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2년 2월 16일 목요일
장소: 스튜디오103
진행: 임승균, 최민우, 이명연 (인큐베이터 http://incubatormagazine.blogspot.com/)
사진: 이승희 (스튜디오103)
정리: 임승균

유완무(기타/보컬), 송시호(베이스/보컬), 정원진(드럼), 이경환(기타)

 

웨이브 : ‘얄개들’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나온 건가요?
송시호 : 외국어 이름은 짓기 싫었고… 그래서 한글로 된 이름 지으려고, 여러 가지 찾아보다가…

웨이브 : 다른 후보들도 많이 있었나요?
송시호 : 예… 돌대가리도 있었고, 개미마을도 있었고.

웨이브 : 토속적이네요. (웃음)
송시호 : 최대한 한국적인 거로 하려고 했어요.

웨이브 : 그런데 영어로는 ‘프릭스(Freaks)’라고 번역했잖아요?
송시호 : 그게 사실 영어로는 번역이 안 되는 말인데, 비슷한 말 중에 마음에 드는 걸 고른 거에요.
유완무 : 그렇게 많이 다르다는 것도 사실 최근에 알았어요. (웃음)

웨이브 : 다들 같은 동네 (주: 서울 둔촌동) 출신이시죠? 보통 동네에서는 뭘 하고 노셨어요?
송시호 : 주로 산책을 많이 했어요. (웃음) 동네 주변을 맨날 같이 걸어 다니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웨이브 : 아지트 같은 곳이 있었나요?
송시호 : 얘네 집 쟤네 집 전전하면서 뭐 그랬죠.

웨이브 : 네 분 모이게 되신 건 어떤 계기로?
송시호 : 친구였잖아요. 그래서 모인 거에요. 자연스럽게.

웨이브 : 그때부터 합주를 계속 하신 건가요? 밴드 결성은 구체적으로 언제쯤…
송시호 : 제대로 한 거는 3년 됐구요. 그 전에는 장난처럼.

웨이브 : 2009년쯤?
송시호 : 예.

웨이브 : 데뷔를 빵에서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비트볼하고는 어떻게 계약을 맺게 되신 거에요?
송시호 : 사장님이 공연을 보시더니…

웨이브 : 룩앤리슨 게스트로 서셨다고 들었는데, 그럼 그 때 그 공연이…
유완무 : 아, 그게 아니라, 빵에서 정기적인 공연을 하잖아요. 거기에 룩앤리슨이 있었어요. 사장님이 룩앤리슨하고 계약을 한 다음에 룩앤리슨 공연을 보러 갔다가, 우리를 보신 거에요. 그래서 공연 끝나고, 며칠 뒤에 연락이 왔죠.

웨이브 : 빵에는 또 어떻게 가게 되었나요? 그러니까 밴드를 결성해서 모여서 합주를 하고 자작도 하고 그러면서 어떤 통로로 거기까지 가게 되었는지가, 일반적일 수도 있는데, 그 이어지는 과정이 궁금한 거죠.
송시호 : 합주실 만들고, 6개월 동안 저희가 곡 작업을… 클럽에서 하려면 3-40분은 해야 되잖아요. 그 정도 분량을 만들려고 곡 작업을 한 다음에 빵에서 오디션을 봤죠. 그래서 목요일에 뛰기 시작했죠.

웨이브 : 목요일 빵 밴드? (웃음)
송시호 : 네. 그러다가 금요일 토요일로… (웃음)

웨이브 : 정석적이네요. (웃음) 합주실도 둔촌동에 있었나요?
송시호 : 원래는… 풍납동 아세요? 올림픽공원 근처인데, 거기서 하다가 (공연을) 좀 자주 하게 되서 이쪽으로 옮겼어요. 집도 다 이쪽으로 옮기고. 저희 다 홍대 근처에 살거든요.

웨이브 : 분위기가 좀 달라지는 게 있나요? 이쪽으로 건너오면서… 그쪽에서 자기들끼리 있다가 이쪽에 완전히 새로 터를 닦은 거잖아요?
유완무 : 터를 새로 닦았다는 느낌은 별로 없고요. 그냥 왔다갔다하기 너무 머니까. 달라진 거는 공연이 좀 많아졌다는 정도? 터전이 바뀌었다 이런 느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웨이브 : 빵에 오르기 전에는 길에서도 공연을 한다거나, 그런 건 없었나요? 자기들끼리 모여서 합주만 했던 건가요?
송시호 : 네.

웨이브 : 무대 데뷔는 빵이 처음이셨던 거네요. 어느 정도 되니까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던가요?
송시호 : 빵 공연이요? 이 정도면 해도 되겠다는?

웨이브 : 네. 빵이던 어디던 간에, “나가 보자!” 같은?
송시호 : …그렇죠? (웃음) 처음 연습을 한 목표 자체가 클럽 공연 분량을 만들자, 그런 거였으니까. 할만하다 이런 게 아니라…

웨이브 : 그러면 뮤지션의 길을 장기적으로 보고 있었나요? 예를 들어서 많은 친구들이 만나서 음악을 하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취미일 수 있고, 반대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길게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데, 처음에 밴드로 모여서 연습을 하고 클럽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어떤 청사진이라고 하면 좀 거창하지만, 그런 게 있었나요?
송시호 : 구체적인 건 없었던 것 같아요. 계약하게 되면서 약간씩 다음 목표가 생기는 정도? 멀리까지 보지는 않았어요.

웨이브 : 그건 1집을 낸 지금도 마찬가지인가요?
송시호 : 지금 목표는 2집인거죠.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웨이브 : 자켓이나 앨범 아트워크는 모두 둔촌동인가요?
송시호 : 네. 살던 동네.

웨이브 : 어떤 컨셉이 있었나요? 동네를 담고 싶다거나.
유완무 : 일단 그 생각이 제일 커서 거기서 한 거고, 그냥 거기 돌아다니면서 찍었어요. 우리가 몇 군데 찍을만한 데 봐 두고. 그 동네 오래 살았었으니까 좋았던 장소 있잖아요. 그런 몇 군데를 찍은 거에요.

웨이브: 사진 담당하신 분이 다른 연예인 포토그래퍼도 많이 하시던 분이라고 들었는데. (주: 포토그래퍼 하시시 박)
유완무: 비싼 분이래요. (웃음) 저희 찍을 때도 다른 걸 꽤 하셨었다고… 비트볼하고도 원래 작업을 하시던 분이고.
비트볼 관계자: 그전에도 몇 개를 같이 했었어요. 플레이걸이나 아워멜츠도 했었고. 선명하지 않고 아련한, 그런 질감이 있어요. 자켓에 직접적으로 관여된 건 그런 부분이죠.

웨이브: [꿈이냐] 싱글 커버도 같은 분이 촬영하셨나요?
유완무: 아뇨, 그건 그냥 우리가 찍은 거에요.

웨이브: 느낌이 되게 비슷한 것 같아요.
유완무: 원래는 싱글 커버하고 정규앨범 커버를 약간 이어지는 느낌으로 가고 싶었어요

웨이브: 결과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거네요?
유완무: 음… 확 이어지지는 않았어요. 원래 그 놀이터 배경으로 사람을 넣어서 찍을 생각이었거든요. 싱글은 그렇게 찍고. 그런데 찍다 보니까 너무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어서…

웨이브 : 다음 뮤직에서 각자 앨범을 하나씩 추천하셨더라구요. 각자 제각각이라 재미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취향이 어떻게 되시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유완무 : 저는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제일 좋아하는데요. 걔네 좋아한다고 다른 음악을 싫어하는 게 아니고, 좋아하는 음악은 비슷해요. 제일 좋아하는 게 다른 거지. 전체적으로 성향이 약간씩 틀린 거지…

웨이브 : 그럼 모두의 페이보릿 밴드가 있나요?
송시호 : 아마도 비틀스(The Beatles)겠죠.

웨이브 : 빵에서 한 1집 쇼케이스에서는 도시의 아이들 “달빛 창가에서”랑 조용필 “고추잠자리”, 사랑과 평화의 “울고 싶어라”를 커버하셨는데, 기타는 스미스(The Smiths)같은데, 커버는 이런 곡들 위주로 가니까 흥미롭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얄개들 기타를 듣다가 송골매 느낌이 난다는 얘기도 하는 걸 들었거든요?
송시호 : 송골매요? (웃음)

웨이브 : 송골매라고 집어내긴 그렇지만, 그런 정서라는 거죠. 얄개들 음악에서 궁금한 것도, 영향을 받은 건 영국 밴드들인 것 같은데 그것이 표출되는 방식으로서는 산울림이나 사랑과 평화 같은 오래된 한국 음악이 이상할 정도로 잘 섞여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어떤 음악을 듣고 의견을 나눴는지가 좀 궁금하긴 했어요. 밴드에 원 맨(one man)이 없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음악을 듣는 것도 어떤 한 명의 리더가 “오늘 이거 나왔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서로서로 “이거 들어봐, 저거 들어봐” 하는 식이 아니었을까…
이경환 : 음악을 서로 추천하지는 않고, 각자 들어서 그런 음악이 나온 것 같아요.

웨이브 : 그런가요? (웃음)
송시호 : 노래에 대한 교류는 그런 식인 거죠. “이거 들어봐, 진짜 좋다” 이런 게 아니라 “이게 제일 좋아 병신아”.
유완무 : “니 취향은 글렀어”. (웃음)

웨이브 : 작업 하실 때도 방향성이 서로 달라지지 않나요?
이경환 : 그래서 1집은 한 곡 안에서도 약간 제각기 가는 면이 있는데, 그런 걸 줄여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것도 장점이 있기는 한데, 너무 산으로 가는 느낌이 있어서.

웨이브 : 그럼 1집에서 통상적인 곡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나요? 예를 들어서 모여서 잼을 하신다거나…
이경환 : 일단 잼을 하구요. 잼을 계속 하는 게 기본이고.. 쉽게 말하면 민주주의?

웨이브 : 가사도요?
이경환 : 아뇨, 가사는 다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들로.
송시호 : 가사나 코드 이런 거는 딱 써 오고, 그 안에서 잼 할 때는 완전 민주주의로.

웨이브 : “산책 중에 우연히 마주친 외할머니”는 어떻게 만들어진 곡인가요? 연주곡인데, 이것도 어떤 경험에서 나온 곡인가요?
송시호 : 그냥 잼하다 만든 곡인데요. 둘이서 장난치다가 만든 곡인데 거기서 떠오르는 단어를 하나씩 말해서 합친 거에요. 저는 ‘산책’, 쟤는 ‘외할머니’ 이런 식으로. 사실 별 의미가 없는 거죠.

웨이브 : 기타 플레이에서 스미스의 죠니 마(Johnny Marr)나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의 존 스콰이어(John Squire)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것도 비틀즈처럼 다 같이 공유하는 취향에 속하나요?
송시호 : 그 색깔은 얜데…
이경환 : 저는 되게 잡식이거든요. 듣는 것도 그렇고 옛날부터 기타 쳐 왔던 것도 그렇고. 편곡을 할 때 어떤 분위기로 가자, 하는 뉘앙스를 정하면 제가 거기에 맞게끔 치는 거죠. 그래서 1집에서는 들어보시면 제 기타가 노래마다 스타일이 많이 틀리죠.

웨이브 : 1집 녹음할 때 펜션에서 4트랙 원테이크로 녹음을 했던 것도 민주주의의 과정을 거친 건가요?
유완무 : 그건 다 동의했어요. 저희가 그거 하기 전에도 메트로놈 해서 녹음 한두 번 해 봤는데, 합주할 때 느낌이랑 너무 다른 것 같아서.
이경환 : 얘나 저나 방음벽을 너무 싫어해서요. 계속 생각하다가…

웨이브 : 처음에는 프로듀서로 (3호선 버터플라이의) 김남윤 씨와 작업하셨다고 하던데, 프로듀서의 통제를 받는 게 어려운 점이 있었던 건가요?
송시호 : 친한 형으로 남기로 했어요. 음악적 견해가… (웃음)

웨이브 : 알겠습니다. (웃음) 신보 작업 때도 역시 자체적으로 작업을 하실 생각인가요?
유완무 :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경환 : 방음벽 있는 데서는 안 할 생각이에요 (웃음)
유완무 : 펜션이든 어디든 간에 공간의 울림이 좀 있는 데에서.

웨이브 :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음반의 소리보다는 라이브와 [네이버 온스테이지]의 소리가 훨씬 좋았어요. 그러니까 왜 이런 방식을 택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는데, 제가 듣기에 얄개들은 리듬이 굉장히 좋은 밴드인데 음반에서는 사운드가 좀 플랫해진 느낌이 있었거든요. 이 밴드의 장기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처음에 얘기를 할 때 혹시 그 점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 보지는 않았나요?
이경환 : 약간 걱정을 했었죠. 공연 사운드를 저희도 되게 좋아했었거든요. 그런데 스튜디오에서 하면 그런 느낌이 거의 안 살잖아요. 최대한 그걸 살리려고 했는데, 원테이크로 하고….
송시호 : 원테이크의 문제가 아니고 약간 사운드적으로, 믹싱이나 그런 쪽의 문제가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유완무 : 1집은 곡을 만들 때는 그런 걸 생각 안 하고 만들어서 좀 어긋난 부분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녹음을 그렇게 할 걸 생각하고 만들었으면 결과가 더 잘 나왔을 텐데.

웨이브 : 가사는 전부 경험에서 나온 얘기라고 하셨잖아요? 가사도 그렇고 앨범 제목([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무기력함 같은 것이 지배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그렇다고 우울한 것 같지도 않고요. 그저 기운이 없는 느낌… “화창한 날에” 들어보면 “오늘이 내일이고 어제가 오늘인데”라는 가사에서는 일말의 생활감마저 느껴지고요.
송시호 : 가사들이 대부분 일기에서 나온 거에요. 일기 같은 거죠.

웨이브 : 일기장에 “여자친구 못생겼다”고 막… (웃음) (주 : “메주”)
유완무 : 그 여자애는 실제로 못생겼었어요. (웃음)

웨이브 : 음반 제목인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도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와 묘하게 공명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은데요.
송시호 : 비슷한 말이죠.

웨이브 : 방금 가사 이야기도 했지만, 그 또래의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있는 것 같아요.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듯 무덤덤하면서도 “안 될 거야 아마”라는 느낌이 좀 있거든요.
송시호 : “안 될 거야 아마”는 아니고요. 살다 보면 꼭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듯한 일을 하게 되잖아요. 강압적이지는 않지만 기준이 내가 아니고 남들의 시선이 될 때가 많잖아요.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그걸 하지 말자는 뜻이었어요. “안 될 거야 아마”는 아니고, “내 뜻 대로 하자”.

웨이브 : 크르르르 위키 얄개들 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제일 아래쪽에 배너가 하나 붙어있는데, ‘여성팬 많은 아티스트’에요. 실제로 실감을 하시는지?
송시호 : ‘팬’ 자체가 여성이 많아요. 클럽에 오는 분들도 대부분 여자고, 남자분들은 공연장 잘 안 가고 집에서 듣잖아요. 저희도 그렇고. 그래서 그런 거지 저희가 특별히 여자 팬이 많다거나 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웨이브 : 얄개들 팬층이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팬층과 많이 겹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요. (웃음)
송시호 : 그 바닥이 그 바닥이니까 사실… 그 형들이 오래 했고 저희들보다 인기도 많잖아요. 그 안에 저희 팬들이 있는 것 같아요.

웨이브 : 다른 밴드들하고는 교류가 많이 있나요?
얄개들 : 많이는 아니고… 몇몇? 요즘에는 술탄오브더디스코에서 베이스 치는 정훈이랑 각별히 지내고 있어요. 정훈아 사랑해!

웨이브 : 얄개들이란 이름도 그렇고, 일종의 복고 코드는 어느 정도 의도적인 건가요?
유완무 : 아뇨. 저희는 사실 사람들이 우리 걸 듣고 옛날 느낌 난다고 생각한다는 걸 몰랐어요. 그걸 의도한 건 아니에요.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지.

웨이브 : ‘복고’ 같은 얘기들이 달갑지 않다는 느낌도 있나요?
송시호 : 별로 상관없어요. 듣는 사람들이 그렇게 듣는다는데… 근데 ‘복고적’이라는 것 자체가, 요즘 음악처럼 안 들리면 ‘복고’인 거고, 요즘 중고등학생들이 듣기에는 밴드음악 자체가 사실 옛날 음악인 거잖아요. 밴드를 하면 복고인 것 같아요.
이경환 : 요즘에는 그거지. 뿅뿅 사운드가 없어야…
송시호 : 키보드 안 들어가면 복고고. 요즘 음악 중에 키보드 안 들어가고 기타 드럼 베이스만 있는 음악은 없잖아요. 그러니까 복고라는 말 자체가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 같아요.

웨이브 : “우리 같이”는 군대 있을 때 만들었다고…
송시호 : 네, 가사를.

웨이브 : 아, 병역 문제는 어떻게 되나요?
송시호 : 저희 다 갔다 왔어요. 제가 좀 늦게 가서, 삼 년 전에 제가 전역하자마자 시작한 거에요.

웨이브 : 그러면 곡을 만든 건 2009년 이후고, 가사는…
송시호 : 그 전에 만든 것도 있고요.

웨이브 : 제일 먼저 만든 곡 기억나나요?
유완무 : 전 1집에는 없고…
송시호 : 전 “슬프다 슬퍼”를 제일 먼저. 맨날 집안에 처박혀 있다고 아빠한테 혼나고… (웃음) 군대 가기 전에 삼 년 동안 집에만 있고 여자친구 만나러 가고 기타만 치고 그러다가 한번 되게 혼난 거죠.

웨이브 : 그러면 얄개들 하기 전에는 뭘 하셨는지?
송시호 : 각자 달라요. 두 명은 대학교 다녔고…

웨이브 : 다른 밴드에 있었다거나?
송시호 : 그건 고등학교 때. 각자 다른 스쿨밴드에 있었는데 졸업하고 뭉쳤어요.

웨이브 : ‘홍대 씬이 좁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송시호 : 그렇죠. 그 팬이 그 팬인 경우가 많으니까.
유완무 :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그게 사실인 것 같아요. 너무 없으니까…

웨이브 : 밴드의 영역이? 팬의 영역이?
송시호 : 둘 다요. 우리 팬이 쟤네 팬이고 쟤네 팬이 우리 팬이고… 팬의 수가 적은 거죠.

웨이브 : 지역적으로 그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드시나요? ‘둔촌동 씬’이라거나.
송시호 : 그럼 좋죠. 그런데 그게 되려면 동네 별로 클럽 한두 개 씩은 있어야 되고… 장사가 안 되니까 없겠죠.

웨이브 : 다들 한국 인디는 홍대라고 하는데, 홍대 씬의 규모 자체는 오히려 점점 더 줄고 있다는 느낌도 들거든요. 아예 씬 밖에서… 예를 들어 10센치 같은 밴드가 씬 안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느껴질 때가 있고요. 이 사람들을 인디로 불러야 될 것이냐 말아야 될 것이냐의 문제도 있고, 밖에서 보면 인디의 외연이 넓어진 것 같기는 한데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인디라는 씬 자체가 좁아졌다는 느낌도 들지 않나 하는…
송시호 : 넓어진 것 같은데…?
유완무 : 넓어진 게 아니라 인디의 특정 아티스트 한둘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 같아요. 10센치가 인디다 하는데, (인디는) 다양하잖아요. 많은 음악이 있는데, 넓어진 것 같진 않아요. 10센치같은 음악을 하는 밴드가 있다는 거지 인디가 있다는 건 아니에요. 10센치가 인디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게 있는데.

웨이브 : [탑 밴드] 같은 프로그램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경환 : 거기 나간 팀들은 상관없는데 그런 프로그램이 싫은 것 같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이 싫은 거지, 밴드들은 자기들이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건데… 별 감정 없어요. 경쟁하고 그러는 프로그램이 너무 웃긴 것 같아요.
송시호 : 그 프로그램이 밴드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겠다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하나인 거잖아요. 그래서 별로죠 뭐. 그냥 인기 예능 프로그램…

웨이브 : 그런데 그분은 자신들이 그걸 하는 게 정말 진정성이 있다고 믿고 있었던 거였어요. 이것이 정말 밴드 음악을 살리는 길이고, 여기에 밴드가 나옴으로써 선순환이 될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계시는 거고, 그래서 시각차가 아무래도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송시호 : 저희 입장에서 보기에는 그런 게 너무 오락성 있어 보이는 거고,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프로그램 시청률이 올라야 되는 거니까.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 더 나은 게 나오겠죠. 굳이 욕하고 싶지는 않아요.

웨이브 : 싱글 계획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송시호 : 요새 곡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걸 몇 곡 모아서 디지털 싱글 발표를 할 생각이에요

웨이브 : 언제쯤?
송시호 : 모르겠어요. 한 두세 달 후가 되지 않을까.

웨이브 : 두 번째 앨범 이전에…
송시호 : 그렇죠.

웨이브 : 그러면 다음 앨범은 언제쯤 생각하고 계세요? 방향성에 있어서는 1집하고 비슷하다거나 완전 다르다거나.
송시호 : 1집하고는 좀 다를 것 같아요.
이경환 :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송시호 : 어떻게 될지는 확실히 모르겠는데 다른 건 확실해요.
유완무 : 이미 몇 곡 해 봤는데 많이 다르더라구요.

웨이브 : 굳이 설명한다면 어떤 점에서 다른 느낌이죠?
이경환 : 일단 기타 역할이 많이 줄었구요.
송시호 : 1집은 각자 탁탁 튀잖아요. 이번엔 최대한 합을 맞춰 가려고…
이경환 : 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유완무 : 1집을 기대하시는 분들한테는 엄청난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어요.
송시호 : 근데 그런 부분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어…

웨이브 : 합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은 건 공연의 경험에서 나오는 건가요?
송시호 : 그건 아니고, 1집을 저희가 들었을 때 보이는 단점을 고치려고 하는 거죠. 스스로의 단점을.

웨이브 : 공연 중에 신곡을 슬쩍 연주해 보셨다거나?
송시호 : 예, 하고 있어요. 반응이 좋던데요. (웃음)

웨이브 : 어떤 제목이죠?
송시호 : “무화과 오두막”이라고, 3월에 나오는 [서울 서울 서울] 컴필레이션에 실리는 곡인데…
유완무 : 약간 과도기에 있는 음악이구요. 2집에서는 그거보다 더 단순해질 것 같아요.

웨이브 : 지금 공연을 쉬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송시호 : 네. 한 달 동안 매일 모여서 작업하려고…

웨이브 : 그러면 다음 공연은 한 달 정도 뒤가 되는 건가요?
송시호 : 3월 10일. 스티키 몬스터 기념공연이요.

웨이브 : 답변을 예상하고 하는 질문이긴 한데, 공연이 좋으세요 녹음이 좋으세요?
송시호 : 녹음이 좋은 것 같은데?
이경환 : 저는 작업하는 게 제일 좋아요. 무대에 서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송시호 : 아직까지도 공연에서 좀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요.
유완무 : 멘트 안 해도 되고…
이경환 : 광대의 끼가 없어서…

웨이브 : 전업 뮤지션으로서의 욕심이 있나요?
송시호 : 당연히 있죠. 그런데 전업이 되기가 힘들어요. 일단 2집을 내 보고… 한달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한 번 보고 그 때 결정을 해야 될 것 같아요. 한 200정도는 되어야 그래도 전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웨이브 : 지금 1집을 낸 상태에서는 생활 유지가?
송시호 : 되게 아껴 써야 되요.
유완무 : 돈을 하나도 못 모으는 상태에서 더 아껴 써야 생활이 되요.

웨이브 : 그러면 지금 사이드 잡을 하고 계시나요?
송시호 : 하다가 안 하다가… 그냥 음악만으로는 힘든 것 같아요.

웨이브 : 음악 관련 일인가요? 아니면 관계가 없는 일인가요?
송시호 : 각자 다른데, 레슨할 때도 있고 아르바이트 할 때도 있고…
유완무 : 저는 사무직을 일년 반 했었는데, 얼마 전에 그만뒀거든요. 그걸 하니까 정신이 너무 황폐해지는 것 같아서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웨이브 : 다른 두 분은요?
정원진 : 일 안하고 좀 가난한 게 나은 것 같아요.
이경환 : 오.

One Response

  1. 김예글

    잘 읽었습니다. 계속 풉풉 거리면서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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