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ie Haden – Nocturne – Universal Music, 2001 혁명가가 들려주는 처연한 재즈 야상곡 쿠바의 혁명 지도자 체 게바라(Che Guevara)에 헌정하는 노래를 만들어 FBI의 감시대상이 되었던 인물, 재즈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가치관과 비판 의식을 지닌 뮤지션, 30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제 3세계 혁명에 대한 지지와 다양한 음악적 실험으로 재즈 자체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장본인. 찰리 헤이든(Charlie Haden)이 바로 그다. 하지만 찰리 헤이든의 음악은 우리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결성했던 LMO(Liberation Music Orchestra, 이하 LMO)도 전설처럼 이야기될 뿐 그 음악들이 제대로 들려지거나 평가된 적은 없었다. 그나마 앨범 [Beyond The Missouri Sky]이 그를 알린 것도 함께 만든 팻 메스니(Pat Metheney)의 지명도가 큰 역할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 찰리 헤이든의 신보 [Nocturne]가 ‘비로소 만날 수 있는 명반’이라는 조금은 낯뜨거운 음반사의 홍보 문구를 달고 발매되었다. 현존하는 쿠바 재즈 최고의 뮤지션인 곤살로 루발까바(Gonzalo Rubalcaba)가 피아노를, 팻 메스니가 기타를, 조 로바노(Joe Lovano)가 색소폰을 맡았으니 사실 그 이름이 주는 중량감으로도 음반사의 ‘오버’가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거기다 ‘Nocturne(야상곡)’이란 음반 타이틀에서 보듯 볼레로를 중심으로 한 라틴 음악의 처연한 비감을 유럽의 낭만적인 클래식인 ‘Nocturne’에 접목한 것이라니 그 궁금증은 더해갈 수밖에 없었다(그걸 노렸던지 재즈 앨범치고는 특이하게 발매 몇 달 전부터 홍보를 했다). 사실 “Song For Che(체 게바라 헌정곡)”로 대표되는 LMO 시절의 음악이 그의 전부는 아니다. 얀 가바렉(Jan Gabarek)과 함께 했던 ECM 시절의 음악이나, 쿼텟 웨스트(Quartet West)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발표하고 있는 음악들은 낭만적 서정으로 가득한 음악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앨범은 팻 메스니와 함께 했던 [Beyond The Missouri Sky]나 쿼텟 웨스트의 음악과 닮았다. 첫 곡 “En La Orilla del Mundo (At The Edge Of The World)”는 쇼팽의 [Nocturne]을 연상시키는 곤살로 루발까바의 서주에 이어 피아졸라 풍의 바이올린, 조 로바노의 묵직하지만 모범적인 테너 색소폰으로 앨범을 연다. 재즈와 볼레로와 클래식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지 훌륭하게 보여준다. 팻 메스니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한 “Noche de Rondo”는 내밀한 교감 속에서도 돋보이는 그의 기타 독주를 엿볼 수 있다. [푸른 안개] 같은 멜로 드라마 주제곡에서 들을 수 있을 듯한 “El Ciego”는 애조 띤 멜로디를 들려주고, “Nightfall”은 쇼팽의 [Nocturne]에 대한 재즈적 해석을 들려준다. 그런데 탐미적 낭만 속에서도 악기간에 치열히 맞서고 있는 높은 수준의 인터플레이는 이 앨범이 단순히 편안한 발라드 음악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곤살로 루발까바의 이국적이지만 명상적인 주법과 찰리 헤이든의 절제된 즉흥연주는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시종 하나가 된 채 충분히 ‘스윙’하고 있다. “El Ciego”의 애조 어린 선율에 실어지는 단손(Danzon, 꾸바 음악의 한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비감한 선율 가운데 발견되는 단손의 나른함이라니…), 그리고 “Contigo en la Distancia”에서 전통적인 볼레로를 재즈의 즉흥 연주 속에 녹여내는 노력은 이 앨범의 주제가 ‘취향’으로서의 라틴이나 단순한 ‘재현’이 아닌, 역사적 맥락과 음악적 성찰 가운데서 나온 창조적 ‘해석’임을 증명한다. 평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찰리 헤이든이지만, 이번 앨범은 예외인 것 같다. 아마도 그가 혁명이 잠잠해지면서부터 쿼텟 웨스트나 본작 같은 낭만적인 음악에 경도되었다는 점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이는 그가 [Montreal Tapes]시리즈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변함없는 사회의식을 재즈 자체의 혁신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 듯하며, 좀 더 중요한 건 그가 들려주는 낭만이 사회 의식과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찰리 헤이든의 낭만에서 검은색 스키마스크를 쓴 채 플라멩고 기타를 연주하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모습을 떠올리는 건 무리일까. 그의 낭만은 혁명에 대한 굳은 신념에서 나오는 창조적이고 긍정적인 낭만이며, 삶과 인간에 대한 믿음이 만들어 낸 인생의 노래일 뿐이다. 아니 어쩌면 혁명이란 본디 낭만과 함께인지도 모른다. 20010614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8/10 수록곡 1. En La Orilla del Mundo (At The Edge Of The World) 2. Noche de Ronda (Night Of Wandering) 3. Nocturnal 4. Moonlight (Claro de Luna) 5. Yo Sin Ti (Me Without You) 6. No Te Empenes Mas (Don’t Try Anymore) 7. Transparence 8. El Ciego(The Blind) 9. Nightfall 10. Tres Palabras (Three Words) 11. Contigo en la Distancia / En Nosotros (With You in the Distance / In Us) 관련 글 Pat Metheny, [Trio > Live] 리뷰 – vol.3/no.5 [20010301] 관련 사이트 Interjazz에서 제공하는 Charlie Haden의 사이트 http://interjazz.com/haden ECM 레이블의 Charlie Haden 참여 앨범 리스트 http://www.ecmrecords.com/ecm/artists/48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