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Cool) – Jumpo Mambo – S.M. Entertainment, 2001 7년(혹은 그 이상)동안 댄스 그룹으로 살아남는 법 대중음악을 한다는 것, 그것도 댄스 가수(주로 그룹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본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것도 데뷔한지 수년이 지난 ‘고령’의 댄스 그룹이라면, 과연 그들은 단명(短命)이 공식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한국의 대중음악판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거나 할 수 있)을까? 올해로 데뷔한지 7년이 되는 댄스 그룹 쿨(Cool)의 여섯 번째 정규앨범을 듣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그렇게 유별난 일은 아닐 듯하다. 왜냐하면 이들이 소개될 때 종종 ‘최장수 댄스 그룹’이라는 수식이 ‘훈장’처럼 따라 붙기 때문이다. 1994년, 강남 모 나이트클럽에서 5년 간 디제이로 활동해온 김성수를 포함하여 이재훈, 최준명, 그리고 (삭발로 유명해졌던) 유채영의 라인업으로 데뷔했던 쿨은 2집 앨범부터 최준명과 유채영이 빠지고 그 자리를 유리로 채운 뒤 “작은 기다림”, “운명”, “또 자 쿨쿨”, “해변의 여인”, “미절” 등을 히트시키며 현재에 이르렀으니 이들을 그렇게 부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른바 ‘쿨 표’ 노래들을 들을 때 드는 느낌은 다분히 양가적이다. 이를테면 데뷔한 지 7년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 차트 상위권에 곡이 올라가며 왕성하게 방송 출연을 한다는 것’에 대한 대견함(비슷한 어떤 것)과, 데뷔한 지 7년이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난기 많은, 발랄하고 쾌활하며 천진난만한 이미지의 그룹으로서만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씁쓸함(비슷한 어떤 것)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는 점이 그렇다. 왜일까? 만약 6집을 홍보하며 멤버들이 ‘음악성을 살리려 애썼다’거나 ‘앞으로 방송 활동을 자제할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이전보다 ‘성숙한’ 이미지를 예고하던 모습을 보았거나 보컬인 이재훈이 새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어떤’ 팬이라면, 이번 앨범을 구입하며 나름대로의 기대를 품었을 법도 하다. 하지만 ‘혹시나’하는 기대감으로 뚜껑을 열었을 때 드는 기분은 정작 ‘역시나’하는 실망(절망?)감의 확인이다. 물론 여전히 이재훈의 바이브레이션과 유리의 (아우! 아우! 하는)코맹맹이 보컬은 매력적이고, 뜬금 없이 혹은 예상대로 곡 중간에 삽입되는 김성수의 ‘깨는’ 중얼거림(랩) 역시 쿨 표 노래 듣기의 재미를 주기도 한다. 게다가 한 때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 종종 흐르던 “After The Love Has Gone”으로 익숙한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가 세션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은 이번 앨범에 제법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당연히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참여가 그 자체로 이 앨범의 음악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첫 곡 “좋은 세상 만들기”에서 들리는 그들의 훵키한 브라스 연주는 듣는 이의 귀를 잡아끈다(단, ‘사회소외계층에 대한 개인적인 동정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가사 내용은 논외로 했을 때). 또한 타이틀곡인 “Jumpo Mambo”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 공주(The Little Mermaid)]의 주제곡인 “Under The Sea”와 매우 유사한 도입부를 보인다는 점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면, 경쾌하게 변주된 맘보 리듬 위로 주고받는 남녀 보컬의 재미를 느낄만한 곡이다. 그밖에 “믿어? 믿어!”, “Queen Of The Night”과 같이 귀에 ‘꽂히는’ 몇몇 곡들을 포함하여 쿨의 6집은 전체적으로 (이들의 이전 앨범들처럼) 춤추기 좋을만한 곡과 발라드가 대략 6:4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사실 비싼 돈주고 앨범을 사는 팬들에게 기획사가 주는 충분한 ‘배려’라기보다, 여름이 끝나 댄스곡의 수명이 다한다해도 가을에 ‘다시’ 밀어붙일 여지를 염두에 둔 댄스 음반의 전형적인 마케팅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어쨌든, 그래서 이번 앨범은 쿨의 ‘변신’이 아닌 ‘현상 유지’에 더 큰 기대를 가지는 팬들에게는 결코 실망스럽지 않은, 충분히 만족할만한 앨범일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란 모름지기 변화할 때를 영악하게 잘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모습은 제법 안타깝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미 서른인, 그리고 머지않아 서른을 앞 둔 이들이 십대 후반이거나 이십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에게 ‘팔려야만 하’는 한국 대중음악판의 뭐 같은 상황 때문이거나, 이러한 상황에서라면 이들을 각종 토크쇼와 쇼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심증(과 그 확인)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들을 포함해서, 무엇보다 이들이 7년 동안 그리고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健在)’할 수 있는 방법이란 정말 이런 길밖에 없지 않나 하는 우려가 확신으로 바뀌며 ‘절망감’마저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단지 안타까움이라는 말로 간단히 설명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물론 이런 절망감은 단지 쿨에게 한정된 것이 아닌 한국 대중가요시장, 전체에 대한 것이지만). ps. 사족이겠지만, 오는 8월 25일, 쿨은 서울 쉐라톤 워커힐에서 ‘성인용 콘서트’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성인’이라는 단어는 왠지 ‘성인 사이트’할 때의 그 어감이지만, 어쨌든 ‘함께 늙어 가는 팬’들을 위한 색다른 서비스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왜 굳이 워커힐 ‘호텔’인 것일까? 이른바 ‘성인’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할 때 그(런)곳 이외에는 상상이 안 되는 것일까? 20010725 | 차우진 djcat@orgio.net 4/10 수록곡 1. 좋은 세상 만들기 2. Jumpo Mambo 3. 오래된 연인 4. 비밀 5. 이별로 배운 사랑 6. 소중한 사람아 7. 애구애구(愛句愛句) 8. 믿어? 믿어! 9. 밤 10. Queen Of The Night 11. You & I 12. 하늘로 쓰는 편지 13. 천사에게 14. Someday 15. Weekend 16. 친구가 된다는 건 관련 사이트 쿨(Cool) 6집 공식 사이트 http://www.smtown.com/smtown/smtrax/cool6/start.html 쿨(Cool) 팬 사이트 http://coolzip.woorizi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