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716021343-builttospill_theresnothingBuilt To Spill – There’s Nothing Wrong With Love – Up, 1994

 

 

생동감 넘치는 인디 록의 클래식

미국 북서부(워싱턴주, 오레곤주, 아이다호주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디 록 밴드들은 모름지기 자신들 지역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미 북서부 지역 하면, 물론 1990년대 초반 얼터너티브 록의 붐을 일으켰던 시애틀의 ‘그런지 4인방’과, 이를 가능하게 했던 레이블 서브 팝(Sub Pop)의 존재가 먼저 떠오르지만, 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것은 바로 로파이(lo-fi) 인디 록의 전설적인 밴드 비트 해프닝(Beat Happening), 그리고 이를 이끌었던 캘빈 존슨(Calvin Johnson)이 설립한 K 레이블이다. 누구보다 인디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그는 자신의 레이블과 스튜디오를 통해 많은 로컬 밴드들을 소개하고 후원했는데, 만약 그가 없었다면 이 지역이 갖는 음악적 의미는 지금보다 훨씬 초라해졌을지 모른다. 빌트 투 스필(Built To Spill)과 머디스트 마우스(Modest Mouse) 역시 그와의 관계 속에서 지금의 지위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빌트 투 스필은 재능 있는 기타리스트(겸 보컬리스트)이자 송라이터인 덕 마취(Doug Martsch)의 밴드라 할 만하다. 1969년 아이다호주의 보이시(Boise) 출신으로, 펑크 팝 밴드 트리피플(Treepeople)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바 있는 그는 새로운 음악적 야심을 위해 밴드를 떠나게 된다. 그래서 만들어진 밴드가 바로 빌트 투 스필이다. 지금 소개할 앨범 [There’s Nothing Wrong With Love]는 [Ultimate Alternative Wavers](1993)에 이은 두 번째 앨범으로, 덕 마취 외에 브렛 넬슨(Brett Nelson, 베이스)과 앤디 캡스(Andy Capps, 드럼)의 라인업으로 레코딩되었다. 이 앨범은 소위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으며, 지금까지도 1990년대 중반 미국의 인디 레이블에서 내놓은 가장 뛰어난 앨범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앨범에서 무엇보다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선명한 훅을 가진 팝적 선율과 명징하게 울리는 기타 톤이다. 밝고 경쾌한 기타 록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규정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하다. 이는 얼핏 듣기에는 단순하지만 의외로 다채롭게 변하는 기타 사운드와 재치 있게 구성된 악곡 구조 때문이다. 일례로 경쾌한 선율을 담고 있는 “Big Dipper”는 곡이 진행하면서 기타 스트러밍이 미묘하게 변하며, 간주 부분에서 네 대의 기타 연주가 아기자기하게 얽히는 대목은 꽤 신선하다. 첫 곡 “In The Morning” 역시 수시로 기타 톤이 바뀌며 곡 또한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반전의 상쾌함을 전해준다. “Reasons”나 “Car” 같은 느린 템포의 곡들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이 가운데 이들의 초기 곡 중 가장 널리 알려진 “Car”는 기타의 아기자기한 변주 사이로 첼로의 우아한 연주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곡이다.

이런 특징을 실험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렇게 부른다고 해도, 또 1980년대 중반 이래 미국의 인디 밴드들이 추구했던 중요한 방향이 실험적인 팝이었다고 해도, 빌트 투 스필은 좀 특이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우선 기타 중심의 음악이면서도 리프(riff) 중심적이지 않으며, 그 흔한 노이즈 역시 이들 음악에는 없다. 오히려 라이브 연주를 눈앞에서 듣는 듯한, 혹은 거라지(garage) 밴드들의 연주를 듣는 듯한 생동감과 즉흥성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어디선가 이들 음악을 ‘실험적인 잼 지향의 팝 스타일(experimental jam-oriented style of pop)’이라 평해놓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앨범을 들으며 닐 영(Neil Young)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닐 영의 음악을 실험적이라고 부른다면 바로 이러한 의미가 아닐까. 닐 영의 음악의 중심에 그의 독특한 목소리가 자리하고 있다면, 빌트 투 스필의 음악의 중심에는 덕 마취의 개성 있는(‘whining’라고 표현될 법한) 목소리가 있다. 아마 이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그의 확신에 넘치는, 어쩌면 당돌하기까지 한 목소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트랙은 “Distopian Dream Girl”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중요한 한가지를 빠뜨렸다. 그의 목소리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면 이들 음악에 익숙해지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하긴 보컬 스타일이 듣는 이의 취향에 가장 많이 좌우되는 요소가 아니었던가. 20010707 | 장호연 bubbler@naver.com

9/10

수록곡
1. In The Morning
2. Reasons
3. Big Dipper
4. Car
5. Fling
6. Cleo
7. The Source
8. Twin Falls
9. Some
10. Distopian Dream Girl
11. Israel’s Song
12. S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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