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01010550-marvingayeMarvin Gaye – What’s Going On (Deluxe Edition) – Motown/Universal, 1971/2001

 

 

개인적으로 바라본 사회 만평

마빈 게이(Marvin Gaye)의 1971년 작 [What’s Going On]은 여러 면에서 영미 대중음악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명반이다. 우선, 이 음반은 소울 음악사상 처음으로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앨범 전체에 가득한 컨셉트(concept) 앨범이다. 물론 당시 이런 앨범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미국 전체에 만연되어 있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서양 사회를 괴롭히던 베트남 전쟁, 흑인 민권 운동, 핵무기, 68 혁명, 환경 등의 첨예한 사안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예술 분야와 대중 문화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른바 ‘저항 음악’이라 불리는 일군의 음악이 백인들로부터는 1960년대 초반부터 만개하여 싸이키델릭 시절을 거쳐 상당기간 지속되었지만, 흑인 음악의 경우는 마빈 게이나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 등에 의해 197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싹을 틔웠던 것이다. 누구보다도 억압받는 이들로 알려진 흑인들로부터, 음악 언어로 이루어진 사회적 발언이 이처럼 더디게 등장한 것은 과연 어찌된 영문일까.

이는 상당수 소울 뮤지션이 소속되어 있던 레이블들, 즉 모타운(Motown)이나 어틀랜틱(Atlantic) 등의 회사들이 견지한 보수적인 방침에 기인된 바가 크다. 말하자면 이들 레이블은 소속 뮤지션을 일종의 ‘히트곡 제조기’로만 여겼고(모타운의 슬로건 “Hitsville U.S.A.”는 그 명확한 증거다), 이런 인식 아래 자사 뮤지션들에게 차트에 높이 올라가 잘 팔릴 수 있는 상업적인 러브 송만 제작할 것을 완고하게 종용했던 것이다. 이는 1980년대 후반부터 흑인 커뮤니티 내에서 커다란 문제로 대두되었던 상황, 즉 “흑인을 착취하는 건 다름 아닌 흑인”이라는 아이러니의 시초를 이룬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 하다.

이런 ‘착취’ 관계의 고정된 틀에 도전한 선구자적 시도는 바로 마빈 게이, 정확히는 앨범 [What’s Going On]을 통해 터져 나왔다. 모타운에서 당혹해 할만도 한 것이, 그 안에 담긴 정치적인 내용은 물론이고 모든 곡이 끊어질 새 없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컨셉트 앨범 형식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사운드 면에서도 이 앨범은 분명 기존 소울 음반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혁신성을 갖췄다. 보컬과 색소폰의 유기적 결합, 멀티트랙 보컬의 풍부한 활용, 콩가 등의 타악기 리듬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부드러운 관악의 조화는 분명 이전 소울 음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요소들이었다.

발매를 거부하는 모타운사의 극렬한 반대를 물리치고, 마빈 게이는 이 앨범에 대한 상업적, 비평적 성공을 거두어냄으로써, 이른바 ‘작가주의’ 소울 뮤직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일궜다. 사회에 대한 발언을 통해 뮤지션으로서의 자율성까지 획득해 낸 것은, 분명 흔치 않은 사례였다. 이러한 흑인 뮤지션의 자율성은 이후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훌륭히 계승함으로써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그렇지만 [What’s Going On] 앨범은 위에서 언급한 빛나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가기 힘든 의문을 남긴다. 이 앨범은 그 내용에 있어 사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게 사실이나, 그러한 이슈를 다루고 있는 자세가 ‘객관적’, ‘논평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흔히 백인에 의해 박해받고 곤궁에서 벗어날 길 없는 것으로 알려진 흑인에 의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노랫말에서 감지할 수 있듯 전체적인 분위기는 지극히 ‘계몽적’이며 보도자(reporter)의 시점에서 작품을 풀어나가고 있음을 깨닫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앨범에서 묘사되는 혼란에 가득찬 세계란, 마빈 게이 자신이 몸소 겪어 체화된 세상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간접적으로 구현된 추상적인 세계였다. 즉 마빈 게이는 매체를 통해, 또는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형제의 무용담을 통해 사회논평적인 음반을 만들어 낸 것이다.

직접적으로 체화되지 못하고 추상적으로 ‘관찰된’ 정치 의식은 개인의 세계로 반전되기 쉬운데, 이는 곧바로 다음 앨범인 [Let’s Get It On](1973)에서 표출된다. 자신에게 가장 친밀한 영역인 ‘에로티시즘’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앨범부터 마빈 게이는 음악 세계를 오로지 개인의 내면으로만 고정시킨다. 혹자는 이를 두고 ‘일보 전진 이보 후퇴’라고 일컫기도 하지만, 사실 이러한 상황은 거의 보편적 수준까지 육박하는 시대적 조류였다. 1960년대 저항의 기수로 성가를 높였던 밥 딜런은 일찌감치 남녀 관계와 더불어 내면에 침잠한 자신을 읊는 앨범을 계속 내놓고 있었다. 1970년대 초반이 지나자, 어디에서도 정치와 사회에 대한 노골적인 발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것은 대중음악 이외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68 혁명의 실패로 인한 환멸을 섹스를 통해 망각하려는 태도가 곳곳에서 풍겨 나왔다. 미국에서는 [목구멍 깊숙히(Deep Throat)](1972)라는 포르노그래피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이에 뒤질세라 프랑스에서는 (포르노보다는 덜 노골적이지만 그럼에도 아찔한)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Last Tango In Paris)](1973)와 [엠마뉴엘(Emmanuelle)](1974)이 화제의 중심을 독차지했다. 모든 게 자꾸만 탈정치화, 또는 쾌락화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와 같은 시대의 변화는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권력의 단맛을 놓치고 싶지 않은 위정자들? 아니면 안정된 가정과 사회적 위치를 잃기 두려워 하는 대다수의 중산층 소시민들? 아니면 하루하루 먹고살기에 허덕여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뚜렷한 자각의 기회를 가질 수 없는 프롤레타리아? 해답을 간단명료하게 얻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이번에 새롭게 발매된 [What’s Going On]을 통해, 쉽게 풀릴 길 없는 이런 수수께끼에 대한 단서의 일부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20010828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9/10

수록곡
Disc One:
ORIGINAL LP RELEASE (May 21 1971)
1. What’s Going On
2. What’s Happening Brother
3. Flyin’ High (In The Friendly Sky)
4. Save The Children
5. God Is Love
6. Mercy Mercy Me (The Ecology)
7. Right On
8. Wholy Holy
9. Inner City Blues (Makes Me Wanna Holler)
ORIGINAL DETROIT MIX (April 5 1971)
10.What’s Going On*
11. What’s Happening Brother
12. Flyin’ High (In The Friendly Sky)
13. Save The Children
14. God Is Love
15. Mercy Mercy Me (The Ecology)
16. Right On
17. Wholy Holy
18. Inner City Blues*
THE FOUNDATION
19. What’s Going On – (rhythm & strings mix)

DISC 2:
LIVE AT THE KENNEDY CENTER (May 1 1972)
1. Sixties Medley: That’s The Way Love Is / You / 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 / Little Darling (I Need You) / You’re All I Need To Get By / Ain’t Nothing Like The Real Thing / Your Precious Love / Pride And Joy / Stubborn Kind Of Fellow
2. Right On
3. Wholy Holy
4. Inner City Blues (Make Me Wanna Holler)
5. What’s Going On
6. What’s Happening Brother
7. Flyin’ High (In The Friendly Sky)
8. Save The Children
9. God Is Love
10. Stage Dialogue
REPRISE:
11. Inner City Blues (Make Me Wanna Holler)
12. What’s Going On
ORIGINAL SINGLE VERSIONS
13. What’s Going On
14. God Is Love
15. Sad Tomorrows
IN THE MEANTIME
16. Head Title (AKA Distant L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