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619013751-whatisbhangraVarious Artists – What Is Bhangra? – Nachural/IRS, 1993

 

 

팝 음악계에 모습을 드러낼 무렵의 방그라 사운드

1991년 버밍햄에서 설립된 방그라 전문 레이블 나추랄(Nachural)에서 발표한 방그라 컴필레이션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연하면 펀잡 지방의 전통 방그라가 아니라 영국에서 팝과 결합되어 형성된 현대적 방그라다. 아차낙(Achanak)이 세 트랙을, 아나히(Anakhi)와 사키(Saqi)가 두 트랙을 수록했고 나머지 아티스트들은 한 트랙씩 수록했다.

먼저 아차낙의 트랙부터 들어보자. 하우스 풍의 피아노와 무거운 신쓰 베이스가 이끌면서 래핑과 스크래칭이 등장하는 “Nukhe Chakhee Javana”, 깔짝거리는 훵키한 기타 리듬과 힙합 풍의 비트가 수놓는 “Lako Wadeya” 등은 방그라가 이미 힙합과 하우스 등의 댄스 음악과 긴밀히 교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곡들에서는 드문드문 특이한 북 소리(돌 드럼)와 특이한 음계의 멜로디 라인이 들린다. 물론 이를 더욱 선명하게 들을 수 있는 트랙은 “Dhol Vajeda”이고, 이 트랙에서는 멜로디 라인과 음악 스타일 면에서 오리지널 방그라의 흔적이 가장 많다. 높은 톤의 보컬과 무의미한 코러스(예를 들어 ‘헤이 헤이 헤이’, ‘요 요 요’같은 여흥구)도 이런 흔적의 예이다.

아나히는 정박의 4비트를 기초로 하면서 백비트에서 돌 드럼을 두 번 타격하는 리듬 패턴을 가진 트랙을 두 개 수록했다. 1980년대 풍의 신서사이저음이 중간중간 들어가 있어서 댄스플로어에서 실전용으로 사용되었던 곡임을 짐작케 한다. 보컬은 마치 리프를 연주하듯 짧은 마디로 이루어진 멜로디를 반복한다. 마치 주문을 외는 것 같다. “Anakhist”에서 중간에 수잔 베가(Suzanne Vega)의 “Tom’s Dinner”가 샘플링된 이유가 반복으로 인한 지루함을 덜려는 의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편 사키의 두 트랙은 이 앨범에서 가장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프로듀싱을 다듬는다면 트랜스글로벌 언더그라운드(Transglobal Underground)나 룹 구루(Loop Guru)같은 ‘글로벌 퓨전’ 스타일의 테크노 음악이 나올 만한 곡이다.

조니 지(Johny Zee)는 돌 드럼의 향연이 계속되는 댄스 리듬을 보다 강조하고, TSB 골든 스타(TSB Golden Star)의 “Makhana”는 누스라트 파테 알리 한을 듣는 듯한 ‘트라이벌’ 보컬과 더불어 앨범에서 가장 전통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고, “Eshara”는 ‘서양화된 동양의 대중음악’으로 들린다(‘가요 같다’는 뜻이다). 나머지 트랙들도 한편으로는 값싼 장비와 적은 예산으로 제작한 댄스음악 같은 느낌을, 다른 한편으로는 무언가 신성한 의식을 수행하는 듯한 느낌을 동시에 전달해준다. 영국이나 미국의 백인들이라면 ‘댄스 파티에서 무언가 색다른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적절할 음반일 것이다. 그렇지만 마지막 트랙에 수록된 사호타스(The Sahotas)의 “Has Hogia”는 이런 용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5형제로 구성된 사호타스는 ‘가장 성공적인 방그라 그룹’으로 불리는데 음악 스타일도 클럽 댄스 음악이라기보다는 노래 형식을 갖춘 인도 풍의 팝 음악이다. 댄스 클럽보다는 정식 공연장에 더 어울릴 음악이라는 이야기다. 20010616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수록곡
1. Nukhe Chakhee Javana – Achanak
2. Yaar Nach La – Johnny Zee
3. The Anakhist – Anakhi
4. Makhana – TSB Golden Star
5. Bhar Phar Nee – Intermix
6. Boliyaan – Avtar Maniac
7. Amberseria – Eshara
8. Lako Wadeya – Achanak
9. Giddhe Vich – Anakhi
10. Akian – Saqi
11. Dhol Vajeda – Achanak
12. Paiya Nach Da – Saqi
13. Hass Hogia – Saho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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