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fus Wainwright – Poses – Dream Works, 2001 아름다운 게이 청년의 낭만적인 숨결 줄리안 레논(Julian Lennon),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제이콥 딜런(Jakob Dylan), 애덤 코헨(Adam Cohen) 등은 1990년대에 나타난, 명 싱어송라이터의 2세 음악인이다. 아버지의 유전적 자질과 후광을 등에 업고 음악계에 데뷔한 이들 중에는 아버지에 버금가는 작품들을 내놓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기대 이하의 내용물을 담은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 러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wright)는 1998년 데뷔 음반 [Rufus Wainwright]를 통해 엘레강스와 로맨틱함이 공존하는 다채로운 팝의 보편성과 기교를 잃지 않은 음악으로 부모의 명성과는 별개로 평론계와 대중 모두에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1960년대 말부터 포크 싱어로 활약해온 아버지 루던 웨인라이트 3세(Loudon Wainwright III)와 어머니 케이트 맥개리글(Kate McGarrigle) 사이에서 태어난 러퍼스의 성장과정은 분명 남다른 데가 있다. 러퍼스는 어렸을 때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어머니는 유소년기 시절부터 클래식을 중심으로 한 기본적인 음악 교육을 받도록 도와주었다. 특히 소년기에 다소 자폐적인 성향을 보인 그에게 어머니는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니나 사이먼(Nina Simone), 데이빗 보위(David Bowie)와 같은 클래식, 재즈, 록 등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접하게 하면서 아낌없는 배려를 해 주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러퍼스의 음악에 실내악과 팝이 자연스럽고 개성적으로 녹아 들어가게 하는데 일조했다. 러퍼스 웨인라이트의 음악은 짙게 배어있는 포크의 따스한 질감에, 관현악 파트의 고급스러움과 태그(tag) 피아노(해머에 압정을 박은 피아노), 다양한 퍼커션 등이 담겨 있다. 전체적으로 한편의 뮤지컬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때로는 풍자와 유머를 품기도 한다. 한편 일스(Eels),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 랜디 뉴먼(Randy Newman) 등이 포진돼있는 드림웍스(Dreamworks) 레이블에 소속된 점도 그의 음악에 적잖은 영향을 준 듯하다. 또한 귀공자 타입의 수려한 용모와 게이라는 성 정체성은 그에게 ‘팝 스타’로서의 이미지를 부여한 것 같다. 1998년 그의 셀프 타이틀 데뷔작은 특유의 빼어난 음악성으로 각 언론매체에서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는데, 그 해 [롤링 스톤(Rolling Stone)]지 ‘Best New Artist’ 부문 수상을 비롯, 유수의 각 미디어의 ‘탑 10 앨범’에 선정되는 등 상업성과 음악성 모두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데뷔작이 피오나 애플(Fiona Apple), 일스(Eels)의 음반을 프로듀싱한 존 브라이언(Jon Brion)과, 1960년대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 랜디 뉴먼(Randy Newman)의 음반을 편곡해온 밴 다익 팍스(Van Dyke Parks)의 역량이 크게 반영된 데 비해, 이번 2집 [Poses]는 론 섹스미쓰(Ron Sexsmith),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의 음반을 제작해온 피에르 머천드(Pierre Marchand)가 프로듀서를 맡았는데, 간결한 느낌의 리듬보다는 멜로디가 강조되어 그의 숨결을 좀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특히 그의 목소리는 1집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주변 음들을 감싸안을 만큼의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한 소절을 술 취한 듯 힘없이 길게 늘어뜨리는 창법은, 다소 무거운 주제의 가사 및 간소한 선율과 더불어 그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러퍼스는 이번 음반에 관해 말하면서 “My voice is the star of the play”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첫 번째 싱글 커트된 “Cigarettes And Chocolate Milk”에서 러퍼스 웨인라이트는 ‘나에게 해를 끼칠지라도 작지만 힘있는 무엇들을 나는 사랑한다’고 말하며, 피아노와 퍼커션만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Poses”에서 ‘게이 소년의 자화상’을 노래한다. 대미언 르개식(Damian leGassick: 블러(Blur), 윌리엄 오빗(William Orbit) 등의 음반 프로그래밍을 맡아왔다)과 테크노 듀오 프로펠러헤즈(Propellerheads)의 알렉스 기포드(Alex Gifford)가 프로듀싱한 “Shadow”는 ‘외로운 밤의 적적함’을 몽환적으로 그린 곡이고, 캘리포니아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허상’을 비꼰 “California”는 보컬 하모니와 넘실대는 흥겨운 리듬을 화려하게 포장한다. “The Tower Of Learning”은 드럼 루프의 효과적인 배열로 인한 영롱함으로 ‘학문적 위상와 포상금에 눈먼 이의 진솔한 고백담’을 들려주고, 루던 웨인라이트 3세의 곡으로 러퍼스와 마찬가지로 명 싱어송라이터의 2세인 테디 톰슨(Teddy Thompson)이 백킹 보컬로 참여한 “One Man Guy”는 ‘외로운 사내의 삶’을 관조적으로 노래하며, “In A Graveyard”는 적막한 피아노 연주로 ‘죽음의 순간에 대한 여러 단상들’을 담담하게 읊조린다. 독백조의 가사에 개인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인 성향, 세상에 대해 비관적이면서도 이를 수긍하고 인정하는 자세, 그리고 주위의 작은 사물들을 바라보는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자세는 체리색 CD 케이스와 동성애자 파티 모습이 담긴 음반 속지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게이로서의 러퍼스의 사상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기본적으로 절충적인 그의 현재 모습은 매우 안정적이고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이번 음반에서 좀더 자신의 정체성을 확연히 한 점은 적지 않은 성과로 보인다. 이후에 펼쳐질 그의 음악세계에 더욱 큰 기대를 갖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20010829 | 정건진 chelsea2@nownuri.net 8/10 수록곡 1. Cigarettes And Chocolate Milk 2. Greek Song 3. Poses 4. Shadows 5. California 6. The Tower Of Learning 7. Grey Gardens 8. Rebel Prince 9. The Consort 10. One Man Guy 11. Evil Angel 12. In A Graveyard 13. Cigarettes And Chocolate Milk (Reprise) 관련 사이트 Rufus Wainwright 공식 사이트 http://www.rufuswainwrigh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