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 – Zvezda Po Imeni Sontse (A Star Named Sun) – Moroz, 1989 쓰라린 아이러니의 비가(悲歌)들 정규 앨범으로서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인 이 앨범은 끼노 특유의 감상적(pathetic) 무드를 지속함과 동시에 아이러닉(ironic)한 면모를 동반하고 있다. 그건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이라든가 “가사 없는 노래”같은 곡 제목 뿐만 아니라 기계적인 음향에도 불구하고 낭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음향에서 드러난다. 만약 [Nachalnik Kamchatki]나 [Noch’]에서 전자 음향의 도입이 ‘어설프다’고 느낀 사람이었더라도 이 음반을 들으면 만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Gruppa Krovi (Blood Type)]가 끼노 사운드를 확립한 앨범이라면, [Zvezda Po Imeni Sontse (A Star In Name Of The Sun)]는 중도에 포기했던 실험을 다시 도입하여 작곡과 안정적으로 결합시킨 앨범이다. 그러고 보면 끼노는 악곡 형식이나 코드 진행을 변형하는 작업에서 실험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정형화된 형식에 이런저런 음향 효과를 덧입히는 작업에서 실험의 의미를 찾는 유형에 속하는 것 같다. 태양과 별로 표현되는 아이러니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의 곡의 병치로 드러난다. 이는 템포의 완급, 단조와 장조의 교대, 악기의 해석과 용법 등에서 모두 드러난다. 거칠게 분류한다면 1, 2, 5, 7 번 트랙은 업템포의 댄스 리듬을 가지고 [Gruppa Krovi (Blood Type)]에 표현된 ‘끼노 에너지’를 이어가는 곡들이며, 3, 4, 6, 8번 트랙은 느린 템포의 서정적이고 때로 애상적인 무드를 자아내는 곡들이다. 전자의 스타일에서 뉴 오더(New Order)나 유리스믹스(Eurythmics)같이 존중받는 영국 그룹들의 음악을 들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가, 아라베스크(Arabesque)나 징기스칸(Dschinghis Khan)같이 천대받는 유로팝 그룹을 들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가는 청자의 옵션일 것 같다(참고로 유리스믹스의 데이브 스튜어트(Dave Stewart)는 아끄바리움의 보리스 그레벤시꼬프의 팬이었고, 보리스의 영어 앨범 [Radio Silence](1989)에 크리시 하인드(Chrissie Hynde) 등과 함께 참여한 바 있다). 후자의 스타일 중에서는 “Skazka(Story)”와 “Pechal (Sorrow)”가 한국인 취향에도 어울릴 듯한 아름다운 끼노식 발라드다. 앞의 곡에서는 단조의 기타 라인이 뒤의 곡에서는 장조의 플루트 선율이 심금을 울린다. 두 곡 모두에서 기본 화성과 ‘부드럽게’ 텐션을 이루는 신시사이저음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이다. 물론 지금 들으면 베이스 라인과 드럼 비트가 ‘노래방 반주’같은 느낌이 없지 않지만.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처럼 앨범 커버는 검은 바탕 위에 검은 태양이 그려져 있고 테두리 주위에 노란 잔광만을 남기고 있다. 그러므로 태양이 정말로 소멸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듯한 두 트랙, “Pachka Cigaret(A Pack of The Cigarettes)”와 “Aprel (April)”은 우울증이 심한 사람이면 듣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이러니는 때로 폭력적으로 해결되니까. “Pechal (Sorrow)”에서의 질문처럼 정말 슬픔이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20010812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수록곡 1. Pesnia Bez Slov (Song Without Words) 2. Zvezda Po Imeni Sontse (A Star Named Sun) 3. Neveselaia Pesnya (Unsweet Song) 4. Skazka (Story) 5. Mesto Dlia Shaga Vpered (The Space for One Step forward) 6. Pachka Cigaret (A Pack of The Cigarettes) 7. Stuk (Knock) 8. Pechal (Sorrow) 9. Aprel (April) 관련 글 Kino, [45]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Neizvestnye Pesni (Unknown Songs)]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46]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Nachalnik Kamchatki (The Chief of Kamchatka)]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Eto Ne Lyubovy (That’s Not Love)]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Noch’ (The Night)]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Gruppa Krovi (Blood Type)]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Posledniy Geroi (The Last Hero)] 리뷰 – vol.3/no.16 [20010816] Kino, [Cherniy Albom (The Black Album)] 리뷰 – vol.3/no.16 [20010816] 그 곳에도 ‘록의 시대’가 있었네 (1): 빅또르 쪼이(Viktor Tsoi) – vol.3/no.16 [20010816] 이글라=러시아판 트레인스포팅 혹은 트레인스포팅=영국판 이글라 – vol.3/no.16 [20010816] 관련 사이트 빅또르 쪼이 국내 팬 사이트 http://my.netian.com/~megathon 빅토르 쪼이를 비롯한 러시아 뮤지션을 소개하고 mp3를 제공하고 있다. 빅또르 쪼이 가사번역 사이트 http://dom.xocah.org:1919 한국어로 번역된 빅또르 쪼이의 가사를 볼 수 있고 끼노의 전곡을 감상할 수 있다. 빅또르 쪼이 다큐멘터리 http://www.crezio.com/kbsplus/videolib/video2_su_special1.htm 1995년 KBS [일요스페셜]을 통해 방영된 빅또르 쪼이 다큐멘터리의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