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816022653-james_pleasedJames – Pleased To Meet You – Mercury, 2001

 

 

열정적인 베테랑의 팝 음악 만들기

제임스(James)의 열 한 번째 신작이 공개되기 전, 한 외지(外紙)에서 이 신작에 대해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프리뷰를 전한 일이 있다. “그들이 만든 것 중 베스트”라고, “그들이 새로 태어났다”고. 그런데 그는 왜 그렇게 자신감에 충만했을까.

1982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결성된 제임스는, 그들의 우상 모리씨(Morrissey: Ex-The Smiths)의 칭송을 받으며(그래서 ‘차세대 스미쓰’라는 축복을, 혹은 ‘2류 스미쓰’라는 저주를 선사받기도 한) 유쾌한 포크 록으로 시작하여,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매드체스터 배기 씬의 자장(磁場) 안에 포섭되던 시절을 거쳐, 1990년대 브릿팝 폭풍 이후도 그들만의 자리를 지키며 중단없는 길을 걸어왔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 차례 멤버가 교체되었음에도(한 때 트럼펫과 플루트가 가세하기도 했다), 제임스라는 존재의 지위를 격하시켜 본 일이 없는, 누가 뭐라 해도 최근 20년 동안 ‘꾸준한’ 그리고 성공적인 영국 밴드 중 하나다. 앰비언트의 선구자이자 유명 프로듀서인 브라이언 이노는 [Laid] 이래 제임스의 사운드를 매만지고 정제해왔다. 앨범마다 편차가 있지만(특히 라이브 음반 [Wah Wah]는 이노의 손길이 가장 많이 닿은, 제임스의 작품 중 가장 실험적이라고 평가된다) 제임스는 그들다운 훅을 담아 아름다운 팝 사운드를 재생시켰다. 팀 부쓰(Tim Booth: 기타, 보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런 팝적 지향성이 팝과 실험 사이의 간극에서 고민한 결과라고 고백한다.

첫 곡 “Space”에서 불협화음과 협화음 사이를 왕래하는 천상의 오르간 전주에, 낮고 고요한 목소리가 부가되고 이것이 뉴 웨이브/신쓰팝적으로 분사하는 신서사이저 반주로 변동할 때, 그리고 두 번째 곡 “Falling Down”에서 이펙트를 머금은 몽환적인 드럼 터치와 신비로운 목소리(많은 이들이 마돈나를 거론하는)가 조우할 때, 또한 “English Beefcake”에서 저음으로 ‘말하기’가 다소 삽입됐을 때 ‘제임스가 좀 변했나’하는 인상이 든다. 분명 몇몇 곡들은 새로운 느낌으로 각인된다.

그러나 제임스 특유의 열정적인 보컬, 씩씩한 리듬, 멜랑콜리와 환희가 혼융된 집요한 멜로디가 거의 대등한 비율로 녹아있다. 첫 싱글 “Getting Away With It(All Messed Up)”이나 “Gaudi”는 서정적이면서도 경쾌한 제임스 버전의 미드 템포 곡이다. “Space”나 “English Beefcake”에서는 낮은 읊조림과 가녀린 목소리를 배경으로 성가적(일명 ‘anthemic rock’) 합창과 팔세토의 독창이 교차하면서 상이한 음감의 대조를 이루는데, 이 역시 제임스의 한 가지 무기다. 합창하는 배킹 보컬의 삽입이 이처럼 잦은 것은 이번 앨범의 특징이 아닐까. “Give It Away”는 간단한 코드로 진행되지만, 아코디언 혹은 오르간, 피리(처럼 들리는 키보드) 소리가 입혀져 다층적으로 들리는데, 이런 다층성은 배킹 보컬’들’로 인해 한층 더 상승한다. 또한 ‘앳모스페릭(atmospheric)’한 기류들이 살아있는 이노의 프로듀싱은 여전히 제임스 사운드의 동반자다. 은은하고 몽환적인 사운드와 읊조림이 퍼져드는 “Pleased To Meet You” 같은 곡들에서 감지되는 것처럼.

한편 팀 부쓰의 피앙세, 케이트에게 바치는 러브 송으로 자신에게 매우 위험할(것이라는 걸 그도 알지만) 여성을 따라 다니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 “Senorita”나, 우울한 기타 라인이 돋보이는 엄마와 소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거의 무의식적으로 썼기 때문에 팀 부쓰 본인도 무엇에 대한 노래인지 완전히 확신할 수 없다는) “Alaskan Pipeline” 같은 발라드도 빼놓을 수 없다. 가사는 이처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압박, 중독, 습관에 묶임으로써 오는 좌절감을 그린 노래들이 많다. “모두가 다 중독자/광(狂)”이라는 “Junkie”는 보다 직접적으로 매일매일 우리 모두가 가진 중독들을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에서 볼 때 제임스는 여전히 베테랑 밴드임은 분명하다(그런데 “She’s A Star”의 매력적인 훅은 다시 만들기 힘들까?). 그와 같은 제임스의 존재 가치를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그들 자신의 원칙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우리는 노래를 만들어서 투어를 하고 그것들을 팬을 위해 연주한다. 그리고 나서 그것들을 조금 더 작업한다.” 많은 밴드들이 그렇지만, 노래들을 데모화하고 그것들을 라이브와 리허설에서 무수히 시도해보는 과정은 곡을 쓰고 음반을 제작할 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토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 노래들을 생존시킬지, 또는 보강할지 결정한다. 결국 라이브는 노래들을 완벽하게 하며 “레코드는 (그러한) 연주/공연의 산물이다.”

이러한 집단적인 창작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앨범 커버에는 6명의 멤버들을 교묘하게 조합한 사진이 걸려있다. 창조된 이 인물은 ‘제임스’라고 불린다. 20010811 | 최지선 fust@nownuri.net

8/10

수록곡
1. Space
2. Falling Down
3. English Beefcake
4. Junkie
5. Pleased To Meet You
6. The Shining
7. Senorita
8. Gaudi
9. What Is It Good For
10. Give It Away
11. Fine
12. Getting Away With It (All Messed Up)
13. Alaskan Pipeline

관련 글
James, [The Best Of James] 리뷰 – vol.2/no.9 [20000501]

관련 사이트
James 공식 사이트
http://www.jamestheband.com
앨범 [Pleased To Meet You] 사이트
http://www.jamesonline.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