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630061938-missyelliottMissy “Misdemeanor” Elliott – Miss E… So Addictive – 2001

 

 

새로운 비트 실험으로 만든 중독적인 하이브리드 힙합

프로듀서로서 팀발랜드(Timbaland)는 1990년대 후반 이후 흑인 음악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다. 그는 샘플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기존 힙합의 사운드에 애초부터 부정적이었다. 일찍이 유럽 클럽 씬에서 잉태된 다양한 댄스 리듬에 관심을 가졌던 팀발랜드는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였고, 힙합의 비트는 그의 손에 의해 잘게 쪼개지고 더욱 뒤틀리면서 드럼&베이스나 정글의 비트와 흡사해졌다. 하지만, 팀발랜드의 음악은 지루하고 장황하게 반복되는 비트의 타격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기존의 싱글 포맷 길이의 곡 안에, 이러한 마이크로-비트를 깔고 랩과 보컬, 샘플들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사이파이(sci-fi)적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끊임없이 주입함으로써, 갱스타 랩과 팝-랩에 식상해진 힙하퍼들의 눈과 귀를 완전히 장악해 버렸다. 상대적으로 샘플에 대한 집착을 피하고 중독성의 정교한 비트, 랩과 보컬이 균형을 이루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의 곡 구성은, 기존의 랩 음악과 R&B의 의도적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나아가 주류 흑인 음악 생산방식에 일종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

사실 ‘팀발랜드식’ 프로듀싱이 세상에 알려지고 랩 게임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까지 그 배후에 동향(버지니아) 출신의 파트너, 미시 “미스디메너” 엘리엇(Missy “Misdemeanor” Elliott)이라는 여장부가 있었다고 얘기한다면 누구는 코방귀를 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초기에 팀발랜드가 홀로 만들었던, 가령 마구(Magoo)와의 듀오 앨범과, 미시 엘리엇과 공동으로 만들었던 알리야(Aaliyah)나 지누와인(Ginuwine)의 앨범들을 비교, 감상한다면 미시 엘리엇의 음악적 영향력과 능력은 명약관화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팀발랜드를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하나로 자리 매김했던, 미시 엘리엇의 데뷔앨범 [Supa Dupa Fly](1997)는 그녀가 왜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 여성 힙합 뮤지션인지를 확증한다(사실, 이후에 미시 엘리엇이 부재한 가운데 진행된 음악 작업들에서 팀발랜드는 상대적으로 큰 재미를 못 본 경우가 의외로 많다).

미시 엘리엇은 로린 힐(Lauryn Hill)처럼, 랩과 노래는 물론이고, 뛰어난 작곡 실력에 다양한 주제를 가사로 다루는 솜씨와 프로듀서로서의 비상한 능력까지 갖춘 몇 안되는 흑인 여성 뮤지션 중의 한 명이다. 때론 그녀의 전형적인 (하지만 예외적인) 성공한 흑인여성으로서의 개인사에 대한 언론의 과대포장과 미화가(가난한 이혼모 밑에서 자란 다소 비만하고 불량한 젊은 아프로-아메리칸 여성이 맨발로 연예오락 산업에 뛰어들어 성공하였고 현재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자 자선사업에도 헌신하는 슈퍼스타라는 식의) 그러한 음악적 능력에 대한 평가를 흐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두 번째 앨범 [Da Real World](1999)에서 ‘2년차 징크스’마저 가뿐히 뛰어넘고 오늘에 이른 그녀는 최고의 흑인 여성 뮤지션 중 한 명으로 입지를 굳힌 상태이다.

영원한 파트너, 팀발랜드를 끌어 들여 완성한 미시 엘리엇의 세 번째 앨범 [Miss E… So Addictive]는 전작들에서 보였던, 댄스 플로어용 비트에 훵크와 R&B가 조화를 이루는 사운드를 기조로 하지만,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비트 실험들을 통해 훨씬 ‘중독적인’ 음악들을 들려준다. 특히 강력하고 빠르며 변화무쌍한 비트가 돋보이는 트랙들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 “이들 듀오가 또 한번 거의 새로운 힙합 공식을 만들어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데, 사실 팀발랜드가 이전부터 유럽 클럽 씬의 다양한 첨단 비트들을 끊임없이 흡수해 왔음을 상기한다면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내 앨범은 정말 중독적(My album is so addictive)”이라는 미시 엘리엇의 자만에 가까운 선포(“So Addictive (Intro)”)가 끝나면, 일단 전형적인 팀발랜드-엘리엇 듀오의 사운드 위에 톱 클래스 게스트 래퍼들인 메쏘드 맨(Method Man)과 레드 맨(Red Man) 콤비(“Dog In Heat”), 루다크리스(Ludacris)(“One Minute Man”)가 최상의 라임을 수놓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트랙들은 거의 최첨단 클럽용 싱글들에 못지 않은 다양한 비트의 향연을 들려준다. 톡톡 튀는 “Lick Shots”와 “Scream a.k.a. Itchin'”, 이브(Eve)와 함께 한 하우스 넘버 “4 My People”, 흥겨운 1980년대 파티 풍의 “Old School Joint”, 미드템포에 그루브감 넘치는 “Step Off” 등도 즐겁지만, 이 앨범 최고의 트랙은 단연 첫 싱글이기도 한 “Get Ur Freak On”이다. 이 곡의 비트는 거의 타블라앤베이스(tabla’n’bass)에 가까운데, 미시 엘리엇은 이 비트에 때론 맞서고 때론 순응하면서 최상의 플로우를 선사한다. 정체성 불명의 유럽화된 동양의 비트를 미래지향적이고 미국적인 훵크 사운드와 재조합하면서 팀발랜드와 미시 엘리엇은 새로운 대안적 ‘하이브리드-힙합’을 제시하는 듯하다.

물론 이 앨범에서 이들 듀오는 비트 실험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지누와인의 근사한 보컬이 돋보이는 감각적 러브 발라드 “Take Away”나 미시 엘리엇 자신의 보컬 능력이 드러나는 “X-Tasy”, 욜란다 아담스(Yolanda Adams), 메리 메리(Mary Mary), 킴 버렐(Kim Burrell)이 참여한 가스펠 타입의 히든 트랙 “Higher Ground” 등은 치밀한 계산 하에 적절한 위치에 배치되어 앨범의 균형을 깨기보단 오히려 다양성을 드러내는데 일조한다. 결국 이 앨범은 버스타 라임스(Busta Rhymes)가 최근의 부진을 반영하듯 다소 쳐지는 트랙(“Bus-A-Bus Interlude”)을 제공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음악적으로는 전혀 나무랄 데 없어 보인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가사를 통해 미시 엘리엇이 전달하고자 하는 앨범의 전반적인 메시지들이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다소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미시 엘리엇은 마약(“X-tasy”), 섹스(“Dog In Heat”), 폭력(“Slap! Slap! Slap!”)에 대한 솔직하고 노골적인 표현을 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불현듯 그녀의 구원자라고 늘 주장해온 예수(“Higher Ground”)에 대한 사랑까지 주장하면서 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다양한 소재의 가사들을 다루는 것은 분명 그녀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들에 대해 줄곧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여전한 소녀적 관점에서 이를 해석하려 한다면, 오히려 이러한 가사 쓰기는 그녀에게 치명적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미시 엘리엇은 [Miss E… So Addictive]를 통해 퀸 라티파(Queen Latifah)의 확실한 후계자 자리를 굳힌 듯하다. 이제 음악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 자신만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당대의 몇 안되는 여성 뮤지션 중의 하나가 바로 그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편으로 근간에 침체에 빠진 듯했던 팀발랜드는, 다시 한번 미시 엘리엇의 힘을 빌어 부활에 성공한 것 같다. 사실 지금의 주류 미국 흑인 음악은 ”포스트’-팀발랜드(post-Timbaland) 시대의 랩-R&B’라고 언명할 수 있는데, 이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말하자면, 현재 득세하고 있는 대부분의 젊은 프로듀서들이 팀발랜드가 구축한 마이크로-비트와 사이파이적 상상력이 결합한 ‘리듬 과학’의 절대적인 영향력 하에 음악들을 생산하고 있는 반면, 한편으로 1990년대 후반을 휘저었던 팀발랜드 자신의 직접적인 헤게모니는 새 천년과 함께 시들해지고 있다는 역설을 내포한다. 하지만 팀발랜드는 지금 당장 힙합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기에 자신은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또 다른 비트 실험을 통해 주류 랩 게임의 프론트맨으로 여전히 살아남기를 원하는 듯하다. 이 야심만만한 미시 엘리엇과의 공동작은 그의 그런 생존 투쟁이 성공했음을 증명하고 있으며, 나아가 주류 흑인 음악 트렌드가 보다 다양한 댄스 플로어용 비트와의 실험적 접목으로 나아갈 것임을 암시한다. 20010624 | 양재영 cocto@hotmail.com

9/10

수록곡
1. So Addictive (Intro) (feat. Charlene “Tweet” Keys)
2. Dog In Heat (feat. Redman & Method Man)
3. One Minute Man (feat. Ludacris)
4. Lick Shots
5. Get Ur Freak On
6. Scream a.k.a. Itchin’
7. Old School Joint
8. Take Away (feat. Ginuwine)
9. 4 My People (feat. Eve)
10. Bus-A-Bus Interlude (feat. Busta Rhymes)
11. Whatcha Gon’ Do (feat. Timbaland)
12. Step Off
13. X-Tasy
14. Slap! Slap! Slap! (feat. Da Brat & Jade)
15. I’ve Changed (Interlude) (feat. Lil’ Mo)
16. One Minute Man (remix) (feat. Jay-Z)
17. Interlude (hidden track)
18. Higher Ground (hidden track)

관련 사이트
Missy “Misdemeanor” Elliott 공식 사이트
http://www.missy-elliot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