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8노 브레인(No Brain) – Viva No Brain – 문사단/Cujo, 2001

 

 

혈맹 공동체를 꿈꾸는 펑크 리더

정규 데뷔 앨범 [청년폭도맹진가](2000)와 비교했을 때 노 브레인의 두 번째 정규 앨범 [Viva No Brain]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외형적’ 차이점은 그간 밴드를 비교적 단일하게 설명해 주었던 스카 펑크로부터 전격 탈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음역의 많은 자리를 비워낸 스카 펑크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는 사운드들은 전작에도 시도됐던 스트레이트 록부터 서프 록, 로커빌리, 라틴 비트, 심지어 디스코까지 조금 더 다양해진 ‘비(非) 펑크적’ 사운드다.

그러나 그 외형적 장치(사운드)는 엄연히 ‘이중적’이다. 다분히 대중적(주류적)인 코드를 서슴없이 끌어들이고 있는 듯한 표면 아래에는 스카 펑크 이전에 오이(Oi) 펑크 밴드로서의 노 브레인의 본질이 느껴진다. 하드코어한 질감이 거칠고 공격적인 “거세”를 제외하면 ‘빠르진 않지만 공격적인(not fast but aggressive)’ 오이 펑크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거의 모든 곡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남성 코러스 챈팅(chanting) 역시 오이 펑크의 전유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듬지 않아 마치 축구 경기장의 응원을 연상케 하는 이 챈팅 코러스와 함께 앨범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클럽 공연의 날 것 그대로의 현장감이다.

위퍼(weeper)와의 합동 앨범 [Our Nation 2](1998)와 데뷔 EP [청춘 ’98](1999)에 수록되었던 “아름다운 세상”은 [Viva No Brain]에서 메인 보컬과 코러스의 대규모 합창 버전으로 새롭게 실려 있는데 클럽 공연 때마다 들을 수 있었던 라이브의 질감과 밀도를 가지고 있다. 산울림의 “나 어떡해”와 비슷한 인트로로 시작, 캘리포니아 스카 펑크로 도약하는 리메이크곡 “해변으로 가요”나 반골 펑크의 위악적 선동성과 공동체 의식이 가장 극명한 “노 브레인 만만세” 역시 클럽 공연을 염두에 둔 성격의 곡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담다디’의 유명 인트로를 살짝 도입한 “어둠 속을 걷다”나 1970년대 디스코의 비트를 그대로 살린 “암중모색” 보다 전술한 곡들이 더 비중 있게 다가왔는데 아까도 이야기한 ‘현장성(live quality)’의 측면 때문이었다.

‘현장성’은 이 앨범 전체에서 강조되고 있는 극적인 분위기로 펑크 리더로서 공연장에 모인 구성원들에게 단일한 공동체 판타지를 심어주고자 하는 밴드 멤버들의 의도의 산물처럼 여겨진다. 공연장이라는 공간적 제약을 넘어서 앨범에서도 재현 가능한 현장감과 공동체의 의식은 궁극적으로 정체성(identity)에 대한 욕망에 다름 아니다. 이 정체성은 폐쇄적(자족적)이고 남성적이며 반사회적인 성격 때문에 강도가 센 ‘접근불허성(inaccessibility)’을 가지며 바로 그 덕에 캐치한 복고풍 사운드 때문에 아슬아슬했던 펑크의 순도를 일정 정도 유지하고 있다.

메시지(가사)는 감상주의적이고 반발적인 수사학으로 점철되어 있다. “거짓과 협잡이 난무하는 세파의 패악질”을 “두 눈 치켜 뜨고” 바라보는 “청춘”은 [Viva No Brain]의 주된 페르소나로 자본주의 경제 원칙(“피로 물든 지폐 한 장”)에서 소외되고 익명화(“멍에 찌든 이름 석자”)된 청춘이다. “담배 사면 차비가 모자”란 이들에게 “인터넷, 미디어, 새로운 경향” 역시 “보편을 앞세운 폭력”일 뿐이다. 불만(사람은 사람을 잡아먹고/이 나라는 그렇게 썩어 가누나), 좌절(썩어 가는 무능한 영혼이여), 고독(홀로 자위를 하며/ 곧 죽어도 모르리), 무기력(난 그저 멍청히 앉아있네) 등 그 안에서 느끼는 부정적 정서는 선동, 파괴, 합일(공동체)의 다짐을 통해 해갈되고 있다. 물론 그 합일은 “웃고 울고만 있”는 “아름다운 세상”과는 조롱이나 풍자가 아니라면 화해할 생각이 없는 펑크적 화합이다.

아쉬운 건 이런 화합이 공동체의 일원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친숙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식이지만 펑크이기 때문에 불변하는 에토스를 하나 들이대 보면 펑크는 다차원적인, 즉, 구조적인 충격 요법을 통해 가장 익숙한 구성원에게까지 정서적 트라우마를 안겨줌으로써 새로운 ‘의식’으로 환기시켜야 한다. 그 새로운 의식으로의 환기가 여기에선 쉽게 보이지 않는다. 복고나 주류 코드를 끌어다 펑크에 합류시켰다는 점 때문이 아니다. 그것들을 노 브레인의 틀 안에서 보다 ‘낯선’ 장치로 만들고 있지는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서구가 아닌 한국의 인디 펑크 씬에서 이런 ‘거리감’이 얼마나 가치 있는 에토스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라고 반문한다면 대답하진 못하지만. 20010730 | 최세희 nutshelter@hotmail.com

6/10

수록곡
1.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2. 불타는 젊음
3. 이제 나는
4. 어둠 속을 걷다
5. 투혼
6. 암중모색
7. 거세
8. 아름다운 세상
9. 텅빈 세대
10. 사람은
11. 태양은 머리 위에
12. 살고 싶소
13. 해변으로 가요
14. 노 브레인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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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레인, [청년폭도맹진가] 리뷰 – vol.2/no.16 [20000816]
노 브레인, [Never Mind The Sex Pistols, Here’s The No Brain] 리뷰 – vol.3/no.10 [20010516]

관련 사이트
노브레인 공식 사이트
http://cujo.co.kr/nobrain3/index.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