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ne Temple Pilots – Shangri La Dee Da -Atlantic, 2001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스톤 템플 파일러츠(Stone Temple Pilots)가 1992년 경 한국에서 어떻게 수용되었는가와는 무관하게 미국에서의 대접은 곱지 않았다. “당대에서 가장 경멸받는 밴드”라는 것이 이들의 ‘정체성’이었고 펄 잼을 모창했다는 이유로 ‘Stone Temple Pirates’, ‘Clone Temple Pilots’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전작 [No. 4](1999)에 실린 ‘라디오 프렌들리(radio-friendly)’한 싱글 “Sour Girl”을 들으면서 형성된 이미지가 지배적일 것이다. 어쨌든 그런지의 거친 분노와 차분하고 세련된 발라드(이런 게 ‘포스트 그런지’인가?)를 겸비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스톤 템플 파일러츠가 ‘차분함과 강렬함을 동시에 지닌 밴드’이고, 스콧 웨일런드(Scott Weiland)가 ‘다양한 음색의 보컬을 구사하는 보컬리스트’라는 점은 예술성이라기보다는 상품성과 더 잘 어울린다. 이런 평가는 웨일런드의 약물 스캔들에 대한 동정심을 발휘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번 앨범에서도 트렌드 추종자로서의 능력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첫 트랙 “Dumb Love”는 최근의 얼터너티브 메탈 혹은 핌프 록의 신세대와 경쟁하려는 듯 디스토션 걸린 강력한 리프로 시작한다. 보컬은 초반부에서는 마치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처럼 사악하게 그르렁거린다. 전반적으로 지저분한 사운드, 중반부에서 코끼리 울음소리 같은 기타 솔로, 손을 슬쩍 댄 상태에서 피킹을 해서 따깍따깍거리는 소리를 만드는 등 기타 키즈들에게 어필해보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그렇지만 이것도 잠시. 다음 트랙인 “Days Of The Week”는 엉뚱하게도 단순한 코드 진행에 ‘월요일은 어쩌구, 화요일은 어쩌구’하는 식의 명랑한 보컬이 들려온다. 이제는 그린 데이(Green Day)도 이렇게 하기는 쑥스러울 법한데 이들은 거침이 없다. 그러다가 이어지는 “Coma”에는 스크래치로 시작하는 강력한 디스토션 기타가 다시 등장하고 보컬 음색도 그에 맞추어 조율된다. 다음 곡인 “Hollywood Bitch”에서는 펄 잼(Pearl Jam)의 “Do The Evolution”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니면 이들의 지난 앨범 [No. 4]에 수록된 “Heaven & Hot Rods”를 “자기 참고”한 것이든. 물론 “Sour Girl”을 잊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서 “Wonderful”, “Black Again”에서는 ‘정감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Hello It’s Late”에서는 경쟁상대를 자국의 후배로부터 영국의 라디오헤드(Radiohead)로 바꾼 듯 축 처지는 노래와 연주를 들려주며, “A Song For Sleeping”에서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더불어 포근하고 달콤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반은 ‘하드 록과 소프트 발라드의 황금의 결합’, ‘대중성과 작품성의 조화’를 이루고 싶은 한국의 록 음반 제작자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전범으로 보인다. 단, 1992년 경 이들과 함께 ‘그런지의 추종자’ 정도로 오해받았던 라디오헤드가 지금은 트렌드 세터(trend setter)이자 거물이 되어 있는 모습과 비교한다면,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돈은 좀 있겠지만. (정리: 신현준) 20010712 | 최경은 tzschery@hanmail.net 4/10 수록곡 1. Dumb Love 2. Days Of The Week 3. Coma 4. Hollywood Bitch 5. Wonderful 6. Black Again 7. Hello It’s Late 8. Too Cool Queenie 9. Regeneration 10. Bi-Polar Bear 관련 사이트 Stone Temple Pilots 공식 사이트 http://www.stonetemplepilo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