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tain Soul – Beat Your Crazy Head Against The Sky – Poptones, 2001 미소지으면서 돌아보는 과거의 어떤 싸이키델리아 이 앨범 [Beat Your Crazy Head Against The Sky]가 팝톤스(Poptones)라는 레이블에서 발표되었고, 팝톤스는 크리에이션(Creation) 레이블을 소니에게 팔아치운 뒤 앨런 맥기(Alan McGee)가 새로 차린 레이블이라는 정보가 꼭 필요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런 정보를 듣지 않았더라도 이 신인 밴드의 데뷔 음반은 팝/록의 역사, 그 중에서도 특히 싸이키델릭 팝/록 계열의 ‘아카이브’를 보는 듯하다. 음반 표지의 그림은 1960년대 후반 싸이키델릭 밴드들의 음반 커버나 공연 포스터를 빼다 박았을 뿐더러 밴드의 이름마저 1966년 발표된 버즈(The Byrds)의 노래 제목으로부터 따온 것이다. 이렇게 말해 놓고 캡틴 소울의 음악이 ‘싸이키델릭 포크 팝으로부터 영향받은 모던 록 스타일’이라고 덧붙인다면 사족일 것이다. 물론 캡틴 소울의 음악은 1960년대 미국 웨스트코스트의 포크 록 밴드보다는, 간단히 말해 자국의 (빛나는?) 전통에 더욱 많이 빚지고 있다. 한마디로 캡틴 소울의 음악은 크리에이션을 참고했던 밴드 라이드(Ride)를 다시 참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참고로 말하면 크리에이션 레이블의 이름은 1960년대 싸이키델릭 밴드였던 크리에이션(Creation)에 대한 오마주로 붙인 것이다). ‘옛날 음악’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좀비스(The Zombies), 투머로우(Tomorrow) 등의 이름을 나열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과거에 대한 참고’라는 소개에 이 음반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멜로디는 훌륭하고, 멜로디가 강한 음악을 비판하는 것은 곤란하다. 한때 유행했던 ‘순도 높은 영국산 멜로디’라고 말하면 감이 올 것이다. 혹은 ‘망각하고 있던 팝의 고전(lost classic) 같다’는 표현도 괜찮을 것이다. 음의 도약이 크지 않은 버스(verse)를 지나서, 한번 높게 도약한 뒤 고음에서 구르는 코러스는 ‘언제 들어도 좋은’ 멜로디다. 팔세토 창법이 많이 들어가고 화음이 딱딱 맞는 보컬 코러스도 상큼하기 그지없다. 이런 멜로디는 친숙한 코드 진행과 만나면서 안정감을 더한다. 예를 들어 “T-shirt 69″처럼 (카포를 두 번째 프렛에 끼우고) D 코드에서 D-C#-A-B로 하강 이동하는 베이스 라인이나, “What’s It All About”처럼 I-IV-ii-V(예를 들어 A-D-Bm-A)로 진행하는 패턴은 단지 ‘올디스’의 노스탤지어가 아니라 ‘잊고 있던 클래식’의 향취를 전한다. 한때는 흔했지만 요즘은 흔치 않다는 의미다. 각종 이펙트를 섞어서 만들어내는 음향의 짜임새도 ‘어떤 전통’에 충실하다. “Headlight”처럼 매우 시끄러운 부분도 있지만 극한적인 노이즈라기보다는 좋은 사운드 믹싱을 위한 방편 중의 하나로 보인다. 싱글 커트된 예쁜 소품의 팝 “T-shirt 69″가 누구도 싫어하기 힘든 곡이라면, 불길하게 둥둥거리는 베이스, 피드백 노이즈와 백워드 기타, 단조의 멜로디가 섞이는 “Coming Up For Air”는 여러 가지 시도를 골고루 구현한 곡이다. 플루트 소리가 예쁜 “Fragile As A Butterfly” 같은 분위기 전환용도 중간에 들어 있다. “There Goes My Life”는 만약 이 곡을 라디오에서 처음 들었다면 ‘스톤 로지스가 재결성되었나’라는 말이 나올 만한 곡이고, 뿌연 안개 가득한 장소에서 연주하는 듯한 “Something To Believe In”의 전반부는 지저스 앤 메리 체인(Jesus And Mary Chain)의 초기작 혹은 더 멀리 소급하면 필 스펙터(Phil Spector)가 프로듀싱한 트랙을 접하는 것 같다. 이런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음악인의 재능 못지 않게 그곳 팝 음악계의 재생산 시스템의 능력이 놀라와 보인다. 과거의 유산을 단지 노스탤지어로 패키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에너지와 슬쩍 결합시키는 능력 말이다. 하긴, 얼마나 예뻐 보였으면 대서양 건너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브루스 존스턴(Bruce Johnston)과 프로듀서 테리 멜처(Terry Melcher)까지 이들의 음악을 듣고 홀딱 반해서 ‘한푼도 받지 않고 앨범을 프로듀스해 주겠다’고 말했을까. 그래서 결론은 “Don’t Look Back In Smile”로 낼까 말까 고민 중이다(사족: [Smile]은 라이드의 EP 제목임). 20010703 | 신현준 homey@orgio.net 6/10 수록곡 1. T-shirt ’69 2. Coming Up for Air 3. Your Time 4. Headlights 5. What’s It All About 6. Fragile as a Butterfly 7. There Goes My Life 8. Something To Believe In 9. Last Chance Saloon 10. When The Orchestra Plays 관련 사이트 Captain Soul 공식 사이트 http://www.captainsoul.com Poptones 레이블 공식 사이트 http://www.poptones.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