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 싱글 데이(Every Single Day) – Happy Birthday – Radio Music/드림비트, 2001 안정적인, 너무나 안정적인 에브리 싱글 데이(Every Single Day)는 문창민(보컬&베이스), 정재우(기타), 그리고 강문철(드럼)의 라인업으로 결성되어 1997년 부산 MBC 주최의 ‘전국 락 페스티발’에서 대상을 수상하였고 이후 서울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부산 출신’ 밴드이다. 이들의 이름이 낯선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1999년 레이블 인디에서 발매했던 8인치 싱글 시리즈의 첫 주자라고 한다면 기억이 날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같은 해 1집 [Broken Street]을 발표하였고 만화영화 주제가 컴필레이션 앨범인 [Rock-a-dic]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천계영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오디션](감독 민경조)의 사운드 트랙에 참여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 사이 드러머가 최승원으로 교체되었다. 미니 앨범(EP)으로 발매된 [Happy Birthday]는 키보드가 전체 멜로디를 주도하는 가운데 맑은 음색의 전자기타와 베이스가 배경으로 진행되는 “Happy Birthday”로 시작하는데, 버스-코러스의 연결은 전형적인 5도 진행(dominant chords)으로 아주 친숙하게 귀에 감기는 곡이다. 게다가 “happy birthday, happy for you” 라는 가사는 따라하기 쉬운 멜로디여서 공연장에서라면 ‘합창’해도 좋을 곡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시계추”는 백비트의 기본 선율에 베이스 라인이 강조되는 빠르고 경쾌한 곡인데 자신의 의지에 반(反)해서 생활해야 하는 (뮤지션들의)억압적인 상황에 대한 은유적인 가사를 가진 곡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끝”과 “그때쯤”은 1집의 “Kiss”, “너의 향기”와 비교할만한, 어쩌면 발라드로 ‘성공’할 것 같은 곡인데 특히 세션으로 참여한 고경천(이스크라, 황신혜밴드, 윤도현 밴드 등의 세션을 맡아왔다)의 청명한 키보드 라인이 돋보이는 곡으로 귀에 감기는 멜로디가 강조된 러브 송이다. 앨범에서 가장 튀는 진행을 보이는 곡 “가위”는 딜레이 걸린 기타가 무겁고 어둡게 진행되는 가운데 베이스가 곡의 흐름을 주도하는 곡인데, 맑고 청량한 앨범의 전체 분위기를 ‘배반’하는 느낌을 주는 곡이기도 하다. 마지막 곡 “Happy Birthday(party ver.)”는 ‘연출’한 생일 파티 현장음이 위트 있게 섞인 곡으로, 멤버들의 부산 사투리가 의외의 재미를 준다. 전체적으로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을 만큼 곡들이 제법 친근한 느낌인데, 아마도 듣는 순간 “아! 에브리 싱글 데이!”라는 반응을 얻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이번 앨범은 밴드의 특색(주로 하이 톤에서 진행되는 ‘내지르는 보컬’과 꽉 짜여진 연주, 영어 가사의 코러스)을 ‘매우 안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안정적이라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답습’이라는 혐의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것만은 지적하기로 하자. 더군다나 그것이 밴드가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발표한 곡들이라면 말이다. 음악 얘기 만이라면 지겨울지도 모르니 잠깐 옆길로 새자. 에브리 싱글 데이가 레이니 선(Rainy Sun), 앤(Ann) 등과 함께 소위 ‘갈매기 공화국’이라는 단체(혹은 연합?)를 결성하고 ‘부산 출신’이라는 수식으로 홍대 앞 인디 씬에서 주목을 받았던 밴드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에도 지역성(locality)이라는 것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특정 지역 출신임을 ‘강조’하여 밴드를 홍보하는 것은 이미 영미 대중음악시장에서는 공식처럼 되어버린 것이므로, 아직 지역 씬(local scenes)이란 것에 대한 개념조차 희박한 한국의 경우 그런 마케팅은 단지 형식만을 빌려온 ‘상술’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물론 ‘상술’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또한 서울 바깥 지역의 음악적 특성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올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얘기는 다른 공간에서 다루면 좋을 듯하니 여기서는 그저, 모든 것이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재(와 그 미래)를 염려하는 것으로 적당히 마무리하자. 덧붙여 에브리 싱글 데이의 미니 앨범에는 라디오 레이블 소속 밴드들의 곡들이 담긴 컴필레이션 CD가 보너스로 담겨 있는데, 아마도 라디오 레이블에서는 ‘신곡’과 ‘옛날 곡’이 공존하는 이런 형식의 샘플러를 계속 서비스할 듯하다. 문 라이즈 레이블에서 처음 선보였던 이런 마케팅이 홍보에 난항을 겪고있는 인디 레이블과 여러 밴드들에게 돌파구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정말 ‘happy for you’할 일이 될텐데 말이다. 20010811 | 차우진 djcat@orgio.net 6/10 수록곡 에브리 싱글 데이, [Happy Birthday](EP) 1. Happy Birthday 2. 시계추 3. 끝 4. 그때쯤 5. 가위 6. Happy Birthday (party ver.) 보너스 CD, [Radio Music Sampler Vol. 1] 1. 바람 – Sweater 2. When a Fine Day – The Velly 3. 봄의 향기 – Sweetie 4. 가네 – Lucid Fall + nullpitch 5. Broken Street – Every Single Day 6. 장마 오면 – 허벅지 7. Happy – Cherry Filter 8. Blues #1 – 단편영화제 9. 새 – Lucid Fall (live) 10. 은행나무 숲 – Lucid Fall (live) 관련 사이트 에브리 싱글 데이 공식 사이트 http://www.everysingleday.co.kr Radio Music 공식 사이트 http://www.radio-mus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