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sive Attack: 인식하지 못한 인간 밑바닥의 불안감을 들추어 내는 악취미 너바나(Nirvana)의 [Nevermind]가 발표되던 1991년, 3D(Robert “3-D” Del Naja), 머쉬룸(Adrian “Mushroom” Vowles)와 대디 G(Grant “Daddy G.” Marshall)로 이루어진 브리스톨 밴드의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데뷔 앨범 [Blue Lines]가 조용히 발표되고 소폭의 성공을 거둔다. 자메이카의 독특한 원시적인 리듬 위에 올려진 소울풀한 새러 넬슨(Sarah Nelson)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Unfinished Sympathy”는 일반인이 듣기엔 별 부담 없는 팝일 지도 모르나, 곡의 전반에 깔려 있는 우울함과 기계적인 음은 차가운 소울이라는 낯선 이미지를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Daydreaming”에서 들리는 가벼운 3D의 래핑과 무겁고 디스토션 걸린 듯한 대디 G의 래핑은 기존의 힙합의 래핑과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스타일이었다. 이 외에도 훵크(funk), 소울, 레게 등 다양한 흑인 음악(미국적 흑인 음악이란 느낌만은 아닌) 스타일로 앨범을 빼곡이 채우고 있다. [Blue Lines]는 앨범 발매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브리스톨 트립합이 만개한 1994, 95년경부터는 새로운 음악 지평을 연 혁신적인 앨범으로 재평가받았다(여담이지만 앨범 발매 당시 걸프전 때문에 “대량학살용 공격”이라는 밴드의 이름이 오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어 밴드 이름이 ‘Massive’라고만 표기되었다). 1994년 발매된 매시브 어택의 두 번째 앨범 [Protection]은 여전히 상업적인 히트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많은 음악지에서 밴드의 최고작으로 뽑는 등 음악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들의 실험정신이 유감없이 표현된 이 앨범은 전작의 새러 넬슨에 이어서 EBTG(Everything But The Girl)의 트레이시 쏜(Tracey Thorn)이 메인 보컬로 참여하여 앨범을 매우 건조하고 차갑게 채색하였다. 트레이시 쏜이 참여한 곡들을 들어보면, [Blue Lines] 앨범에 쓰인 아프리카 풍의 리듬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평범한 일렉트로니카 발라드 밑에 깔린 우울함과 베이스 연주가 발산하는 불길함이 채우고 있다. 또 이 앨범은 앰비언트 테크노에도 지평을 넓힌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Spying Glass”나 커버곡 “Light My Fire” 같은 곡은 충실한 레게 음악을 들려주며, “Daydreaming”을 계승하는 매시브 어택 특유의 래핑이 들어간 “Karmacoma”는 매시브 어택 제 4의 멤버라고 할 수 있는 트리키(Tricky)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이외에도 “Wondering”에서는 드림팝(dreampop)의 흔적도 느낄 수 있다. 1998년 세 번째 앨범 [Mezzanine]에는 콕토 트윈스(Cocteau Twins)의 엘리자베스 프레이저(Elizabeth Fraser)가 참여했다. 그동안 그나마 드문드문 수록되었던 팝적인 곡은 제외되고, 갈수록 어둡고 무거워지는 밴드의 감성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외지에 따르면, 곧 네 번째 앨범이 나올 예정인데, 더 이상 크레딧에서 멤버 머쉬룸의 이름을 볼 수 없을 것이라 한다. 매시브 어택은 멜랑콜릭(Melankolic)이라는 자체 레이블을 통해 알파(Alpha)와 수나(Sunna) 등의 트립합 밴드의 앨범을 발매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매시브 어택의 간략한 역사인데, 그들은 총 세 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했지만 단 한번도 상업적 성공을 누린 적은 없다. 브리스톨 트립합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세기말적인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도 포티스헤드와 트리키가 데뷔와 동시에 뜨고 난 후부터이다. 상업적 성공이라는 수혜는 포티스헤드(Portishead)가 처음으로 누렸으며 매스컴의 시선은 항상 트리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매시브 어택은 포티스헤드와 트리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 대부와도 같은 존재이고 그들의 음악과 정서의 원형을 형성하였다. 밴드의 영향은 브리스톨에만 머물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Key word: 브리스톨 트립합의 아버지, 트립합의 안톤 라베이(사탄교의 교주) Influence to: 포티스헤드, 트리키, 모치바(Morcheeba), 알파, 그 외 모든 트립합 뮤지션/밴드 Link to: 포티스헤드, 트리키, 넬리 후퍼(Nellee Hooper) Discography [Blue Lines](Virgin, 1991) [Protection](Virgin, 1994) [No Protection](Gyroscope, 1995): DJ 매드 프로페서(Mad Professor)가 [Protecton] 앨범을 덥(dub)으로 리믹스. [Mezzanine](Virgin, 1998) Portishead: 당신은 아직도 사랑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포티스헤드는 영국 서해안에 위치한 인구 6천 명의 아주 작은 마을인데, 밴드의 멤버인 제프 배로우(Geoff Barrow)의 고향이다. 제프 배로우는 고향 포티스헤드를 떠나서 대학에서 그래픽을 공부하기 위해 브리스톨에 정착했는데, 그래픽 아티스트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색맹 진단을 받고 그래픽 공부를 포기하고 음악의 길로 접어든다. 그곳에서 매시브 어택을 만나게 되고, 매시브 어택이 녹음하던 레코딩 스튜디오의 티 보이(Tea Boy: 스튜디오에서 온갖 잡무를 하는 보조원)를 하게 된다. 후에 자신의 데모 테입을 만들고 여러 아티스트의 곡을 리믹스하는 등 꾸준히 활동을 해나가지만 무명 뮤지션만큼 생활이 불안정해 구직센터에 가게 된다. 거기서 우연히 베스 기븐스(Beth Gibbons)를 만나게 되고, 에이드리언 어틀리(Adrian Utley)와 데이브 맥도널드(Dave McDonald)를 영입하여 포티스헤드를 결성하게 된다. 매시브 어택이나 트리키가 여성 멤버를 객원보컬의 형식으로 참여시킨 반면, 포티스헤드는 여성 멤버인 베스 기븐스가 프론트 우먼이다. 그녀는 타고난 자폐증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그녀의 독특한 카리스마에 비견될 보컬리스트를 찾기 힘들다는 평도 받을만큼 포티스헤드의 이미지를 지배하고 있다. 1994년 발매된 포티스헤드의 데뷔 앨범 [Dummy](여러 종류의 마네킨을 총칭. 여기서는 마비된 감성, 움직일 수 없음을 의미한다)는 [멜로디 메이커(Melody Maker)]지에서 ‘그해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되었고, ‘머큐리 시상식(Mercury Awards)’에서 ‘최고의 앨범상’을 수상하였다. 느린 힙합 리듬과 공포영화의 효과음처럼 삽입된 스크래칭은 이들의 음악이 힙합이란 것을 입증하지만, 흐느끼는 듯한 베스 기븐스의 보컬과 목소리의 잔상효과는 듣는 이로 하여금 이런 것도 힙합인가하고 다시 되묻게 만든다. 디스토션 걸리지 않은 무거운 기타 소리와 가끔씩 등장하는 관현악은 고전 갱스터 영화 사운드트랙을 듣는 느낌도 주는데, 이는 이들의 음악에 붙여진 ‘트립합 느와르(trip-hop noir)’란 표현에 함축된다. 실제로 제프 배로우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iccone)를 존경한다고 밝혀왔고 실제로 [To Kill A Dead Man]이란 단편 느와르 영화의 영화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Dummy]의 주된 정서는 슬픔과 어둠이고, 앨범 전체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검은 이미지는 이 앨범을 새로운 방식으로 헤비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두운 감정을 우회적이 아닌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Roads”나 “Glory Box”처럼 비교적 친숙하게 다가오는 곡들이 있기 때문에 트립합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는 앨범이다. 1997년에 포티스헤드는 두 번째 앨범 [Portishead]를 발표하고 좀더 심화된 어둠을 탐색한다. 한쪽에서는 데뷔 앨범에서 보여준 다양한 시도가 줄어들고 일방적인 어두움으로 사운드를 몰고 갔다는 지적도 하지만, 포티스헤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밴드의 정체성은 여전하다. 첫 싱글 “All Mine”이 한국에서도 히트하면서 트립합이란 장르를 본격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앨범의 첫 곡 “Cowboys”를 비롯해 “All Mine”, “Over”, “Humming”으로 이어지는 더 탁해진 정서는 트립합 느와르를 넘어 ‘트립합 호러(trip-hop horror)’에 가까운 것이었다. 1998년에는 1997년 여름 뉴욕의 로즈랜드 볼륨(Roseland Ballroom)에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한 라이브를 담은 앨범이 발매되었으며, 포티스헤드의 국내 지지도에 힘입어 라이센스 발매도 이루어졌다. 비록 추가된 신곡은 없었지만 기존 앨범의 정서에 관현악의 웅장함과 힘이 더해지고, 베스 기븐스의 카리스마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등 라이브 앨범의 미덕을 고루 갖추고 있기에 트립합 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보기를 권한다. 작년부터 포티스헤드의 새 앨범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없는 상황이다. 매시브 어택이 들려준 방대한 음악 영역에 비해 포티스헤드의 음악 영역은 협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제프 배로우가 만들어 내는 멜랑콜리함에 더해진 베스 기븐스의 흐느낌은 매시브 어택이나 트리키가 발견하지 못한 정서의 빈틈을 차지하게 된다. 베스 기븐스가 ‘트립합의 보컬이란 이런 것’이란 정의를 내린 이후로 몽롱하고 어두운 느낌을 주는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여성 보컬이 흘러나오면 자연스레 트립합이나 포티스헤드/베스 기븐스가 거론되곤 했다. 베스 기븐스는 이 방면의 보컬 계보도 제일 윗줄에 올라서게 되었다. Key word: 멜랑콜리 팜므 파탈의 탄생 Influence to: 몰로코(Moloko), 모노(Mono), 후버포닉(Hooverphonic), 램(Lamb), 갱뱅(Gang Bang), 퍼슬라이드(Furslide), 제이 제이 요한슨(Jay Jay Johanson: 베스 기븐스를 계승한 남성 트립합 보컬!) 등등 Link to: 매시브 어택, 트리키 Discography [Dummy](Go! Discs, 1994) [Portishead](Go! Discs, 1997) [PNYC](live)(Go! Discs, 1998) Tricky: 매시브 어택보다 공격적으로, 보다 더 사악하게 이름처럼 항상 ‘사악함’이라는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붙어있는 트리키는 브리스톨 3인방 중에서 가장 늦게 데뷔 음반을 발표했지만 경력은 매시브 어택의 결성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시브 어택은 브리스톨 DJ들의 모임인 와일드 번치(Wild Bunch)에 그 기반을 두고 있었는데, 트리키 역시 와일드 번치의 멤버였다. 매시브 어택이 결성되고 난 이후 트리키는 밴드의 정식 멤버가 아닌 제 4의 멤버로 활동하고 앨범 수록곡의 래핑을 [Protection] 앨범 이후 탈퇴한다. 매시브 어택의 탈퇴 이전, 트리키는 1993년 “Aftermath”라는 싱글을 발표하는데, 이 때 만난 객원보컬 마티나(Martina)는 매시브 어택의 새러 넬슨이나 트레이시 쏜처럼 트리키의 음악적 이미지에 큰 역할을 하였으며 맑고 몽롱한 마티나의 음색은 허스키한 트리키의 목소리와 매우 잘 어울렸었다. 이후 마티나는 트리키의 [Angels With Dirty Face](1998) 앨범까지 참여한다. 1995년 트리키의 데뷔 앨범 [Maxinquaye]가 발표되고 드디어 브리스톨 트립합 3인방의 진용이 갖추어지게 된다. 자메이카의 리듬과 힙합에서 매시브 어택과의 공유점이 느껴지지만 트리키는 기타 리프와 공격적인 래핑, 더욱 두드러진 아프리카 토속 리듬과 마티나의 에로틱한 목소리 등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한다. “Hell Is Around Corner”에서는 포티스헤드의 “Glory Box” 멜로디를 허락 없이 따와서 포티스헤드와 그리 유쾌하지 못한 인연을 만든 바 있고, 매시브 어택 탈퇴 이후 그들과 불편한 관계를 보여 혹자는 이를 빗대 트리키를 예수를 배반한 유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쨌든 트리키의 데뷔 앨범은 1995년 [멜로디 메이커]지와 [NME(New Musical Express)]지에서 그해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되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둔다. 1996년에는 이름을 “Nearly God”으로 바꾸고 같은 이름의 프로젝트 앨범을 발표한다. 동시에 트리키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앨범 [Pre-Millenium Tension]을 발표한다. [Nearly God]에는 야주(Yazzo)의 앨리슨 모야(Alison Moyet)와 브욕(Bjork) 등이 객원 보컬로 참여한다.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이 앨범 전후로 트리키는 브욕과 연인 관계가 되고, 브욕의 앨범 [Post]에 “Headphones”이란 곡을 선물로 준다(사담이지만 브욕의 또 다른 남자친구였던 정글(Jungle)의 대부 골디(Goldie)를 보면 브욕의 남자에 대한 독특한 취향을 엿볼 수 있다). [Pre-Millenium Tension] 앨범에도 트리키는 그 특유의 공격적인 래핑을 통해 어둡고 사악한 음악세계를 선보이며, “Vent”의 “숨을 쉴 수가 없어…”라는 가사와 “나를 죽고 싶도록 만들어 줘”라는 “Make Me Wanna Die”는 앨범 제목처럼 세기말의 불안감을 특유의 해법으로 잘 풀어내고 있다. 같은 해 발표된 위의 두 앨범 역시 상업적 성공과 평단의 호평을 트리키에게 안겨주었다. 1998년에 발매된 [Angels With Dirty Face]는 PJ 하비(PJ Harvey)가 새로이 객원 보컬로 참여하지만 앨범은 전작들의 새로움은 던져주지는 못했다. 이제 트리키의 재능도 한계를 보이는 게 아닌가 하는 소리가 나올 즈음인 1999년 발표한 [Juxtapose]는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의 프로듀서 DJ 먹스(DJ Muggs)와 DMX의 프로듀서 그리스(Grease)를 참여시켜 앨범의 아티스트도 ‘Tricky with DJ Muggs and DMX’로 표기한다. 참여자의 경력처럼 트리키는 이 앨범을 통해 본격적인 힙합으로 변신을 꾀하지만 트리키 페르소나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던 마티나의 부재가 크게 느껴지고, 그동안 쌓아올렸던 트리키의 카리스마가 희석된 앨범이었다. 그리고 올해 발매된 새 앨범 [Blowback]에서는 트립합이란 장르를 포기하며 얼터너티브 록과 신쓰 팝으로 음악적 전환을 꾀한다. 이 앨범에 대한 반응 중 지배적인 것이 없을 정도로 모호한 것이었지만 매시브 어택과 포티스헤드의 부재 중에 트리키마저 트립합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던져주었다. 그러나 트리키는 다른 트립합 뮤지션/밴드에 비교되지 않을 만의 양적으로 많은 디스코그래피를 가지고 있고, 또한 다작으로 앨범을 발표하는 성실함만으로 평가를 받기엔 브리스톨 3인방으로서 그 존재는 훨씬 큰 것이었다. [Maxinquaye]의 상업적인 성공을 통해 트립합의 번성기를 가져왔으며, 브리스톨의 음악적 양분을 자신의 정서로 편입시키고 기존의 락적인 어프로치를 가미해 트립합을 보다 다양하게 만들었다. 그는 여러 뮤직비디오와 파충류 혹은 좀비로 분장한 보도 사진을 통해서 자신의 사악하고 일관된 이미지를 쌓아올리는 등 자신의 캐릭터 성에도 신경을 쓰는 등 스타성을 의식한 브리스톨 최초의 슈퍼스타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Key word: 트립합의 부두 주술사 혹은 부두의 저주에 걸린 좀비 Influence to: 도우(Thou), 브욕 Link to: 매시브 어택, 포티스헤드, 브욕 Discography [Maxinquaye](4th & Broadway, 1995) [Nearly God](4th & Broadway, 1996) [Pre-Millennium Tension](4th & Broadway, 1996) [Angels With Dirty Faces](Island, 1998) [Juxtapose](Island, 1999) [Blowback](Hollywood, 2001) Nellee Hooper와 Bjork: 브리스톨의 중심과 변방에서 넬리 후퍼는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트립합의 탄생에 지대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넬리 후퍼는 와일드 번치의 멤버였고, 최초의(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트립합 밴드라도 불리는 소울 투 소울(Soul II Soul)을 탄생시킨 장본인이었으며 브욕의 세계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루어 낸 뛰어난 프로모터였다. 브욕의 [Debut] 앨범에서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사운드 구성, 주류와 비주류를 넘나드는 음악적 색채는 브욕이 슈가 큐브스(Sugarcubes) 등을 통해 오랫동안 키워왔던 독특한 캐릭터에 기인하는 면도 있지만 브리스톨 출신의 이 창조력 넘치는 프로듀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넬리 후퍼는 [Post]를 마지막으로 브욕과 결별하고 브욕은 심화된 일렉트로니카와 디오다토(Deodato: 브라질 출신의 유명한 라틴 재즈 뮤지션)가 제공하는 우아한 관현악의 세계로 투신한다. 브욕은 초기에 넬리 후퍼, 트리키와 공동작업을 했지만 브리스톨 트립합 스타일의 곡을 레파토리로 가진 뮤지션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음악에 나타나는 몽롱한 정서와 신비롭고 독특한 캐릭터 때문인지 자주 트립합 뮤지션으로 분류되는데, 그 영향이 크든 작든 브욕의 음악에 흐르는 브리스톨의 바다 냄새는 지울 수가 없을 듯싶다. 넬리 후퍼는 브욕 이후로 퍼슬라이드라는 트립합-모던 록 계열 아티스트를 새로이 발굴하는데, 퍼슬라이드는 후버포닉처럼 기타 위주의 록 음악에 몽롱하고 우울한 여성 보컬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최근까지 넬리 후퍼의 행보 중 가장 의외의 활동은 영국의 미소녀 그룹 올 세인트(All Saints) 음반의 프로듀싱. 참고 Discography Soul II Soul, [Keep On Movin’](Virgin, 1989) Bjork, [Debut](Island, 1993) Bjork, [Post](Island, 1995) Roni Size: 브리스톨의 배다른 형제 브리스톨에는 트립합만 있는 것이 아니다. 1997년 놀라운 데뷔작이었던 [New Forms]를 통해 로니 사이즈는 드럼&베이스(drum&bass)/정글(jungle)의 문법을 확립시켰으며, 트립합 3인방과 더불어 브리스톨을 맨체스터에 뒤지지 않는 영국 대중음악의 중심지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로니 사이즈의 콩을 볶는 듯한 탄력적이고 드라이브감 넘치는 리듬 위에 깔린 소울풀한 여성 보컬의 음색과 계속 반복되는 루핑 속에서 느껴지는 몽롱함은 브리스톨 트립합과의 접점을 느끼게 한다. 스미스 앤 마이티(Smith & Mighty)는 로니 사이즈의 소울풀하고 몽롱한 여성 보컬과 매시브 어택 특유의 힙합 리듬이 동시에 담긴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주며 자신의 출생지를 증명한다. 최근 포스트 록 계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플라잉 소서 어택(Flying Saucer Attack) 역시 브리스톨 출신이다. 참고 Discography Roni Size, [New Froms](Talkin’ Loud, 1997) Smith & Mighty, [Big World, Small World](Studio! K7, 1999) Moloko: 트립합은 없다 브리스톨 3인방의 음악과 모왝스(Mo’Wax) 레이블의 힙합으로 트립합이 하나의 장르로 터를 닦은 이후 ‘트립합’이란 이름 아래 분류되는 많은 뮤지션/밴드가 나왔다. 몰로코(Moloko) 역시 그 중 하나인데, 몰로코는 혼성 일렉트로니카 듀오이다. 하지만 몰로코의 음악은 트립합이라기보다는 드럼&베이스, 하우스 등 스탠다드한 일렉트로니카에 가깝고 트립합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느린 힙합 리듬은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에코 걸린 여성의 목소리가 주는 몽롱한 음색, 그리고 보컬 로이진 머피(Roisin Murphy)와 베스 기븐스의 섣부른 등식으로 인해 이들의 음악을 트립합으로 규정지어졌을 뿐이다. 오히려 몰로코의 데뷔 앨범 [Do You Like My Tight Sweater?]에서 드러난 정서는 몽롱함 가운데 드러나는 장난기와 냉소이다. 몰로코는 두 번째 앨범 수록곡인 “Sing It Back”을 디스코로 편곡한 싱글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하면서 점점 훵키한 흑인 음악 쪽으로 이동하는 듯하다. 몰로코 이외에도 모노, 램, 모치바 등이 여성 보컬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몽롱한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들려주고 있기 때문에 트립합 밴드라고 불리우고, 기타를 사용한 록적인 느낌이 우세한 밴드 중에는 후버포닉(Hooverphonic)과 퍼슬라이드(Furslide)가 트립합 밴드로 분류된다. 평론가들의 트립합 밴드에 대한 분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된다면 트립합이란 장르에 대한 정의는 점점 힘들어 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몽롱하고 어두운 정서만이 트립합의 전부가 아니지 않은가. 혹시 모르겠다. 매시브 어택과 포티스헤드가 새 앨범을 통해서 불분명한 트립합이란 장르의 정의를 새롭게 내려 줄지도. 20010701 | 이정남 yaaah@dreamwiz.com 참고 Discography Moloko, [Do You Like My Tight Sweater?](Echo, 1995) Mono, [Formica Blues](Echo, 1997) Lamb, [Lamb](Fontana, 1997) Morcheeba, [Who Can You Trust?](Indochina, 1996) Hooverphonic, [New Stereophonic Sound Spectacular](Sony, 1997) Furslide, [Adventure](Virgin, 1998) 관련 글 주마간산으로 트립합 훑어보기 – vol.3/no.13 [20010701] Tricky, [Blowback] 리뷰 – vol.3/no.13 [20010701] Portishead, [Dummy] 리뷰 – vol.3/no.13 [20010701] 관련 사이트 트립합에 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사이트 http://www.triphop-music.com 트립합에 관한 충실한 정보가 담긴 한국 사이트 http://my.netian.com/~isob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