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Deegie) – Insane Deegie – JAD, 2001 ‘미친 디지’의 제멋대로 세상 까대기 “아주 색다른 형식의 1인 시위, 콘서트를 통해 Deegie가 꿈꾸는 세상은… ” – MBC [생방송 화제집중] (2001.5.29) “이색적인 게릴라 콘서트가 벌어지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이제 막 스무 살의 Deegie. 그가 외쳐대는 노래 가사 역시 심상치 않다 … ” – iTV [시대공감] (2001.5.30) “시인이 아니기에 아름답게 말할 수 없고, 교수가 아니기에 관념적으로 말하기 힘든 ‘디지’ 그 만의 안티 조선 방식” – 오마이뉴스 (2001.5.18)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던 신문이 민족지라고 선전하고 다니는 게 너무 싫었어요. 이렇듯 사회를 향한 디지의 시선엔 단호함이 있다.” – 한겨레신문 (2001.5.19) 안티조선 커뮤니티 [우리모두]에 “J.N.P” 발표, 5월 16일 조선일보사 앞에서의 공연, 같은 달 26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항의 공연으로 디지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이유는 굳이 말 안 해도 되겠고, [오마이뉴스]에 가보면 “훌륭한 청년이군”, “이런 청년이 많아야 나라가 진보하네” 따위부터 책을 권하는 게시물까지 기성 세대의 뜨거운 반응을 볼 수 있다. 신문 기사만을 놓고 본다면 디지는 (기성 세대가 바라는) 희망적인 신세대 딴따라의 모델일 정도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와 [우리모두] 방문자들, 신문기자 중 디지의 앨범을 두 번 이상 들은 혹은 들을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앨범은 ‘알려진 바’와 완전히 딴판이고 저런 사이트 방문자들에겐 불편할 수 있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회비판적’인 것 같다고 난리부터 떨어버린 언론은 이 앨범의 의미를 완전히 왜곡시켜버렸다. 디지는 자유롭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뮤지션이다. 어느 쪽으로 자유롭냐면 “Tequila Addicted”에서 이종현이 표현한대로 색정광이고 난봉꾼이다. 그가 가장 관심 있는 건 섹스, 여자, 술이라고 하는데 앨범에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그저 관심 있거나 생각나는 것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 시종일관 섹스와 관련된, 여성 비하적인 단어와 욕설, 남근적인 단어들을 사용해 지저분하고 무질서하게 떠든다. 때때로 성대모사, 다른 래퍼를 흉내내기도 한다(“Blue Rhythm”에서 3534 ‘乞’라임, 이유를 알 길이 없는 조PD 디스 랩(diss rap) “Insane Deegie”에서 조PD 랩). “J.N.P”의 가사를 인용하자면 “개 같이 좆 같이 졸라 까댄다.” 차분하게 얘기하고, 설명하지 않는다. 감정이나 생각을 정제하지 않고 그저 불만을 생각나는 대로 떠들어댈 뿐이다. 주저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앗, ‘할말은 하는 신문’이 생각난다). 돈 안 될 거 뻔히 알면서도 앨범 제멋대로 만들었고 게릴라 공연도 해냈다. 앨범 발매 전 가사 문제, 음란성 시비, 조PD 측의 명예훼손 소송 등의 문제가 생길까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앨범 시작하고 두 곡에서 “Ma rap levels too low”(“Night Movement”), “침대 위에 발정 난 개새끼”(“Tequila Addicted”)라고 자기부터 씹어댄다. 앨범 제목도 ‘미친 디지’다. 그리고는 대통령, 공무원, 국회의원, 사창가의 남녀들, 가요계, 조PD, 약속시간보다 늦게 오는 여자 친구를 입도마에 올린다. 대통령(“Damn Ex-Presidents”)과 조선일보(“J.N.P”)에 관한 곡이 있다고 정치적 랩 음반이라고 속단하지 말 것. 두 곡을 포함해 다른 곡들도 대체로 지적이지 않다. “이 음반은 청소년 대상이 아닌 대학생들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아직 청소년들은 내 노래의 가사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디지의 말은 코미디로 받아들이자. 이 앨범에 대한 거부반응의 유무는 ‘말’에서 결정된다. 이 음반을 여러 번 듣기 어려워하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리듬을 비롯해 전체적인 사운드가 그리 특출나지도 않고 들을 거라곤 단지 그의 입심 정도지만, 이것도 듣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다. 차분히 얘기하지 않으니(즉 욕만 가득하니) 공감하기도 힘들고 거부감만 커지게 된다. 어쩌면 DJ DOC의 “L.I.E” 코러스처럼 시원하게 따라 부를 부분이 없음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겠다. 아무래도 디지의 음악은 혼자 음반으로 들어서 재밌을 음악이 아닌 것 같다. 라이브에서만 그의 골 때리는 퍼포먼스와 애드립을 느낄 수 있으니, 앨범 한두 번 들어보고 라이브 가서 다른 관중들과 같이 놀아야 정말 재밌을 것 같다. 단 앨범을 처음 들을 때부터 맘에 안 들었던 사람에게도 재밌을 지는 미지수다. 한편 역설적이게도 랩을 받쳐주는 건 아주 ‘깨끗한’ 사운드다. 재즈와 훵크 스타일이 뒤섞여 깔려있고, 간혹 Us3가 연상되는 곡도 있다. 깨끗한 사운드 + 지저분한 랩 = 디지 스타일? 또 총 트랙 수가 18개인데 인트로, 인터루드 성격의 트랙이 6개나 되는 걸로 보아 다분히 의도적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언더그라운드로 돌아간 후 두문불출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언론에게 호되게 당하고 난 후 그는 무척 불편한 심기인 듯하다. ‘다음(daum)’ 카페에 있는 그의 일기를 읽다보면 “언더그라운드로 돌아가야지”, “그들은 내 일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 “난 래퍼일 뿐이야” 등의 고민도 엿볼 수 있다. 조선일보만이 아니라 진보언론도 문제인가보다. 아무쪼록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오해 당하지 않고 활동하기를… (사족: 설마 가요계에서 이번 사례를 이용하는 건 아니겠지) 20010712 | 송창훈 anarevol@nownuri.net 4/10 수록곡 1. Night Movement 2. How Many Mics? 3. Tequila Addicted 4. Damn Ex-Presidents 5. E.D.P.S. (skit) 6. 822-588-1818 7. From Underground 8. Blue Rhythm 9. Nothin’ for U 10. How Many Mics? 11. Insane Deegie 12. City & Life (interlude) 13. No Girl, No Pain 14. J.N.P (’bout The Jotsun Newspaper) 15. Watin’ For U 16. No Sex, No Love 17. How Many Mics? 18. No Girl, No Pain (instrumental) 관련 글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노래도 못 불러? – [오마이뉴스] 기사 디지 인터뷰 – [오마이 뉴스] 개판을 치려면 제대로 치자 – [한겨레 21] 관련 사이트 Deegie ‘다음’ 카페: 현 공식 디지 사이트. 디지가 직접 쓴 일기가 볼 만하다 http://cafe16.daum.net/_c21_/home?grpid=NVh MBC [생방송 화제집중] 페이지: 2001년 5월 29일 방송분에 디지 출연 http://imbc.com/tv/culture/onfocus/index.html iTV [시대공감] 페이지: 2001년 5월 30일 방송분에 디지 출연 http://www.itv.co.kr/web/main/realtv/repo1/reposidae_past_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