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Diddy And The Bad Boy Family – The Saga Continues… – Bad Boy/Arista, 2001 ‘배드 보이 제국’ 재건을 위한 퍼프 대디의 분투 그를 둘러싼 온갖 가십거리를 논외로 하더라도, 션 콤스(Sean Combs)는 1990년대 이후 미국 흑인음악의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사실 지난 10여 년간의 미국 흑인 음악의 역사는 보컬리스트/래퍼에서 비트를 창조하는 프로듀서로 음악 생산의 헤게모니가 전이되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이미 1990년대 초반 테드 라일리(Ted Riley)의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이 R&B에서 보컬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약화시켰다면, 1990년대 후반에는 팀발랜드(Timbaland)가 ‘쪼개는’ 비트로 랩 음악에서 래퍼의 역할을 경감시켰다. 결국 음악적으로 보자면, 랩/R&B에서 래퍼/싱어가 맡았던 주연 자리를 프로듀서가 빼앗아간 꼴이 된 셈이다. 물론 션 콤스는 이 과정에서 출현한 또 한 명의 거물 프로듀서임에 틀림없지만, 결코 창조적인 비트 생산자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이자 사업가였다는 점에서, 일종의 돌연변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혹자는 소울 고전과 올드 스쿨 랩부터 백인 팝, 록까지 다양한 음원들을 거의 날 것 그대로 투박하게 비트와 랩에 결합시키는 그의 방법론을 ‘가라오케 기계적인’ 프로듀스 스타일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샘플이 힙합 비트와 래핑에 녹아들면서 보다 밀도있고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사운드 생산방식보다, 샘플 음원 자체를 아예 멜로디라인으로 밀어붙이는 노골적인 그의 ‘팝-랩’이 최근 몇 년간 보다 많은 청자들을 사로잡았음을 상기한다면, 그에 대한 세간의 빈정거림은 일종의 질투심으로 일축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지루한 법정 투쟁과 스캔들이 마무리된 후 불과 3개월 여만에, 더욱이 이미 세상을 떠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는 물론이고 ‘배드 보이(Bad Boy) 제국’ 건설의 일등공신이었던 메이즈(Mase), 록스(The Lox), 샤인(Shyne)까지 자리를 뜬 마당에, 예명을 퍼프 대디(Puff Daddy)에서 피 디디(P. Diddy)로 바꾸고 10여명의 새로운 ‘배드 보이 가족들(Bad Boy Family)’까지 재충원하여 무려 80여분에 육박하는 새 앨범을 뚝딱 내놓은 걸 보면, 역시 션 콤스는 범상치 않은 프로듀서이자 영민한 비즈니스맨임에 틀림없다. 사실 [The Saga Continues…]는 [Forever](1999) 이후 거의 2년여만의 신보인 셈인데, 아마 더 늦어질 경우 현재의 여러 가지 열악한 정황들로 미루어보아 재기가 불가능하리라는 위기감과 조급함이 속전속결 앨범발매를 가능케 하지 않았나 싶다. 가뜩이나 평가절하 되어온 그의 프로듀서로서의 역량과 짧은 제작기간으로 판단하건대, 이 앨범이 탁월한 음반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에 대해 애써 무관심하거나 지나치게 낮은 기대를 했었다면, 기대 이상의 짜임새 있는 사운드에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자칫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이 앨범의 거대한 컨텐츠 규모(17개의 정규트랙, 15명의 엠씨, 5명의 싱어!)와 션 콤스 특유의 ‘백화점 진열식’ 곡 구성은 사실 완전히 망가졌던 전작 [Forever]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개별 뮤지션들의 트랙들을 수집하기보다는, 스스로 대부분의 트랙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다양한 조합으로 수십여 뮤지션들을 트랙별로 투여하면서 기대치를 웃도는 음악을 만들어 내었다. 물론 이제는 휘하의 뮤지션들이 대부분 신인급이라는 점을 감안한 ‘안전빵’ 전략이었겠지만. [The Sage Continues…]를 전작들과 구별시키는 가장 큰 특징은 샘플과 보컬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의식적으로 피한다는 점이다. 록 음악의 영향이 드러나는 첫 번째 싱글 “Bad Boy For Life”와 하드코어 힙합 스타일인 “Let’s Get It”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트랙들은 노골적인 샘플링이나 보컬리스트들을 배제하고도 션 콤스가 괜찮은 싱글들을 만들 수 있는 재주가 있음을 과시한다. 간혹 다소 성긴 듯한 그의 편곡이 귀에 거슬리지만, 떼거지로 참여한 젊은 래퍼들의 랩 대결은 이를 어느 정도 상쇄시킨다. 하지만 역시 션 콤스의 능력이 더욱 돋보이는 곡은 랩보다는 보컬과 샘플링의 묘미가 강조된 트랙인 듯 싶다. 닥터 드레(Dr. Dre)의 비트인 “Phone Tap”의 샘플링을 바탕으로 Faith Evans와 Carl Thomas의 주고받는 달콤한 보컬이 돋보이는 멋진 힙합-소울 “Can’t Believe”를 듣고 있노라면, 그가 1990년대 초반 업타운(Uptown) 레코드에서 일하던 시절에 만들었던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나 조데씨(Jodeci)의 곡들이 떠오른다. 아마 프로듀서로서 션 콤스의 강점은 소울의 감성과 갱스타적 비트를 재조합하는 능력에 있지 않나 싶다. 이 앨범을 감상하는 재미 중의 하나는 션 콤스가 새롭게 재충원한 신진 래퍼들의 기량을 비교, 평가함으로써 앞으로 배드 보이의 미래를 점쳐보는 것이다. 물론 과거 그가 거느렸던 노토리어스 비아지나 샤인, 심지어 메이즈와 견줄만한 엠씨들도 아직 눈에 띠지 않는다. 하지만 블랙 롭(Black Rob)이나 지 뎁(G. Dep), 마크 커리(Mark Curry) 등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엠씨라는 점에서 배드 보이의 미래를 밝게 한다. 특히 폐부 깊숙한 곳에서 뿜어내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깊은 래핑을 떠올리게 하는 블랙 롭은 아마 션 콤스가 가장 사랑하는 엠씨가 되리란 생각이 든다. 션 콤스를 둘러싼 그간의 복잡한 사정들을 고려한다면 이 단기완성 앨범이 기대 이상인 것은 사실이지만, 힙합 팬 아니 션 콤스의 모든 팬들을 만족시킬 만한 탁월한 사운드의 앨범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든 것 같다. 션 콤스가 비록 창조적인 비트 생산 능력이 다소 결여된 프로듀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팝적 감각을 지닌 편곡자라고 볼 때, 오히려 소울과 팝의 요소들을 갱스타 비트 속에 녹여내는 그의 재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트랙들을 보다 많이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션 콤스의 팝-랩이 천하를 호령하던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하지만 첨단 비트에 대한 지식과 능력으로 무장한 젊은 힙합 프로듀서들의 틈바구니에서 최소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전히 자신의 강점에 천착해야 한다. “Bad Boy For Life”에서 마크 커리는 “빅(B.I,G) 이후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 모든 것은 여전히 영광스럽다. 우리(배드 보이)는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았고 여기서 멈출 수도 없다.”라고 큰소리친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션 콤스와 배드 보이의 화려한 날이 그들의 호언장담대로 다시금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가 힙합 역사상 가장 탁월한 비즈니스맨이었음을 떠올린다면 말이다. 20010829 | 양재영 cocto@hotmail.com 5/10 수록곡 1. The Saga Continues (P. Diddy, G. Dep, Black Rob & Loon) 2. Bad Boy For Life (P. Diddy, Black Rob & Mark Curry) 3. Toe Game (Interlude) (Black Rob & P. Diddy) 4. That’s Crazy (Black Rob, P. Diddy & G. Dep) 5. Let’s Get It (Three The… feat. G. Dep, P. Diddy & Black Rob) 6. Shiny Suit Man (P. Diddy) 7. Diddy (P. Diddy feat. The Neptunes) 8. Blast Off (G. Dep, Mark Curry & Loon) 9. Airport (Interlude) 10. Roll With Me (Eightball, P. Diddy & MJG feat. Faith Evans) 11. On Top (P. Diddy & Loon feat. Marsha) 12. Where’s Sean (P. Diddy, Big Azz Ko, Black Rob, Kain, Loon, Mrak Curry & Bristal) 13. Child Of The Ghetto (G. Dep) 14. Incomplete (Interlude) (P. Diddy & Cheri Dennis) 15. So Complete (Cheri Dennis) 16. Smoke (Interlude) (P. Diddy) 17. Lonely (P. Diddy, Kain, Mark Curry & Kokane) 18. I Need A Girl (To Bella) (P. Diddy, Loon, Mario Winans, Lo & Jack) 19. Nothing’s Gonna Stop Me Now (Interlude) (Faith Evans, Mario Winans & P. Diddy) 20. If You Want This Money (P. Diddy, G. Dep & The Hoodfellaz) 21. I Don’t Like That (Interlude) (Bristal & Mark Curry) 22. Back For Good Now (P. Diddy, Black Rob, Loon & Cheri Dennis) 23. Can’t Believe (Faith Evans feat. Carl Thomas) 24. The Last Song (P. Diddy, Mark Curry, Big Azz Ko & Loon) 25. Thank You 관련 사이트 P. Diddy 공식 사이트 http://www.p-diddy.com Bad Boy 공식 사이트 http://www.badboyonl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