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 – Eto Ne Lyubovy (That’s Not Love) – Moroz, 1985 직선적이면서 낭만적인 거라지 팝 끼노의 앨범에서 가장 ‘팝’에 가까운 앨범이다. 이때 팝이란 ‘기타 팝’, 그 중에서도 ‘거라지 팝(garage pop)’에 가깝다. 전작 [Nachalnik Kamchatki(The Chief of Kamchatka)]에서는 기타가 뒷전으로 물러난 채 이런저런 악기와 음향을 실험했다면, 이 앨범에서는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러밍과 클리어 톤(‘생톤’)의 전기 기타의 백킹이 드럼과 베이스의 ‘정상적’ 비트 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사운드는 오버더빙이 별로 없어서 ‘라이블리(lively)’한데 실제로 일주일 내에 레코딩을 해치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끼노의 멤버인 찌또프의 말을 인용하면 “복잡한 사운드 이펙트 없이 모든 것을 라이브로 연주한” 음반이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는데 다름 아니라 이 앨범은 다음 작품인 [Noch(The Night)]의 레코딩 세션을 수행하다가 지루해진 멤버들이 기분 전환용으로 레코딩한 것이라는 사연이다. 그래서인지 분위기 또한 이전 작품이나 이후 작품과 비교해 보아도 가장 밝고 경쾌하다. 빅또르 쪼이는 “나는 ‘Eto Ne Lyubovy(It’s Not Love)’같은 노래를 작곡하고 있을 때 낄낄거리고 웃었다”고 밝혔을 정도다. 음악감독(≒프로듀서) 안드레이 뜨로삘로(Andrey Tropillo)에 의하면 이 음반에 수록된 음악은 “사람들이 당장 구매할 만한 수준의 음악”이다. 시사 상식을 동원하여 당시가 이른바 뻬레스트로이까(재건)와 글라스노스찌(개방)이 시작된 시점임을 감안한다면 이런 밝은 분위기의 심리적 배경을 짐작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낭만적으로 듣고 지나갈 음악들만 수록된 것은 아니다. “Gorod(City)”와 “Veri Mne(Believe Me)”같은 곡은 날카로운 금속성의 기타 사운드와 빅또르 쪼이의 비장한 보컬이 담겨 있고, 한 다발의 노이즈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 또한 “Ya Obiavlyayu Svoii Dom(I Declare My House)”같은 곡은 “나는 핵무기가 없는 땅에 나의 집이 존재하기를 선언한다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번만 더 시사 상식을 동원한다면 1986년 4월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라는 대재앙이 발생한 시기임을 기억한다면 예지력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 앨범의 백미는 “Vesna(Spring)”, “Sasha(Sasha)”(주: 쪼이의 아들에 대해 노래한 곡), “Muzika Voln(Music Of Waves)”에서 표현된 낭만적 무드다. 앨범을 마감할 때 마치 농아가 외치는 듯 “오…오…”하는 부분은 묘한 감정을 전달하면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떤 감정일까? 희망의 시대에도 마냥 희망적일 수밖에 없는 감정일 것으로 추측해 보지만…. 200100810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P.S. 참고로 이 앨범은 정식 레코딩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배급된 음반이다. 러시아 원반과 국내 발매반(예당, 1992)은 수록곡 리스트의 순서가 다르니 유의할 것. 이유는 알 수 없다. 게다가 5번 트랙과 11번 트랙의 가사 해석이 뒤바뀌어 있으니 그것도 주의하라. 러시아어 가사지도 러시아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 활자를 보고 ‘그린’ 듯한 티가 역력하다. 구매자 대다수가 까막눈이라고 하더라도 좀 심한 수준이다. 수록곡 1. Eto Ne Lyubovy (That’s Not Love) 2. Vesna (Spring) 3. Ukhodi (Go Out) 4. Gorod (City) 5. Prosishy (Wake Up) 6. Riadom So Mnoii (Close By Me) 7. Ya Obiavlyayu Svoii Dom (I Declare My House) 8. Sasha (Sasha) 9. Veri Mne (Believe Me) 10. Deti Prokhodnikh Dvorov (Children Of Gateway) 11. Muzika Voln (Music Of Waves) 12. Razreshi Mne (Let Me…) 13. Stishok (A Poem) 14. Prokhozhii (Stranger) 관련 글 Kino, [45]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Neizvestnye Pesni (Unknown Songs)]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46]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Nachalnik Kamchatki (The Chief of Kamchatka)]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Noch’ (The Night)]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Gruppa Krovi (Blood Type)]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Posledniy Geroi (The Last Hero)]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Zvezda Po Imeni Sontse (A Star Named Sun)]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Cherniy Albom (The Black Album)] 리뷰 – vol.3/no.16 [20010816] 그 곳에도 ‘록의 시대가 있었네 (1): 빅또르 쪼이(Viktor Tsoi) – vol.3/no.16 [20010816] 이글라=러시아판 트레인스포팅 혹은 트레인스포팅=영국판 이글라 – vol.3/no.16 [20010816] 관련 사이트 빅또르 쪼이 국내 팬 사이트 http://my.netian.com/~megathon 빅토르 쪼이를 비롯한 러시아 뮤지션을 소개하고 mp3를 제공하고 있다. 빅또르 쪼이 가사번역 사이트 http://dom.xocah.org:1919 한국어로 번역된 빅또르 쪼이의 가사를 볼 수 있고 끼노의 전곡을 감상할 수 있다. 빅또르 쪼이 다큐멘터리 http://www.crezio.com/kbsplus/videolib/video2_su_special1.htm 1995년 KBS [일요스페셜]을 통해 방영된 빅또르 쪼이 다큐멘터리의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