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 – 10,000Hz Legend – Source/Virgin 2001 과거의 도구와 현재의 기술로 미래의 감성으로 나아가다 2050년쯤에는 달이나 화성에서 살 수 있을까? 에어(Air)의 새 앨범 커버에 나오는 그런 곳에서? 21세기에 사는 현대인들도 17세기의 물건들을 아직 버리지 않고 쓰는 것을 보면(예컨대 피아노), 우리의 삶은 좀 더 ‘세련될’지언정 그때라고 해서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정확히는, ‘획기적’으로 변할 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것에 곧 익숙해질 수 있도록 과거의 유산들을 덧붙일 것이다. 예컨대 인터넷을 생각해 보면 개념 자체는 혁신적이지만 그것에 길들여지는 데에는 10년이면 충분했고, 또 인터넷을 통한 일이란 과거 벽보나 전화를 통해 이루어지던 일의 시공간적 확장(혹은 욕설이 미치는 범위의 확장), 아니면 자본주의의 범위 내에서 가능한 일(소비, 소비, 소비…)의 연장에 불과하지 않던가. 아마 현대인은 과거의 방식을 통해 미래의 매체를 접하자마자 익숙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깐 2050년쯤의 음악도 그렇게 전자음 일색일 것 같지는 않다. 감수성이 달라지고 더 세련되고 ‘미래화되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필자는 (사람들이 지금 생각하는) 미래의 음악의 모습에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보다는 에어의 새 앨범 [10,000Hz Legend]에 표를 던지겠다. 뭐 장담은 못한다. 아마 에어의 데뷔 앨범 [Moon Safari](1997)만을 생각한다면 위의 잡생각이 헛소리로 들릴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에어의 2집은 에어 조단 ‘원’에서 ‘식스틴’으로 한번에 넘어가 버린 것처럼 달라졌다. 억지로 음악의 운용이나 형식적인 면에서 비슷한 점을 찾을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음악적 이미지는 좀 더 비일상적이며, 과거의 도구(어쿠스틱 기타, 플루트, 피아노, 하모니카, 현악기 등등)와 현재의 기술(신서사이저, 보코더, 컴퓨터를 거친 음색 등등)을 통해 미래의 감성으로 나아간다. [Moon Safari]가 ‘팝 음악을 좀 이상하게, 하지만 매력적으로 바꾼 음악’이라 할 수 있다면 [10,000Hz Legend]는 ‘그 이상했던 것을 더 이상하게, 당연히 매력적으로 바꿔버린 음악’이다. 외지 리뷰에서는 또 라디오헤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제부터 음악이 어려워지고 전자음이 많이 쓰이면 ‘라디오헤드하다’고 말해야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트랙 “Electronic Performers”는 고전적인 기타 연주 뒤에 더 고풍스러운 피아노 반주가 받치는 가운데 변조된 목소리가 “우리는 전자 연주자들이다(We are electronic performers)”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피아노가 사라지고 전자음이 좀 나와주더니, 그것도 잠시, 이번에는 현악기와 기타가 합주하면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 엔딩 장면 음악’을 만들어 버린다. 세 번째 곡 “Radio #1″은 지난 앨범의 “Sexy Boy”와 음색이 조금 비슷하지만 ‘노래’나 ‘말’이 훨씬 많다(“Sexy Boy”는 노래 제목이자 거의 유일한 가사였다). 멜로디나 화성을 보면 음악책에서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나오는 반음계 코드 진행이 눈에 띈다. 그렇게 끝날 듯 하더니 (이 트랙에서) 갑자기 누가 볼륨을 줄이고 노래를 흥얼거려서 깜짝 놀랐다. “The Vagabond”는 벡(Beck)이 하모니카도 불어주고 노래도 해주었는데 통기타와 현악기, 어쿠스틱(처럼 들리는) 드럼이 앨범 전체와는 좀 이질적인 듯 하지만 앨범 전체의 ‘(멜랑콜리보다는) 알쏭달쏭한’ 분위기는 망치지 않는다. 벡 말고도 일본 출신 밴드 버팔로 도터(Buffalo Daughter)가 “Sex And Poison”에 보컬로 참여해서 일본어도 들을 수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의 형성은 앞서 언급한대로 전자음과 비전자음의 절묘한 결합, 그리고 앨범의 몇몇 곡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교회 성가대를 연상시키는 목소리이다(이런 중세 교회적인 음악은 묘하게 ‘우주적’일 때가 있다). 프랑스 일렉트로니카 씬(scene)을 언급하는 것은 3년 유행이기는 하지만 필요한 사람에게 소개하자면 에어와 함께 다프트 펑크(Daft Punk) 디미트리 프롬 빠리(Dimitri From Paris) 등이 국가대표다(축구 선수 지단이 알제리 출신인 것처럼 디미트리도 터키 출신으로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다프트 펑크가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에서 20년 전의 디스코로 역행하였다면 에어는 ’60년대 초기 챔버 팝’에서 ‘미래지향형(인 것 같은) 음악’으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원래 이 세 아티스트들은 처음부터 공통점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흥미’로운 일은 아니지만. 참고로 새 앨범의 웹사이트는 그 자체로서 훌륭한 ‘웹 아트(web art)’이자 이들의 컨셉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20010718 | 이정엽 fsol1@hananet.net 8/10 수록곡 1. Electronic Performers 2. How Does It Make You Feel? 3. Radio #1 4. The Vagabond 5. Radian 6. Lucky And Unhappy 7. Sex Born Poison 8. People In The City 9. Wonder Milky Bitch 10. Don’t Be Light 11. Caramel Prisoner 관련 사이트 http://www.10000hzleg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