로 이루어져 마치 ‘월드 비트’같은 “Zolototiye Loshadei”도 있다. 이 앨범은 ‘록의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음반’이고 아끄바리움과 러시안 록의 팬이 아니라도 즐길 수 있는 음반이다(이는 나름의 중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앨범을 리뷰에서 제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이한 시기에 레코딩되어 트랙별로 불균등한 음질도 이들의 활동을 기록하고 그 시공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면 주었지 방해하지는 않는다. 보리스 그레벤쉬꼬프가 말했듯 단지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일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아끄바리움(Akvarium as Lifestyle)’을 떠올린다면… 아무리 그래도 ‘통기타로 연주하는 록 음악’이 어디 있냐고? 록 음악이란 ‘악기’의 문제가 아니라 ‘감성(affection)’과 생활의 문제다. 20010915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Ukravshiy Dozhd (Stolen Rain) 2. Nam Vsem Budet Luchshe (It Will All Be Better) 3. Graf Garsiya (Count Garcia) 4. Pesnia Dlia Novogo Biyta (Song for a New Life) 5. Ivanov (Ivanov) 6. Derzhat’sia Kornei (Hold on to the Roots) 7. Moey Zvezde (My Star) 8. Desiat Strel (Ten Arrows) 9. Pochemu Ne Padaet Nebo (Why the Sky Doesn’t Fall) 10. Stal’ (Steel) 11. II-e Steklyannoe Stekliannoe Chudo (The Second Glass Miracle) 12. S Toi Storoniy Zerkal’nogo Stekla (The Other Side of the Looking Glass) 13. 25 k 10 (25 to 10) 14. K Druz’iam (To Friends) 15. Zolototiye Loshadei (Golden Horses) 16. Kontradans (Contradance) 관련 글 그 곳에도 ‘록의 시대’가 있었네(3): 소비에트 체제의 기생충들의 역사 – vol.3/no.18 [20010916] Akvarium, [Radio Afrika] 리뷰 – vol.3/no.18 [20010916] Akvarium, [Den Serebra] 리뷰 – vol.3/no.18 [20010916] Akvarium, [Ravnodenstvie] 리뷰 – vol.3/no.18 [20010916] 관련 사이트 러시안 록 서치 사이트 http://www.slavweb.com/eng/Russia/music/rock-e.html Akvarium 사이트 http://www.planetaquarium.com (러시아어) http://www.aquarium.ru (러시아어) http://www.planetaquarium.com/eng (영어) http://www.dharmafish.org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