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716023516-stangetz_verybestStan Getz – The Very Best Of Stan Getz – Verve, 2001

 

 

보사노바(bossa nova)에 묻힌 거장의 진실을 만나다

재즈가 대중음악이냐 아니냐는 논쟁은 그 효용을 떠나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재즈가 동시대의 어떤 대중음악 장르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던 증거를 스탄 게츠(Stan Getz, 1927-1991)는 보여주었다. 국내에서도 스탄 게츠는 아마 케니 지(Kenny G) 다음으로 유명한 재즈 아티스트일 것이며, 앨범 명을 정확히 기억 못해서 그렇지 보사노바(bossa nova)를 국제적으로 알린 앨범 [Getz/Gilberto](1963)와 [Jazz Samba](1962)는 누가 들어도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일 음악들이다.

화려한 명성과는 달리 스탄 게츠는 참 불행한 뮤지션이었다.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갑작스런 인기와 부를 안겨준 보사노바의 성공은 그에게 자신의 음악을 이어갈 수 없게 만들었다. 1950년대에 새로운 스타일의 솔로연주와 작곡능력으로 음악적 전성기를 맞이하던 그는 1960년대 초 보사노바 앨범인 [Getz/Gilberto], [Jazz Samba]의 주체할 수 없는 성공으로 오히려 자신의 음악적 가능성을 보류한 채 제작사의 요구에 맞는 일정한 스타일의 음악과 남미(南美) 지역의 음악을 연주하게 되었다.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음악적 정점이라고 할만한 1950년대에 스탄 게츠는 뛰어난 앨범들이 많이 만들었다. [Hamp And Getz](1955), [For Musicians Only](With Dizzy Gillespie)(1956), [Stan Getz And The Oscar Peterson Trio](1957), [Stan Getz With Cal Tjader](1958) 같은 협연 앨범은 쿨(cool) 재즈를 넘어서 동시대의 모든 형태의 재즈형식을 앞선 연주로 풀어내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렇게 이루어진 그의 음악적 정점은 1961년 작 [Focus]에서 화려하게 만개하지만, 이듬해 발매된 보사노바 앨범 [Jazz Samba]는 그의 음악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지금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재즈 음반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앨범 [Getz/Gilberto]과 [Jazz Samba]는 전세계를 보사노바의 열풍에 빠지게 했지만, 뜨거웠던 만큼 급격히 식어간 보사노바의 열풍은 스탄 게츠의 영광을 가져간다. 이후 1970-80년대에 그는 뚜렷한 활동을 보이지 못한 채 1991년 폐암으로 굴곡 많은 생을 마감한다(보너스 정보 하나: 에브리씽 벗 더 걸(Everything But The Girl)의 1990년작 [The Language Of Life]에서 그의 마지막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앨범은 그를 가장 많은 굴곡을 거친 재즈뮤지션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흔히 그의 색소폰 연주는 포근하고 감수성 넘치는 낭만으로 이해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1950년대에 보여주었던 다양한 재즈 형식과 협연 뮤지션에 조응하는 뛰어난 연주 능력, 보사노바의 스타일을 확립했던 독창성, 그리고 감수성 넘치는 프레이즈 속에 펼치는 친근한 즉흥연주는 그를 ‘세상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재즈 앨범’의 주인공이 아닌 재즈를 한 단계 발전시킨 ‘테너 색소폰의 거장’으로 부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 앨범 [The Very Best Of Stan Getz]는 베스트 앨범이라는 성격상 당연히도 많은 대중들이 사랑했던 발라드 곡 위주로 선곡되었지만, 보사노바만으로 이해되던 그의 모습 이면에 있는 정통 재즈 거장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는 괜찮은 베스트 앨범이다. 두 장의 CD에 30곡이 가득 담긴 앨범에는 “Desafinado”나 “Corcovado”로 대표되는 보사노바의 빅 히트곡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친숙한 “Over The Rainbow”, “My Funny Valentine”, “Round Midnight” 같은 재즈 스탠다드까지 그의 매력을 가장 쉽게 표현해낼 수 있는 곡들로 가득하다.

혹, 이 글을 읽고 앨범을 들은 사람 중 그의 음악세계가 궁금하다면 아래 앨범들을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재즈의 변화와 발전을 가장 진솔하게 경험한 한 거장의 인생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20010713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8/10

추천앨범
[Hamp And Getz], 1955
라이오널 햄튼(Lionel Hampton)의 비브라폰(vibraphone)과 함께 한 배틀(battle)과 발라드를 오가는 초기 걸작.
[For Musicians Only], 1956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소니 스팃(Sonny Stitt)과 함께 한 비밥 앨범. 그가 나긋나긋한 재즈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Focus], 1961
낭만적이면서도 섬세한 그의 음색이 에디 소터(전설적인 재즈 작곡가, Eddie Sauter)의 창조적인 멜로디와 만났다. 스탄 게츠 재즈 미학의 정점.
[Jazz Samba], 1962 [Getz/Gilberto], 1963
보사노바의 교과서, 아직도 이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한 시대의 문화 유산과도 같은 앨범.
[People Time], 1991
케니 배런(Kenny Barron)과 함께 한 그의 유작 실황 앨범, 멤버들간의 따뜻한 호흡과 폐암 말기의 마지막 뜨거움이 섞인 절창.

수록곡
CD1
1. Desafinado
2. Manah de Carnaval
3. Girl From Ipanema
4. Corcovado(Quiet Night Of Quiet Stars)
5. Chega de Saudad(No More Blues)
6. Eu E Voce
7. Only Trust Your Heart
8. The Telephone Song
9. Melinda
10. (Little Rio) Un Poco Rio
11. Zigeuner Song
12. Midnight Samba
13. Time After Time
14. How About You?
15. Over The Rainbow

CD2
1. It Never Entered My Mind
2. My Funny Valentine
3. Stella By Starlight
4. I Remember Clifford
5. ‘Round Midnight
6. Too Close For Comfort
7. Serenade In Blue
8. Smiles
9. Thanks For The Memory
10. Exactly Like You
11. Blues For Herky
12. Ballad
13. You’re Blase
14. Keep Me In Your Heart(Chiedilo a Chi Vuoi)
15. It Don’t Mean A Thing

관련 사이트
재즈 전문지 [Down Beat] 사이트의 Stan Getz 페이지
http://www.downbeat.com/sections/artists/text/bio.html?from=go&id1=7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