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ment Jaxx – Rooty – XL Recordings, 2001 흑인 음악을 떠들썩하게 뒤섞은 재활용 파티 ‘유머(humour)’는 ‘위트(wit)’와 함께 수컷이 암컷에게 관심과 환심을 끌려는 가장 적절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현대 테크노/하우스 음악의 여러 지향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음악에서 ‘유머’라는 것의 양상도 여러 가지로 나타나는데, 가사나 창법을 통한 직접적인 의미의 단순한 ‘코미디'(예컨대 컬트삼총사, 이재수)도 있고,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음악들을 뻔뻔하게 합성해 버리는 ‘부조리극'(예컨대 Daft Punk의 [Discovery])도 있는가 하면, 20년도 훨씬 전의 음악인 훵크(funk)/디스코(에 레게까지)를 혼합, 모방, 재창조하는 ‘신파극’도 있다. 물론 ‘그럼 훵크/레게가 우습단 말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런 뜻이 아니라 ‘인간적인 해학과 익살’의 느낌을 전달한다는 말이다. 세 장르 모두 1970년대 음악인데 ‘유머러스한’ 것은 비단 ‘옛날 노래’라서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백인 록 음악이 심각하고 ‘장인정신’에 기초한 것과 비교해 보면 잘 드러나는 흑인 음악 특유의 떠들썩함과 (세상이 그대를 슬프게 할지라도) 웃고 즐기는 그들의 ‘파티 정신’에서 연유하는 것이리라. 그러니깐 하고 싶은 말은 베이스먼트 잭스(Basement Jaxx)의 새 앨범을 듣고 있으면 (큰 소리로 웃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떠들썩한 파티 분위기에 몸이 절로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음악성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이번에는 사회성으로 시각을 돌려보자. 하우스 클럽 씬(scene)뿐만 아니라 ‘댄스 음악’은 전반적으로 약간 보수적이다. 이는 ‘입 닥치고 춤이나 춰’야 하는 클럽 자체의 폐쇄적 취향에서 기인하는데, (다른 나라는 가본 적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국을 예로 들자면 강남 지역의 ‘나이트’는 댄스 가요 중심, 홍대 앞의 ‘테크노 클럽’은 물론 여러 취향이지만 일단 기본은 플로어 4 비트(floor-4-beat) 중심이다. 댄스 음악도 다양하다면 상당히 다양하지만 문제는 특정 그룹과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하위 문화의 영역에서는 장르 자체의 정신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장르 간의 혼합은 앨범 아티스트로는 만날 수 있어도 적어도 클럽의 현장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은 클럽에서 플레이되는 인기곡 리스트가 서로 비슷비슷하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베이스먼트 잭스의 새 앨범은 클럽의 현장성을 잃지 않은 ‘현직 DJs’의 앨범으로서 진부하지 않은, 다시 말해 훵크와 디스코부터 심지어는 스페인 음악까지 포괄하는 훌륭한 절충으로 가득하다(못해 정신이 없다). 사회성에 대해 진술했으니 이번에는 매체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앨범을 시작하는 “Romeo”와 두 번째 트랙 “Breakaway”는 슬라이 스톤(Sly & The Family Stone)식 댄스 음악 – 훵크라고 불리운다 – 의 리바이벌에 다름 아니다. “Breakaway”의 샘플 원본이 또 다른 훵크/디스코 그룹인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Lady Sun”인 것을 보면 하우스를 기본으로 한 훵크 스타일의 분위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겠다. 특히 톡톡 튀는 여성 보컬은 그 매력을 더한다. 세 번째 곡 “SFM”은 정교한 리듬의 힙합으로 가더니 일곱 번째 곡 “I Want U”는 라틴 풍의 팝이 나온다. 믿기 어렵지만 “Jus 1 Kiss”에 나오는 여성 보컬은 실제로는 멤버 펠릭스 벅스턴(Felix Buxton: 남성이다)이 부른 것이라 한다. “Get Me Off”나 “Where’s Your Head At”에 이르면 클럽에 어울릴 만한 적당히 어두운 하우스/테크노에까지 이른다. 마지막 곡인 “All I Know”는 키치(kitsch)적인 재즈 리듬과 멜로디로 끝맺는다. 데뷔 앨범인 [Remedy](1999)가 전체적으로 조금 심각했다면 새 앨범은 마음 편하게 들으며 즐길 수 있다. 이제 정체성에 대한 언급을 끝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베이스먼트 잭스는 1994년 런던에서 사이먼 랫클리프(Simon Ratcliff)와 펠릭스 벅스턴의 듀오로 시작되었다. 음악적 정체성을 보면 랫클리프는 라틴 훵크에, 벅스턴은 시카고 하우스에 심취했다는 것으로 보아 이번 앨범의 성격 또한 잘 대변해준다. 데뷔 앨범인 [Remedy](1999)가 나오기 전까지 뉴욕과 런던의 온갖 클럽에서 디제잉을 한 중고 신인이자 실력파이다(물론 지금도 열심히 한다). 영국과 미국 두 지역 모두에서 어느 정도 인기가 있을 뿐 아니라 댄스 음악에서는 흔치 않은 ‘아티스트’ 대접을 받고 있다. 20010718 | 이정엽 fsol1@hananet.net 7/10 수록곡 1. Romeo 2. Breakaway 3. SFM 4. Kissalude 5. Jus 1 Kiss 6. Broken Dreams 7. I Want U 8. Get Me Off 9. Where’s Your Head At 10. Freakalude 11. Crazy Girl 12. Do Your Thing 13. All I Know 관련 글 Basement Jaxx, [Remedy] 리뷰 – vol.2/no.7 [20000401] 관련 사이트 Basement Jaxx 공식 사이트 http://www.basementjaxx.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