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t To Spill – Perfect From Now On – Warner Bros., 1997 야심만만한 음악적 모험이 낳은 서사시 앨범 [There’s Nothing Wrong With Love]를 발표한 뒤 밴드의 리더인 덕 마취(Doug Martsch)는 캘빈 존슨(Calvin Johnson)과 함께 헤일로 벤더스(Halo Benders)라는 프로젝트 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했는데, 이 프로젝트의 모태가 되었던 덥 나르코틱(Dub Narcotic) 스튜디오에서의 세션의 성과가 [The Normal Years]라는 앨범으로 1996년 발매되었다. 그 이전, 빌트 투 스필(Built To Spill)은 1995년 ‘롤라팔루자(Lollapalooza)’에 초대받아 세컨드 스테이지에 서기도 했고, (비록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오프닝 자격이었지만) 유럽 공연도 가졌다. 이처럼 활발한 활동은 메이저 음반사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으며, 결국 이들은 워너 브라더스로 음반사를 옮기게 되었다. 앨범 [Perfect From Now On]은 바로 워너에서 발매한 첫 번째 앨범이다. 이 무렵 밴드의 드럼 주자는 스콧 플라우프(Scott Plouf)로 교체되었고, 이 라인업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이 앨범 [Perfect From Now On]은 외견상 지난 앨범과 많이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곡의 길이가 길어졌다는 점이다. 3, 4분 내외의 곡들로 채워진 전작과 달리 이 앨범은 두 곡을 제외한 모든 곡이 6분이 넘는 연주 시간을 갖고 있다. 이렇게 길어진 시간에 걸맞게 팝적인 색채는 줄어들고 경쾌한 업비트의 곡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기타 연주는 더욱 세심하고 촘촘하게 쌓아올려졌고, 곡의 구성은 완만하고 점층적으로 전개된다. 리듬 파트와 보컬 스타일 역시 이러한 변화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변화는 전작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된 현악기들의 역할이 이 앨범에서는 크게 부각된다는 점이다. “I Would Hurt A Fly” 같은 곡에서는 첼로의 비중이 기타와 거의 맞먹을 정도이다. 멜로트론이 사용되었다는 점 또한 특이한 변화다. 앨범에서 특별히 대표곡을 집어내기 어려울 만큼 비슷한 성격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앞서 말한 “I Would Hurt A Fly”는 빌트 투 스필의 놀라운 역량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으로 손색이 없다. 둔탁한 드럼 소리를 배경으로 블루지한 톤의 기타가 몽롱한 분위기를 펼쳐놓으면, 첼로가 이에 응답하면서 차분하게 곡을 이끌어 가는데, 특히 후반부에 전개되는 사이키델릭한 기타 솔로 연주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어지는 “Stop The Show” 역시 만만치 않은 스케일을 자랑한다. 역시 기타와 첼로가 오밀조밀하게 선율을 주고받으며 시작되는 이 곡은 별안간 템포가 빨라지면서 앨범에서 가장 격정적인 순간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섬세한 기타 스트러밍이 끼어 든다. 이처럼 상이한 템포가 교체되는 구성의 곡으로는 “Out Of Site” 또한 이에 못지 않다. 어쨌든 변화가 있다고는 해도 앨범의 모든 곡이 일관된 호흡을 갖고 있으므로 앨범 전체를 차분하게 들어보는 것이 좋다. 그럴 때 앨범에 잔잔히 흐르는 독특한 우수와 거기에 숨겨진 매혹적인 아름다움(이런 것을 영어로 ‘gorgeous’하다고 표현하던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빌트 투 스필은 메이저 레이블에서의 첫 번째 시도치고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야심만만한 음악적 모험을 시도했다. 그 결과 이들은 클래식 록의 웅장한 스케일과 컬리지 록의 사려 깊은 감성을 절묘하게 결합해냈다. 이는 빌트 투 스필의 전작에 열광했던 몇몇 팬들을 당혹하게 만들 정도였다(그리고 인디 록 밴드라면 피할 수 없는 페이브먼트(Pavement)와의 비교도 어느 정도 무색해졌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처음으로 이 밴드의 음악을 듣는다면 가급적 이 앨범은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언젠가는 이 앨범을 진정으로 좋아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20010708 | 장호연 bubbler@naver.com 7/10 수록곡 1. Randy Described Eternity 2. I Would Hurt A Fly 3. Stop The Show 4. Made-Up Dreams 5. Velvet Waltz 6. Out Of Site 7. Kicked It In The Sun 8. Untrustable / Part 2 (About Someone Else) 관련 글 Built To Spill [There’s Nothing Wrong With Love] 리뷰 – vol.3/no.14 [20010716] Built To Spill [Keep It Like A Secret] 리뷰 – vol.3/no.14 [20010716] Built To Spill [Ancient Melodies of The Future] 리뷰 – vol.3/no.14 [20010716] 관련 사이트 Built To Spill 공식 사이트 http://www.builttospill.com Built To Spill이 팬들을 위해 만든 사이트 http://www.builttospill.net Built To Spill 팬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builttospill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