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Brecker – Nearness Of You: The Ballad Book – Verve, 2001 재즈 발라드의 ‘전통’에서 한 발 더 나아가기 기타에 팻 메스니(Pat Metheny), 베이스에 찰리 헤이든(Charlie Haden), 드럼에 잭 디조넷(Jack Dejohnette), 피아노에 허비 행콕(Herbie Hancock), 게스트 보컬에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 무슨 그래미 재즈 분야 부문별 수상자를 모아 놓은 듯하지만, 이 목록은 마이클 브레커(Michael Brecker)의 일곱 번째 리더작 [Nearness Of You: The Ballad Book]의 협연진이다. 이 앨범은 그런 쟁쟁한 게스트 진용에다, (앨범의 부제를 상기할 필요도 없이) 팝과 재즈를 아우르는 스탠다드 발라드와 창의력이 함축된 새로운 발라드로 가득하다. 따라서, ‘대박’을 기대할 만한(아마도 대박을 예상하고 만든) 근래에 보기 드문 기획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그러고 보면, 마이클 브레커는 팝과 재즈를 아우르는 뮤지션들 중 가장 인정받는 색소폰 연주자이기도 하지만, 유달리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동일한 지지를 받은 몇 안 되는 뮤지션인 듯하다. 첫 리더작이었던 [Michael Brecker](1986)가 [다운비트(Downbeat)]와 [재지즈(Jazziz)] 등의 재즈 잡지에서 ‘그 해의 앨범’으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그래미 재즈 부문 7회 수상이라는 ‘경력’이나 쳇 베이커(Chet Baker),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 퀸시 존스(Quincy Jones), 폴 사이먼(Paul Simon),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자니 미첼(Jony Mitchell)에 이르는 넓은 활동영역과 대중적인 ‘지지’를 고려한다면, 그는 현재 팻 메스니 정도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재즈 뮤지션이다. 초호화 멤버로 만들어 낸 발라드 앨범은, 쉽게 다가오는 ‘Chapter One’과 좀 더 내밀한 느낌의 ‘Chapter Two’, 한 곡으로 이루어진 ‘Epilogue’로 구성되어 있다. 첫 곡 “Chan’s Song”부터 심상치 않는 발라드 앨범의 탄생을 예고한다. 유연하면서도 예측하기 힘든, 유니크한 허비 행콕의 피아노 연주, 그리고 이와 어우러지는 안온한 색소폰 연주는 이 앨범이 수없이 반복된 재즈 스탠다드의 모음이나 연주형태를 답습하는 그저 그런 발라드 앨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해준다. 이어지는 제임스 테일러의 고전 “Don’t Let Me Be Lonely Tonight”은 게이코 리(Keiko Lee)의 버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재즈로 편곡되어 불려질 때 더 어울리는 곡인 듯하다. 팻 메스니가 선곡했다는 “Nascente”는 이국적인 멜로디에 1980년대 팻 메스니의 기타 신서사이저의 매력과 허비 행콕의 미묘하면서도 역동적인 피아노 솔로가 교차하는 곡으로 가장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는 트랙이다.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의 리더 조 자비눌(Joe Zawinul)의 곡 “Minight Mood”와 다시 한번 제임스 테일러의 보컬이 더해지는 타이틀 곡 “The Nearness Of You”는 나른한 오후부터 자정까지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이어지는 ‘Chapter Two’는 좀 더 멤버들의 내밀한 연주와 감정을 접할 수 있다. 마이클 브레커의 자작곡 “Incandescence”와 팻 메스니의 자작곡 “Sometimes I See”는 다분히 현대적인 곡 전개로 창의적인 재즈 발라드를 모색하더니, 이어지는 쿠르트 바일(Kurt Weill)의 “My Ship”과 어빙 벌린(Irving Berlin)의 “Always” 같은 곡에서는 팝 스탠다드 고전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보여준다. ‘Chapter Two’의 마지막 곡 “Seven Days”와 ‘Epilogue’의 한 곡 “I Can See Your Dreams”는 앨범의 마지막을 조용히 마무리한다. 이 앨범은 호화 멤버의 이점을 넘어서는 멤버들간의 ‘호흡’, 그리고 재즈 발라드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창의적이고 현대적인 새로운 재즈 발라드의 모범을 만들고 있다. 제임스 테일러를 제외하고는 10여 년간 수시로 같이 연주를 해왔던 멤버들로 구성된 연주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을 때만이 가능할 법한 진짜 ‘협연’을 들려준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싶어하는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은 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새로운 재즈 발라드의 ‘모범’이 되고 싶은 마이클 브레커의 고민을 만날 수 있다. 굳이 본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단순히 부드럽고 유려한 멜로디의 차용이 아닌, 어느 관점에서 접근해도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 다양한 생명력을 가진 발라드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마이클 브레커는 이 앨범을 통해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Ballads]에 접근한다. 존 콜트레인이 먼저 들려주었던 역동적인 재즈 발라드의 전통을 훌륭한 협연진과의 뛰어난 호흡으로 계승해내면서 동시대 재즈의 다양한 요소들을 창의적으로 접목시킨 점은 이 앨범의 미덕이다. 다가오는 가을, 누가 들어도 만족할 만한 소박하면서도 진지한 앨범이다. 20010829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8/10 수록곡 * Chapter One 1. Chan’s Song 2. Don’t Let Me Be Lonely Tonight 3. Nascente 4. Midnight Mood 5. The Nearness Of You * Chapter Two 6. Incandescence 7. Sometimes I See 8. My Ship 9. Always 10. Seven Days * Epilogue 11. I Can See Your Dreams 관련 글 Pat Metheny, [Trio > Live] 리뷰 – vol.3/no.5 [20010301] Charlie Haden, [Nocturne] 리뷰 – vol.3/no.12 [20010616] 관련 사이트 Michael Brecker 공식 사이트 http://www.michaelbrecker.com 레이블 Verve에서 만든 앨범 공식 사이트 http://www.vervemusicgroup.com/bfeatures/michael_brecker/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