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gy Pop – Beat Em Up – EMI, 2001 펑크 V.I.P.의 노익장 스투지스(The Stooges) 시절에 발표한 앨범 제목처럼 이기 팝(Iggy Pop)은 ‘날 것의 힘(raw power)’의 상징이고, 그래서 ‘펑크 록의 선구자’로 추앙받기도 한다. 1999년 작 [Avenue B]가 말랑말랑한 발라드와 ‘스포큰 워드(spoken word)’로 채워져서 ‘우아하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시도했다면, 이번 앨범은 전성기 못지 않게 시끄럽고 공격적이다. 두 대의 기타의 톤은 시끄럽고 지저분하며 파워 코드의 리핑(riffing)과 휘감아 도는 리듬 위에 이기 팝의 ‘야비하고 게걸스러운’ 목소리가 나이를 잊은 듯 ‘짖어댄다’. 특히 개가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와와 이펙트를 섞어 왱왱거리다가 힘있고 그루브 있는 기타 연주가 나오는 “Howl”은 가장 이기 팝다운 음악으로 들린다(‘아우’라고 들렸던 소리는 ‘howl’이었다. 그게 그건가?). 하울링과 노이즈로 시작하여 ‘헤비’하게 후려대는 “Beat Em Up”, ‘날 것 그대로’의 철학(?)을 실천하듯 사운드 체킹으로 시작하는 “Death Is Certain”, ‘한 글램’하던 시절의 괴기스러움을 재현하는 “Ugliness”, 역크로매틱의 기타와 까리한 리듬으로 인해 일순 갱 오브 포(Gang Of Four)를 떠올리게 했던 “It’s All Shit” 등은 펑크 록의 고수가 초지일관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트랙들이다. 최근 트렌드에 신경을 쓴 흔적도 보인다. 첫 번째 트랙을 ‘펑크’로, 두 번째 트랙을 ‘하드코어’로, 네 번째 트랙을 ‘그런지’로 배치한 것이 단적인 예다(‘펑크’와 ‘하드코어’와 ‘그런지’를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하는 걸 혐오하는 독자에게는 사과드린다. 필자 역시 동감). “Jerk”나 “Weasels”처럼 가사나 음향 모두 애티튜드(attitude) 빼면 시체인 곡도 있고, “Go for the Throat”은 20년 뒤 재결합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이 내한공연에서 연주하는 음악처럼 들린다. 물론 중간에 “Talking Snake” 같이 완급을 조절하는 곡도 있고, “V.I.P.” 같이 복잡한 음향 실험을 담은 트랙도 있다. “나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아이러닉한 가사에서 그의 위악주의(?)를 복습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앨범에 대한 평가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와 “젊은 애들 따라하려고 오버한다”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그에게는 이제나 저제나 ‘중간’은 없고 ‘극단’만 있다. 그게 이기 팝 같은 인물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인 듯하다. 그것에 대해 시비건다면 모를까 이번 앨범에만 시비 걸기는 힘들 것 같기도 하고. 20010812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수록곡 1. Mask 2. L.O.S.T. 3. Howl 4. Football 5. Savior 6. Beat Em Up 7. Talking Snake 8. The Jerk 9. Death Is Certain 10. Go For The Throat 11. Weasels 12. Drink New Blood 13. It’s All Shit 14. Ugliness 15. V.I.P. 관련 사이트 Iggy Pop 팬 사이트 http://home.online.no/~egon/iggy.htm http://www.rawigua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