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뉴욕에서는 턴테이블리즘 팬들이나 턴테이블리스트들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두 개의 공연이 있었다. 4월 하순의 X-ecutioners와 Jurassic 5의 조인트 공연과, 5월 중순의 제 5회 ‘Battle Sounds Turntablist Festival’이 바로 그 공연들인데, 사실 밀린 숙제의 부담 속에 기말을 맞은 대학원생 입장에서 양쪽을 모두 보러 가는 것은 버거운 일인지라 많은 고민을 했다. Jurassic 5의 공연은 이미 두 차례나 보았고 X-ecutioners의 간판, Rob Swift 역시 이전에 짧게 나마 출중한 손재주를 목격했었다는 이유로 과감히 첫 번째 공연은 포기하고 다양한 배틀 디제이들이 대거 출연하는 후자의 공연만 보기로 일단 결심을 했는데 마음이 여간 심란한 게 아니었다. 결국, 첫 번째 공연의 경우 이스트코스트 턴테이블리즘의 간판인 X-ecutioners 4인방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이고, 한편으로 두 공연을 연이어 본다면 현재의 턴테이블리즘의 붐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생각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정당화를 하면서 과감히 양 공연을 모두 보러 가기로 최종 결정을 해버렸다.

턴테이블의 달인, X-ecutioners

Jurassic 5와 X-ecutioners의 조인트 공연을 보러 간 건, 따라서 순전히 후자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기 위한 게 목적이었다. 하드코어 래퍼 듀오, Scientific과 뉴욕 프리스타일 MCing의 제왕, Supernatural의 오프닝이 끝난 후, X-ecutioners에 앞서 무대에 오른 Jurassic 5의 연주는 실제로 작년 가을과 똑같은 포맷이었고, 때론 간단한 애드립이나 농담까지도 그때와 똑같은 걸 써먹어 다소 실망스럽긴 했다 – 물론 예의 Cut Chemist와 Nu Mark의 노련한 디제잉과 네 엠씨의 능수능란한 래핑과 무대장악능력은 다시 봐도 즐겁고 신났지만. (Jurassic 5의 2000년 가을 공연에 대해서는 ‘Jurassic 5 in New York’ 참조)

이 날 공연의 백미는 기대했던 대로 X-ecutioners의 무대였다. 이들의 무대는 일본 출신의 톱 클래스 턴테이블리스트인 DJ Honda의 멘트 하에 진행되었는데, 그는 특별 게스트로 중간에 무대에 올랐던 뉴욕 올드 스쿨의 전설, Busy Bee와 함께 공연에 재미를 더했다. DJ Honda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Rob Swift, Roc Raida, Total Eclipse, Mista Sinista는 4개의 턴테이블을 50여분 동안 말 그대로 휘젓고 다녔다. 4명이 각자 턴테이블 1대씩을 맡아 함께 연주를 하거나, 여러 조합으로 2명씩 짝을 지어 턴테이블 2개씩을 떠맡아 합주 혹은 배틀을 벌이는 장면도 흥미로웠지만, 역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4명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5분 여씩 솔로 배틀을 벌이는 것이었다.

20010716093334-01_X-ecutioners사진설명 : X-ecutioners 4인방의 화려한 공연 모습
사실 각자의 솔로 활동 등의 화려한 경력이나 연륜으로 볼 때, 이들 멤버 중 어느 누가 기량이 앞선다고 섣불리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1980년대 후반, X-ecutioners의 전신인 X-Men의 멤버로 가장 먼저 뉴욕 디제이 씬에 이름을 등록했던 Roc Raida나 비트 저글링 혁명의 급진적 진행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던 Rob Swift를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Mista Sinista나 Total Eclipse의 못지 않은 화려한 기량은 그러한 선입견을 무색케 만들 정도였다. 아울러 네 디제이는 변화무쌍한 스크래칭과 비트저글링 기술 외에 온 몸을 이용하는 화려한 곡예로 관객들을 열광시켰는데, 가령 뒤로 돌아서거나 팔을 가랑이 밑으로 한 상태에서 여러 턴테이블과 믹서를 종횡무진 오가며 연주하는 식이었다. 이는, 뒤에도 언급하겠지만, 기술적 진보에만 집착하며 신체적 한계에 도전하던 1980년대 후반기의 이전 세대 디제이들의 모습을 부분적으로 계승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한편으로 베이 에리어의 턴테이블리스트들과 X-ecutioners를 구분짓는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MP3
01. X-ecutioners
02. Cut Chemist & Nu-Mark

제 5회 Battle Sounds Turntablist Festival

사실 X-ecutioners의 공연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난 달에 있었던 제 5회 Battle Sounds Turntablist Festival이 보다 인상적이었다. 여러 차례 유명 턴테이블리스트들의 공연을 봐왔지만, 이 공연처럼 ‘턴테이블리즘’ 자체에 대한 경배를 목적으로 10여명의 유명 턴테이블리스트들이 참여하여 차례로 기량을 뽐내는 대형 이벤트를 감상한 건 처음이었다. 사실 연례적으로 벌어지는 DMC나 ITF의 디제이 대회는 각 대륙별 지역 예선과 본선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기술 경연대회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Future Primitive Soundsession’ 같은 디제이 배틀 시리즈는 베이 에리어 지역에서만 진행된다는 점에서 쉽게 접하기가 어려운지라, 이 ‘Battle Sounds Turntablist Festival’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대가 컸던 턴테이블리즘 이벤트였다

이 이벤트 시리즈를 기획한 John Carluccio는 1990년대 중반부터 턴테이블리즘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한 뉴욕 언더그라운드 디제이 씬의 감초 같은 인물이다. 지금까지 ‘Battle Sounds Turntablist Festival’ 시리즈는 뉴욕의 X-Men, The 5th Platoon, 베이 에리어의 DJ QBert, Babu, 그리고 탈지역적인 괴물 디제이 집단인 Allies를 비롯한 다양한 턴테이블리스트들이 거쳐갔는데, John Carluccio는 단순히 이 이벤트를 기획해 왔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진행된 총 4회의 라이브 실황을 담은 비디오들과 다큐멘터리, [Battle Sounds Hip_Hop Documentary](1997)를 제작, 보급해 왔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힙합과 영화의 조우: 힙합 다큐멘터리 감상하기’를 참조).

Jurassic 5와 X-ecutioners의 조인트 공연에 주로 일반 팬들(거의 백인 젊은이들)이 몰려왔던 것에 비해, 이날은 상당수의 턴테이블리스트들과 지망생들(물론 다양한 인종과 에쓰닉(ethnic) 정체성의 젊은이들)이 좌석을 차지하였다. 공연 전에 잠시 옆 좌석에 앉은 젊은 아프로-아메리칸 흑인 친구들과 얘기를 했었는데, 이들은 할렘에서 활동하는 턴테이블리스트라고 자신들을 소개하였다. Babu, Mix Master Mike, The 5th Platoon, Rob Swift를 좋아한다는 이 친구들은, 훵크나 일렉트로니카는 좋아하지만 지금의 랩 음악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 얘기가 끝날 무렵 갑자기 한국의 턴테이블리즘에 대해 이런 저런 질문을 해서 필자를 적잖이 당황(?)시켰다.

공연은 저녁 8시부터 크게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무려 세 시간이 넘게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Hop-Fu’라는 제목으로 오래된 쿵푸 영화와 턴테이블리즘의 퓨전 연주가 시도되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건 굉장히 재미있는 생각인데, 말하자면 스크린에서 쿵푸 영화가 상영되고 그 영상과 대사에 맞춰 한 켠에 자리잡은 턴테이블리스트들이 연주를 하는 것이다. 턴테이블 데크를 맡은 Kolabz 크루의 DJ IXL과 DJ Excess는 쿵푸 대결이 격렬해지면 보다 과격한 스크래칭과 비트로 이에 맞추고, 제자가 사부를 배신하는 장면에서는 비장미가 드러나는 믹싱을 가미하는 식으로 영화의 재미를 배가했다. 디제이들이 일종의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와 비슷한 역할을 한 셈인데, 쿵푸와 같은 무술영화와 힙합의 오래된 제휴 관계를 이젠 보다 직접적인 퓨전의 형태로 드러내고자 하는 이런 시도는 굉장히 참신해 보였다.

20010716093334-02_Z-Trip사진설명: Z-Trip의 노련한 디제잉 모습
본 공연인 2부와 3부에서는 미국 각지의 유명 턴테이블리스트들이 솔로 혹은 듀엣 형태로 무대에 올라와 자신들의 기량을 펼쳤다. 이번 공연을 John Carluccio와 함께 준비한 Z-Trip이 제일 먼저 무대에 올랐다. Bomb HipHop 레이블의 간판스타이자, 애리조나주 피닉스 출신으로 남부를 대표하는 백인 턴테이블리스트인 Z-Trip은 특유의, 팝이나 록 음악의 익숙한 음원들을 믹싱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스크래칭을 가미하는 무난한 솔로 연주를 들려주었다. 뉴욕 DJ, Mysterio(물론 프로레슬러 Mysterio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의 짧은 연주에 이어, 피닉스 턴테이블리즘 씬을 Z-Trip과 양분하고 있는 Radar가 무대에 올라 특유의 비트 실험을 하고 난 뒤 2부의 마지막은 뉴욕의 간판 디제이 패거리인 The 5th Platoon이 장식하였다.

사실 The 5th Platoon은 뉴욕 내에서 X-ecutioners에 못지 않은 지명도와 연륜, 실력을 겸비한 베테랑 턴테이블리스트 집단이다. 10년이 넘게 활동하는 사이, 지금은 베이 에리어로 활동지를 옮기긴 했지만 Vinroc과 같은 당대 최고 기량의 턴테이블리스트 중의 한 명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실력파 여성 디제이인 Kuttin Kandi를 비롯해 Roli Rho, Neil Armstrong 등을 중심으로 여전히 뉴욕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잠시 얘기가 딴 데로 흐르는 것 같지만, The 5th Platoon은 멤버들이 아시아 출신 이민이거나 이민 2세대들이다. 특히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계가 대부분이고 한국인 2세도 한 명 있다. 현재의 턴테이블리즘 씬은 지형적으로 따져본다면 크게 베이 에리어, 뉴욕, 캐나다의 몬트리올이 일종의 삼각지를 형성하며 톱 클래스 턴테이블리스트들을 배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뉴욕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들은 동남아 출신 이민 혹은 (이곳의 표현을 빌자면) Asian Pacific American이 이들 디제이의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양대 패거리인 Invisibl Skratch Piklz와 Beat Junkies의 멤버 상당수가(가령 DJ QBert, Shotkut, Apollo처럼) 그곳 출신들이고 몬트리올의 간판인 Kid Koala나 DJ P-Love도 마찬가지다 – 상대적으로 뉴욕의 턴테이블리즘 씬은 아프로-아메리칸 출신이 많은 편인데, 아시안 계통의 The 5th Platoon은 덕분에 이 곳에서는 상당히 독특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Triple Threat DJs(Vinroc, Apollo, Shotkut의 트리오)처럼, 미국과 아시아를 오가며 (일본의 턴테이블리스트들을 포함하여) 아시안계 디제이들을 국제적으로 규합하기 위한 일종의 ‘범아시아 디제이 운동(pan-Asian DJ movement)’을 벌이는 턴테이블리스트들도 있는데, 사실 턴테이블리즘 씬이 왜 이렇게 아시안계 디제이들에 의해 1990년대 중반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복합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가령 이들의 복잡다난한 이민 역사와 미국 내에서 특히 세분화된 특정 지역에서의 정착과정에서부터 각 지역 힙합 씬의 역사와 개별적인 개인사에 이르는).

20010716093334-03_RobSwiftMistaSinista사진설명: Rob Swift(우)와 Mista Sinista
The 5th Platoon 멤버들의 솔로 배틀 연주가 끝나고 10여분의 휴식 후, 다시 Z-Trip이 무대에 오르면서 3부가 진행되었다. X-ecutioners가 키우고 있다는 Precision의 짧은 연주에 이어, Mista Sinisata와 Rob Swift가 무대에 올라 불꽃튀는 턴테이블 대결을 벌였는데 지난 X-ecutioners의 공연과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하였다. 마지막 무대는 Mr. Dibbs와 T-Rock의 듀엣 공연이었다. 이미 Bomb HipHop의 [Return Of The DJ] 시리즈를 통해 명성을 세상에 알렸던 이들은, 거의 30여분에 이르는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적절한 믹싱과 뛰어난 스크래칭 기량을 바탕으로 섹스와 육체에 관한 ‘턴테이블 메타포’를 선사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01. Z-Trip
02. Mysterio
03. Radar
04. The 5th Platoon

턴테이블리스트의 정체성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두 차례의 턴테이블리스트 공연은 필자에게 현재의 턴테이블 디제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안겨다 주었다. 사실 턴테이블리즘이란 단어가 일반 음악팬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1990년대 중반 이후지만, 디제잉의 역사는 어느덧 4반세기에 이르렀다. 애초에 Grand Wizard Theodore에 의해 스크래칭이 창조된 이후 디제잉 테크닉은 DJ Grandmixer DXT, DJ Kool Herc, DJ Grandmaster Flash, DJ Jazzy Jay 등에 의해 1980년대 초반까지 발전을 거듭하지만, 이 시기의 소위, ‘올드 스쿨 디제잉’은 독자적인 사운드로서의 성격이 미약했으며, 좋게 말하자면 MCing과의 절충적인 균형이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이런 와중에 Grandmixer DXT가 Herbie Hancock의 [Future Shock](1983) 앨범에 참여하면서 다음 세대 디제이 씬의 형성에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다. Herbie Hancock의 재즈-훵크 사운드와 결합한 DXT의 과격한 스크래칭은 이 앨범의 음악적, 상업적 성공과 함께, 디제잉이 주류 대중음악에 새롭게 편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동시에 테크닉적 부분과 시각적 측면에 대한 또 다른 관심이 대두되면서, 1980년대 중, 후반의 2세대 디제이들은 테크닉 연마와 이의 시각적 재현에 더욱 몰두하게 된다. 게다가 이 시기에 만들어진 ‘New Music Seminar’나 ‘DMC’의 디제이 경연대회는 이들 디제이에게 사운드적 진화보다는 테크닉과 곡예에 가까운 시각적 묘기를 입상 기준으로 제시함으로써 소위, ‘배틀 디제잉’을 디제이의 소명으로 부여하였다. 특히 뉴욕의 Supermen 크루(DJ Aladdin, DJ Miz 등)는 놀라운 곡예와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스크래칭으로 세계 정상에 오르면서 배틀 디제이의 이상형을 제시하였고 세계 각지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디제이들이 출현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중반에 베이 에리어에서 Invisibl Skratch Piklz가, 그리고 뉴욕에서 X-Men이 급부상 하면서, 턴테이블 디제잉의 경향에 거대한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놀라운 테크닉으로 배틀 디제이 씬을 평정한 Invisibl Skratch Piklz는 배틀 디제이들에게 스피드와 곡예만이 턴테이블 연주의 모든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고(물론 초기 DMC 결승에서 멤버 중 한 명인 DJ QBert가 독일 출신 DJ David의 ‘접시 돌리기 서커스’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던 것이 곡예 연주에 대한 회의와 포기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보다 다양한 실험적 사운드들을 끊임없이 선보이면서 대안적 ‘턴테이블 뮤직’을 제시하였다. 한편으로 이들의 라이벌이기도 했던 X-Men 크루는 비트 저글링과 같은 혁신적 기술을 개발, 발전시킴으로써 사운드적으로나 테크닉적으로 턴테이블리스트들에게 거대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이들 양자와 함께, 이들의 라이벌(Beat Junkies와 같은) 그리고 후배 턴테이블리스트들(Allies와 같은)의 기술적, 사운드적 진화는 이른바 ‘턴테이블리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 턴테이블리스트들을 현재의 힙합, 나아가 대중음악의 지형 내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자리잡게 만들었다. 특히 뉴욕의 ‘Battle Sounds Turntablist Festival’은 베이 에리어의 ‘Future Primitive Soundsession’과 함께 대표적인 턴테이블리즘 공연 시리즈로서, 1990년대 중반 이후의 턴테이블리즘의 발전 과정에 대한 일종의 산증인의 역할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턴테이블리스트들은 더 이상 테크닉과 곡예를 바탕으로 한 배틀 디제잉에만 연연하지 않는다. 물론 X-ecutioners나 Allies처럼 여전히 배틀에 대한 미련과 단념 속에서 갈등하는 이들도 있지만, Beat Junkies나 Triple Threat DJs 등의 최근 활동은 턴테이블리즘을 음악적으로 뿐 아니라 음악외적으로도 새로운 단계로 진화시키려는 턴테이블리스트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가령 앞서 언급한 ‘범아시아 디제이 운동(pan-Asian DJ movement)’이 그런 예이다.

힙합이 음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다양한 자양분을 흡수하며 그 하이브리드한 본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지금, 턴테이블리즘 또한 그러한 힙합의 현재 지형 하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턴테이블리스트들이 이용하는 음악적인 소스 뿐 아니라, 국제적인 수준에서의 다양한 지역 턴테이블리즘 씬의 형성, 그리고 멀티에쓰닉(multi-ethnic) 디제이들의 약진과 범지구적인 결합 과정 등은 이들 턴테이블리스트의 정체성을 기존의 음악적, 문화적 범주로 정의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턴테이블리즘과 턴테이블리스트들의 하이브리드한 정체성에 대해(음악적인 것이든 문화적인 것이든)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아울러 그들의 음악과 다양한 활동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20010713 | 양재영 coct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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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Asphodel Record의 X-ecutioners 페이지
http://www.asphodel.com/artists/xecutioners
Battle Sounds 기획제작팀의 공식 사이트
http://www.battlesoun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