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801042619-neu75Neu! – Neu! 75 – Gronland/Astralwerk, 1975/2001(re-mastered)

 

 

앰비언트 미니멀리즘과 프로토 펑크의 결합

재발매된 앨범의 리뷰는 [weiv]에서 처음이 아닌가 싶다. 원래의 기획은 3년 동안 찾아다니던 노이!(Neu!)를 어느 외국 인터넷 음반 쇼핑몰에서 드디어 찾아내고 흥분한 필자의 ‘노이! 재발매!(되다니…)’와 관련한 특집이었으나 능력과 자료의 부족으로 부득이 다음 호로 미루게 되었다. 우선 ‘예고편’으로 노이!의 마지막 앨범인 [Neu! 75]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한다.

클라우스 딩어(Klaus Dinger)와 미하엘 로테르(Michael Rother)의 듀오로 구성된 노이! – 독일어로 ‘새로운’이라는 뜻이다 – 는 초기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멤버였다. 크라프트베르크는 한때 테크노 음악이 (어처구니없게도) [뮤직 탱크] 같은 지상파 TV 프로그램에서 유행할 때, 몇몇 선각자 내지는 잡지들이 “테크노는 그런 게 아니라 독일의 크라프트베르크에서 시작된 깊은 역사를 가진” 음악이라고 가르쳐 주시면서 알려졌다. 물론 “Radioactivity”(1975)의 사랑스러운 선율은 독일 음악은 베토벤 빼고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 이거!’라고 외칠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그룹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수많은 빌보드 1위 곡 중에 좀 특이한 케이스 정도로 기억될 뿐이었다. 여하튼 크라프트베르크의 초기 스타일은 조금 더 실험적인 사이키델릭 록이라고 하는데, 1971년 두 그룹이 갈라서면서 크라프트베르크는 ‘인간-기계'([Die Mansch Maschine], 1978)의 전자 음악으로, 노이!는 보통 ‘모토릭'(motorik)하다고 표현되는 ‘노이!-비트'(Neu!-beat)로 나아갔다.

이미 1973년 두 번째 앨범을 만든 후 노이!는 사실상 해체된 상태였다. 로테르는 다른 크라우트 록(kraut rock) 그룹인 클러스터(Cluster)와 함께 하모니아(Harmonia)라는 그룹을 결성했고, 딩어는 한스 람페(Hans Lampe)라는 드럼 연주자와 라 뒤셀도르프(La Dusseldorf)로 활동했다. 관련 자료를 힘닿는 데까지 다 뒤져보았지만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는 없었고 어쨌든 1975년 재결성되어 사실상 마지막 앨범인 [Neu! 75]를 내놓게 되는데, LP 레코드의 A면/B면을 1부/2부로 나누어 1부는 로테르의, 그리고 2부는 딩어의 음악적 지향을 중심으로 녹음되었다.

1부를 시작하는 “Isi”는 3화음의 피아노가 깊고 편안하게 짧게 깔린 후 곧바로 강박적인 드럼 비트(노이!-비트)위에 기타, 키보드, 피아노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3번 반복되면서 끝까지 지속된다. 이 곡은 데뷔 앨범인 [Neu!](1972)와 두 번째 앨범 [Neu! 2](1973)에서 시도된 노이!-비트의 음악적 계승이자 형식적 완성이다. 노이!의 전체 앨범에서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것은 “Isi”처럼 거의 현대 테크노의 느낌에 가까운 ‘노이!-댄스’와 아방가르드-록 앰비언트인 ‘노이!-포스트록’의 교차이다. E코드 아르페지오의 베이스로 시작하는 “See Land”가 ‘노이!-댄스’의 ‘느·리·게’ 버전이라면, “Leb Wohl”(정작 바다 소리는 이 곡에서 나온다)는 피아노와 몇몇 효과음, 그리고 서정적인 보컬로 구성된 미니멀리즘 앰비언트이자 대자연의 미메시스이다.
노이!의 음악은 1부에서 사실상 총정리된다. 2부는 결말 후의 새로이 계속되어야 할 발단을 암시하듯 펑크(punk)의 원형을 보여준다. 물론 디스토션이 강하게 걸린 거친 기타의 음색이나 절규하는 목소리와 같은 펑크의 전형과는 거리가 있고, 일반적인 의미의 미국 풍 프로토 펑크(proto-punk)와도 공통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더 강해진 노이!-비트의 그루브와 코드 스트로크 중심의 기타 연주는 영국의 펑크와는 그 근원이나 의미상으로는 전혀 상관이 없음에도 그 형식의 미학을 충분히 제시한다. 만약 노이!나 크라우트 록(Krautrock)을 아트 록의 하위 범주로 생각한다면 “Hero”, “E-Musik” 그리고 “After Eight”은 아트 록과 펑크 사이의 훌륭한 절충이자 아트 록이 할 수 있는 최대한도의 펑크로의 접근이다. “E-Music”에서 이펙트를 통해 변조된 드럼의 음색은 단순히 크라우트 록이 전자 테크놀러지를 자주 썼다는 것을 넘어서 록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스테레오랩(Stereolab), 트랜스 앰(Trans Am)과 같은 포스트록 그룹들에게 노이!의 음악이 하나의 모범이 되었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이 앨범을 끝으로 노이!는 다시 해산되고 로테르는 솔로로 독립한다. 비틀스(Beatles)를 말하면서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를 빼놓을 수 없듯이 노이!를 들으면서 크라우트 록이라는 장르나 캔(Can), 파우스트(Faust)에 관한 설명을 생략할 수는 없다. 이들의 재발매가 갖는 의미, 앨범 커버, 크라우트 록의 의미와 형식, 후대에 끼친 영향 및 기타 사실적인 사항 등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다른 앨범도 아직 있으니깐 다음 호의 시리즈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20010728 | 이정엽 fsol1@hananet.net

9/10

수록곡
1. Isi
2. See Land (Sea Land)
3. Leb Wohl (Live Well)
4. Hero
5. E-Musik (E-Music)
6. After Eight

관련 사이트
Astralwerks 레이블 사이트에 있는 Neu! 사이트
http://www.astralwerks.com/neu
Kraftwerk 사이트
http://www.kraftwe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