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아이즈(Brown Eyes) – 벌써 1년 – GAB Entertainment, 2001 한국적 R&B의 가능성, 주류 가요 마케팅의 세련된 시위 언제부턴가 한국 주류 음악은 하나의 거대한 ‘군대’처럼 변한 것 같다. 뮤직 비디오, 리메이크, 편집음반 붐까지 어느 하나가 히트를 하면 나머지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걸 보면 말이다. 홀연히 나타나 토이와 김건모를 누르고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브라운 아이즈(Brown Eyes)의 음악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이범수와 영화 [와호장룡]의 장첸, 김현주에 왕가위 감독과의 관계(정작 무슨 관계인지는 잘 모르는), 벌써부터 하반기 최고작으로 꼽히고 있는 뮤직비디오에 정작 멤버들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주의 전략, 김성호의 “하얀나비”의 리메이크, 10대 지향 마케팅의 또 다른 한 축인 20대 이상 ‘언니’들의 감수성 자극하기까지 최근 주류 음악의 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계승해 종합하고 있는 음악이다. 독특한 것은 이 모든 마케팅 전략중의 일순위가 ‘음악으로 승부를 걸겠다’라는 나름의 원칙이며, 이것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출연진과 웅장한 규모보다는 개성있는 출연진과 음악과의 어울림으로 승부를 건 뮤직 비디오나 멤버의 이름과 얼굴정도는 알리는 ‘오버’하지 않는 신비주의 전략, 그 무엇보다 분명하게 차별점을 던져주는 잘 다듬어진 음악까지 일반적인 주류 가요의 ‘마케팅’ 전략을 적절히 이용하면서도 ‘뮤지션’ 전략이라는 나머지 한 축을 효과적으로 붙잡고 있다. 거칠게 이야기하면 조성모의 전략과 토이의 전략이 하나로 합쳐진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그런 점들로만 한정짓기에 브라운 아이즈의 음악은 여러 가능성을 담고 있다. 이미 모든 ‘길보드’를 평정한 “벌써 1년”은 상큼하면서도 애절한 기타 프레이즈와 호소력 깊은 보컬, 한번 들으면 종일 귀를 맴도는 멜로디가 만나 근래 보기 드문 감흥을 주는 노래이다(코요테나 샵 등의 방송용 댄스리듬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이들의 음악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여러 가지 히트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길보드에서도 먹힐만한 리듬에다 여성 팬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만한 애잔한 멜로디와 정서를 녹여낸 작곡 능력과 매끈한 프로듀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신인이 이렇게나’라는 의문은 적절하지 못한 듯하다. 두 명의 멤버 중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은 윤건은 [1999 대한민국]에도 참여한 힙합 그룹 ‘팀(Team)’의 리더이자 ‘디바’ 등의 프로듀서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양창익의 가명이며, 보컬을 맡은 나얼은 아쉽게 묻혀진 R&B 그룹 ‘앤썸’의 보컬이였던 유나얼이니 말이다. 이들 두 명의 역량 말고도 앨범에는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과 참여 뮤지션들의 역할이 푸짐하게 들어있다. 허니 패밀리, 윤희중, 서정환 등이 들려주는 랩과 함춘호, 이근형 등의 세션, 박화요비의 코러스는 실력만으로는 불안한 앨범의 성공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있는 듯 하다. 전체적으로 말끔히 다듬어진 멜로디와 감칠맛 나면서도 깊은 보컬, 진부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앨범 전체를 구성한 다양한 기획, 새롭진 않지만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정서들이 고르게 섞여있다. 그런 고른 완성도 가운데서도 “그녀가 나를 보네”에서 들려주는 나얼의 보컬이나 김정호의 “하얀나비”를 R&B로 훌륭히 해석해 낸 부분, “언제나 그랬죠” 같은 곡에서 드러나는 섬세한 감수성 등은 귀를 확 채는 부분들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R&B 프로듀서 같은 ‘마스터(Master)’의 역할까진 아직 아니더라도 나이와 경력을 감안한다면 ‘창조적 수용’을 넘어서는 한국적 R&B의 가능성을 보여줄 프로듀서 겸 가수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국제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라는, 음악보다 먼저 그들을 알린 뮤직 비디오와 이상하리만큼 뜨거운 반응, 매끈하지만 결코 새롭지는 않은 음악 등, 여전히 이들을 쉽게 신뢰하기에 많은 한계가 보이지만, 그래도 기대를 걸어보는 이유는 이제 한국에도 좋은 음악을 훌륭하게 뽑아낼 줄 아는 진짜 ‘프로듀서’이자 그 음악을 충분하게 소화해 내는 괜찮은 ‘가수’를 만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에 이런 이유가 절반만 된다면, 아직 젊은 두 명이 ‘1년 뒤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그 기대는 헛되지 않을 것만 같다. 20010622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7/10 수록곡 1. Intro 2. 벌써 1년 3. Love Is Over 4. 너에게 들려 주고싶은 두 번째 이야기 5. 그녀가 나를 보네 6. With Coffee 7. Piano Nocturne(벌써 1년) 8. 희망 9. Blues Guitar 10. 하얀 나비 11. 언제나 그랬죠 12. Brown City 13. No Day But Today 14. Song Of Rain 15. 벌써 1년 (MR) 16. 그녀가 나를 보네 (MR) 관련 사이트 브라운 아이즈 공식 사이트 http://www.browney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