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Krush – Zen – Red Ink/Sony, 2001 DJ Krush, 아프리칸 디아스포라와 교배하다 디제이 크러시(DJ Krush)의 새 앨범 제목은 ‘Zen’이다. 사전적으로 선불교라는 뜻인데, 그는 [NME]와의 인터뷰에서 Zen을 “조금씩 높은 곳(higher point)으로 진보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작 [Kakusei]에서 보컬 없이 느리고 끊임없이 반복되며 변화하는 리듬들을 선보인 디제이 크러시는 아마도 자신이 나아갈 방향은 다른 뮤지션들 뒤에서 배경 음악을 깔아주며 뒷받침하는 것으로 생각하는가 보다. 평소 다른 뮤지션과의 공동 작업을 즐겼던 그는 이번 앨범에선 보다 넓은 범위의 뮤지션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각 곡마다 게스트를 달리해 다채로운 곡들로 앨범을 채웠다. 게스트들을 우선 살펴보자. 눈에 띄는 건 아프리카와 인연이 있는 뮤지션 – 힙합과 아프로비트를 결합한 잽 마마(Zap Mama, 피그미 전통음악의 어법을 차용하기도 한다)와 나이지리아 출신 드러머 툰데 아야네미(Tunde Ayanyemi)의 참여다. 그리고 미국 힙합 뮤지션 – 루츠(The Roots)의 래퍼 Black Thought(Tariq Trotter)과 드러머 ?uestlove(Ahmir Khalib Thompson), 인비저블 스크래치 피클즈(Invisibl Skratch Piklz)의 옛 멤버 포노사이코그래프디스크(phonosycographDISK), 뉴욕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대부 격인 컴퍼니 플로우(Company Flow), 미스타 시니스타(Mista Sinista)가 참여했다. 이외 일본인 트럼페터 카주후미 코마다(Kazufumi Kodama), 브랜드 뉴 헤비즈(Brand New Heavies)의 싱어 엔디 데이븐포트(N’Dea Davenport)도 참여했다. 위에 언급한 게스트들의 음악 성향을 염두에 두고, 앞서 인용한 [NME]와 인터뷰를 읽어본다면 이번 앨범을 대강 추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컬리스트와의 작업에 관한 질문에) 나는 곡을 만들 때 우선적으로 ‘수영장’을 만든다. 이게 기본이다. ‘수영장’은 싱어나 래퍼가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중략) 그들은 (내가 만들어놓은 환경에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수영한다.” 유일하게 게스트가 없는 첫 곡 “Song 1″은 느린 리듬 위에 큰 여백을 두고 동양적인 분위기의 목관악기 음, 실로폰 소리가 수놓이는 전형적인 디제이 크러시 스타일이다. 이후 게스트와의 협연이 계속 이어진다. 미국 뮤지션들과의 작업물은 대체로 몽롱하기(abstract) 보다는 박진감 있는 미국 힙합에 가깝다. “Sonic Traveler”는 이 앨범에서 가장 ‘튀는’ 곡이다. 아프로비트가 쓰인 이 곡은 느리지도 미니멀하지도 않지만 조용하지도 않다. 알려져 있는 크러시의 음악과 가장 거리가 멀다. 일본인 게스트가 참여한 곡은 쓸쓸한 정서를 들려준다. 게스트들과의 작업에서 디제이 크러시는 자신의 말대로 곡을 주도하지 않고 묵묵히 분위기를 만들면서 게스트를 뒷받침한다. 귀에 착 감기는 곡은 앨범 후반부에 나온다. 고인이 된 일본계 미국인 친구를 위한 “Candle Chant(A Tribute)”는 일본 정서를 많이 가진 곡이다. 영미 팝이면서도 일본 정서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디제이 크러시의 음악센스를 다시 느끼게 하는 곡으로, ‘한국인의 정서'(그런 게 있다면)에도 잘 맞을 듯하다. 이 곡에서는 디제이 크러시 특유의 미니멀리즘과 느린 리듬이 만난다. 황량한 바람 소리가 나오고, 졸리게 이펙트 처리된 피아노와 리듬이 만나서 쓸쓸함을 만들어내고 비장해지기까지 한다. 후반부엔 두 층의 랩이 동시에 진행되며 비장함에서 혼란스러운 정서로 변화한다. 6분 여의 쓸쓸함을 지나면 오랜만에 연주곡을 만난다. 루츠의 드러머 ?uestlove가 드럼 연주한 “Endless Rain”은 이 앨범의 또 다른 주목거리다(사실 이 앨범은 각자의 취향마다 좋아하는 트랙이 다를 듯하다). 큰 물결, 바람처럼 신서사이저가 요동치며 마치 신비스러운 미지의 통로를 따라 빠르게 어디론가 흘러가는 듯한 착각(혹은 일탈)을 부른다. 앨범 표지 그림은 이 트랙의 인상을 표현한 것인지도… 신보 [Zen]에서 디제이 크러시는 아프리칸 디아스포라와 만남을 시도했다. 아마도 이 앨범은 그의 넓은 음악 교류를 위한 초석인 듯하다. 아직 그는 다른 뮤지션과의 공동 작업을 좋아한다고 말할 뿐 그 방향은 말하지 않았는데, 아프리카 다음은 어디일까. 한마디 덧붙이자면 [Kakusei]처럼 유유히 흐르는 무한 반복 리듬(만)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이 앨범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사람들은 “Sonic Traveler”와 “Duck Chase” 등에서 무척 귀 아파 할 테니깐. 20010827 | 송창훈 anarevol@nownuri.net 7/10 수록곡 1. Song 1 2. Zen Approach (feat. Black Thought) 3. Danger Of Love (feat. Zap Mama) 4. Sonic Traveler (feat. Tunde Ayanyemi) 5. Duck Chase (feat. phonosycographDISK) 6. Vision Of Art (feat. Company Flew) 7. Day’s End (feat. Kazufumi Kodama) 8. With Grace (feat. N’Dea Davenport) 9. Candle Chant (A Tribute) (feat. BOSS THE MC) 10. Endless Railway (feat. Ahmir “?uestlove” Thomson) 11. Whut’s Da Solution (feat. Kukoo Da Baga Bonez) 12. Paradise Bird Theory(コクラクチヨウ論) (feat. Sunja Lee) 관련 글 DJ Krush [Krush] 리뷰 – vol.3/no.4 [20010216] DJ Krush [NME] 인터뷰 DJ Krush [NME] 인터뷰 관련 사이트 DJ Krush 공식 사이트 http://www.mmjp.or.jp/sus/djkrE1.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