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706051034-trickyblow_backTricky – Blowback – Hollywood., 2001

 

 

트립합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려는 트립합 슈퍼스타의 과감한 시도

브리스톨 출신의 트립합 뮤지션 트리키(Tricky)의 새 앨범 [Blowback]은 환골탈태라고 느낄 만큼 참여 뮤지션 목록이 많이 바뀌었다. 대부분 미국 뮤지션들이 참여했다는 점은 특이하지만 이들은 브리스톨 트립합을 미국적으로 산뜻하게 해석하고 있다. 참여 뮤지션들도 눈에 익은 거물급이 많다.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 라이브(Live)의 보컬 에드 코왈직(Ed Kowalczyk),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li Peppers), 신디 로퍼(Cyndi Lauper) 등이 미국에서 브랜드 파워를 가진 뮤지션/밴드이고, 새러 넬슨(Sarah Nelson)의 목소리와 흡사한 앰버선샤워(Ambersunshower), 섀기(Shaggy)와 창법과 목소리가 거의 똑같은 호크맨(Hawkman) 등은 비교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에 속한다.

앨범 [Blowback]은 당연히 트리키의 신곡을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너바나(Nirvana)의 “Something In The Way” 커버나 TV 시리즈 [원더 우먼]의 테마곡 커버처럼(이 곡은 “#1 Da Woman”이란 깜직한 제목을 달고 있다) 커버곡도 있다. 그런데 많은 게스트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규 앨범과는 다른 느낌을 많이 준다. 에드 코왈직이나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그들의 기존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스타일의 보컬과 연주스타일을 들려주는 모습은 이채롭다. “#1 Da Woman”에서 빠른 속도의 플리(Flea)의 베이스 연주나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가 직접 노래하는 것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에서 익숙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좀더 당황스러운 곡은 “Girls”인데 이 곡에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보컬 안소니 키디스(Anthony Kiedis)는 페이스 노 모어(Faith No More) 스타일의 랩 메탈을 들려준다. 또 “Evolution Revolution Love”에 나오는 에드 코왈직의 보컬은 라이브에서 들려주던 울부짖는 창법에서 벗어나 신쓰 팝이나 일렉트로니카에 어울리는 차분한 톤을 유지한다. 이 곡에서 느껴지는 신쓰 팝적인 느낌은 “You Don’t Wanna”에까지 이어지는데, 이 곡에서는 아예 유리스믹스(Eurythmics)의 “Sweet Dreams”가 샘플로 사용되었다.

여러 게스트가 참여하여 각양각색의 스타일을 들려주고, 이전의 앨범보다 더 적은 비율로 등장하는 트리키의 목소리 때문인지 앨범은 컴필레이션 영화음악처럼 산만하게 들리기도 한다. 게다가 가장 큰 변화는 더 이상 브리스톨 트립합의 아티스트로 국한되는 자신의 이미지를 거부하는 듯한 트리키의 제스처이다. 브리스톨의 칙칙한 정서는 온데 간데 없이 앨범 전반을 빛내는 번지르르한 광택이라니… 트리키의 변화는 전작 [Juxtapose](1999)에서도 예견된 것이었으나 [Blowback]은 그가 미국 취향의 록 음악으로 중심을 옮기기로 작심을 하고 만든 듯한 느낌을 준다. 미국 중심의 참여 뮤지션/밴드 진용을 보나 소속사를 아일랜드(Island)에서 할리우드(Hollywood)로 옮긴 것만 봐도 그러하다.

그러나 이런 트리키의 변화를 트립합에 대한 배신이나 변절로 본다는 것은 편협한 시선일 뿐이고, 이 앨범의 내용물 역시 어느 정도 완성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한 성공이라는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은 트리키가 초기 앨범에서 독특한 카리스마를 이 앨범에서는 찾을 수 없다기 때문이다. 또한 좁게 보자면 ‘섀기의 너훈아 버전’ 같은 호크맨의 미스캐스팅 때문이다. 앨범 수록곡의 절반을 채우고 있는 호크맨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과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Excess”, “Five Days”, “A Song For Yukiko” 같은 트랙은 트리키 음악의 정수가 고집처럼 유지되고 있고, “Bury The Evidence”는 새로우면서도 낯익은 트리키를 들려준다.

트리키로서는 새로운 시도로 [Blowback]을 꾸미기로 결정하기까지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앨범에 대한 평가는 차기작을 듣고 난 이후에 보다 확실해 질 것이다. 보다 대중적이고 멜로디컬한 음악으로 한 발짝 더 나가든지, 아니면 다시 이른바 ‘브리스톨 사운드’로 회귀할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시작이란 점에서 이번 앨범은 트립합 팬에게나 트리키 개인에게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사족: 앨범 커버를 보면 여자와 트리키가 번갈아 가면서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는데, 일설에 따르면 이것은 담배가 아니고 샷건(Shotgun)이라는 아주 독한 “향정신성 유해식품”이라고 한다.) 20010701 | 이정남 yaaah@dreamwiz.com

6/10

수록곡
1. Excess – featuring Stephanie McKay & Alanis Morissette
2. Evolution Revolution Love – featuring Ed Kowalczyk & Hawkman
3. Over Me – featuring Ambersunshower & Hawkman
4. Girls – featuring Anthony Kiedis & John Frusciante
5. You Don’t Wanna – featuring Ambersunshower
6. #1 Da Woman – featuring John Frusciante & Flea
7. Your Name – featuring Ambersunshower
8. Diss Never (Dig Up We History) – featuring Hawkman
9. Bury The Evidence – featuring Hawkman
10. Something In The Way – featuring Hawkman
11. Five Days – featuring Cyndi Lauper
12. Give It To ‘Em – featuring Hawkman
13. A Song For Yukiko – John Suzuki & Yukiko Takaha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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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Tricky 공식 사이트
http://www.trickyonline.com

예전에는 트리키 특유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예술적인 사진이 많이 있었으나, 헐리우드 레코드사가 웹마스터를 하면서 사이트가 밋밋해졌다.
Tricky 팬 사이트
http://www.moon-palace.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