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varium – Den’ Serebra (Day Of Silver) – Triarii, 1984/1996 절충주의 아트 팝의 쌍뜨 뻬쩨르부르그 버전 1980년부터 1983년 사이의 기간 동안 마치 설사라도 하듯이 음반을 발표하던 아끄바리움(Akvarium)도 1983년부터는 다소 페이스를 늦추는 모습을 보인다. 정규 앨범은 1년에 한 개 정도밖에 발표하지 않게 되었다. 1983년부터 1987년 사이에 발표한 앨범은 비공식 라이브 앨범([Desia Strel])을 포함하여 총 6장이다. 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은 이 음반일 것이다. 쌍뜨 뻬쩨르부르그에서 상상한 범세계적 사운드였던 전작 [Radio Afrika]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해본’ 작품이라면, 이 음반은 ‘하고 싶은 것’의 범위를 다소 좁히면서 음악적 아름다움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앨범의 악기편성에서 특이한 점은 바이올린의 역할이 크다는 점이다. 플루트와 첼로 뿐만 아니라 바이올린까지 기본 악기편성에 포함된 것은 이 앨범이 처음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이 음반을 녹음할 때 사샤 꾸술(Sasha Kussul’)이 게스트 연주자로 참여했던 사실이 중요하다. 게스트라고는 하지만, 아끄바리움이 보리스 그레벤쉬꼬프를 제외한다면 정규 멤버와 게스트 세션의 구분이 선명하지 않은 ‘공동체’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 색다른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어쿠스틱 기타와 보리스 그레벤쉬꼬프의 목소리가 나오다가 플루트, 베이스가 추가되고 일렉트릭 기타, 드럼, 첼로, 바이올린이 동시에 혹은 교대로 등장하는 형식이 수록곡의 전반적 특징이다. 그 중에서 현 섹션은 특히 “Delo Mastera Bo”, “Elektrichestvo”, “Tema Dlia Novoi Voiniy”에서 특히 부각된다. 복잡한 악곡 구조, 범상치 않은 가사, 다채로운 악기편성, 리듬과 무드의 미묘한 변화가 어우러진 이 곡들이 앨범의 중추를 구성한다. 현악기의 편곡이 이렇게 심각하거나 튀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사운드와 잘 조화된 경우는 비틀스의 중기작 이후 별로 흔치 않다.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연상작용이겠지만 따르꼬프스끼의 영상을 볼 때의 느낌과도 비슷하다. 단촐한 멜로디 위에서 행복한 도취감을 표현한 “Sidia Na Krasivom Holme”와 “Poka Ne Nachalsa Dzhaz”는 브리티쉬 포크(혹은 포크 록)와 러시안 포크(혹은 포크 록)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군가 풍의 뻣뻣한 리듬의 “Ivan Bodhidharma”, 명랑쾌활한 리듬의 “Dvigat’sia Dal’she”, 전위적이고 훵키한 리듬의 “Glaz”는 [Radio Afrika]에서 선보였던 리야핀의 능란한 기타 연주와 더불어 차례대로 트럼펫, 첼로, 색서폰이라는 추가적 감상 포인트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한 곡만 고르라고 한다면 록의 송가 스타일인 대곡 “Nebo Stanovitsa Blizhe”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 보리스 그레벤쉬꼬프는 연약한 듯하면서도 강렬한 톤으로 노래하고, 두 대의 기타는 전반부에서 리버브, 에코, 딜레이, 하모닉스 등을 총동원하여 몽환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다가 분위기가 고양되면서부터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혹은 하늘이 가까워지는 듯한) 대선율로 주고 받기를 계속한다. 이런 무아지경의 무드는 마지막 트랙 “Kolybel’naya”에서도 다시 한번 재현되다가 현악기와 플루트가 만들어내는 중세적 분위기의 싸이키델리아로 마무리된다. 이런 음악을 만든 사람들이 ‘소비에트 펑크의 대부’로 불렸던 그 밴드인가. 실제로 [뜨빌리시 80]에서 청중에게 충격을 주었던 곡들 중에는 “Elektricestvo”도 포함된다. “모든 것이 100% 이상적으로 실현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앨범은 1980년대 아끄바리움의 최상의 것이다. 이게 우리가 원했던 것이고 그게 실제로 실현되었다”는 보리스 그레벤쉬꼬프의 발언으로 대답을 대신하자. 20010915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Sidia Na Krasivom Holme (Sitting on a Beautiful Hill) 2. Ivan Bodhidharma (Ivan Bodhidharma) 3. Delo Mastera Bo (The Work of Master Bo) 4. Dvigat’sia Dal’she (Move Along) 5. Nebo Stanovitsa Blizhe (Heaven is Getting Closer) 6. Poka Ne Nachalsa Dzhaz (Before the Jazz Begins) 7. Elektrichestvo (Electricity) 8. Ona Ne Znaet Chto Eto Sny (She Doesn’t Know These Are Dreams) 9. Vystrely s Toy Storoniy (The Shots from That Side) 10. Glaz (Eye) 11. Tema Dlia Novoi Voiniy (Theme for a New War) 12. Kolybel’naya (Lullaby) 관련 글 그 곳에도 ‘록의 시대’가 있었네(3): 소비에트 체제의 기생충들의 역사 – vol.3/no.18 [20010916] Akvarium, [Akustika] 리뷰 – vol.3/no.18 [20010916] Akvarium, [Radio Afrika] 리뷰 – vol.3/no.18 [20010916] Akvarium, [Ravnodenstvie] 리뷰 – vol.3/no.18 [20010916] 관련 사이트 러시안 록 서치 사이트 http://www.slavweb.com/eng/Russia/music/rock-e.html Akvarium 사이트 http://www.planetaquarium.com (러시아어) http://www.aquarium.ru (러시아어) http://www.planetaquarium.com/eng (영어) http://www.dharmafish.org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