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615094819-jj72JJ72 – JJ72 – Lakot, 2000

 

 

포스트 라디오헤드 기타 팝의 기대주로 끌어올린 데뷔작

2000년에도 영국에서는 많은 신인 밴드들이 탄생하였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이 해를 전후로 많은 밴드들이 라디오헤드의 유령에서 벗어나질 못했고 트레비스(Travis)를 시작으로 콜드플레이(Coldplay), 뮤즈(Muse)가 그 유령의 피해자이자 수혜자로 지목되었다. 특히 콜드플레이와 뮤즈는 라디오헤드 뿐만 아니라 제프 버클리(Jeff Buckley)까지 거론되면서 독창성이 빈약한 밴드로 평단의 쓴소리를 들어야했다. 이 시기에 함께 등장한 JJ72 역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 같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으나, [NME]를 비롯한 많은 영국 평단은 ‘새로운 희망’이라고 추켜세우며 이 기타 팝 밴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밴드 멤버의 비슷한 연령대(스무 살)나 비슷한 데뷔 시기, 그리고 그 나이로는 출중한 편인 작곡 실력 등의 공통점으로 JJ72는 뮤즈와 함께 거론되곤 한다. 그런데 뮤즈가 ‘오버’한다는 표현으로 묘사되는 과장된 감성의 표출과 프로그레시브 록을 차용한 지나치게도 들릴 수 있는 드라마틱한 곡의 전개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JJ72에 대한 평가는 매우 후한 편이다. JJ72가 10대와 스무 살 안팎의 나이대가 느끼는 여리고 감정적인 정서를 잘 살리고 있어서일까.

첫 싱글인 “October Swimmer”가 경쾌하고 산뜻하게 앨범의 문을 열고, 앨범 중반에 “Long Way South”가 둔탁하게 깔리는 기타와 건반음으로 조이 디비전(Joy Divison)의 스타일을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앨범의 수록곡 대부분은 조용히 읊조리거나 아니면 차분하게 나가다가 서서히 감정이 고조되어 폭발하는 형식이고, 지배적인 정서는 무겁지 않은 우울함이다. 이런 곡들에서 마크 그리니(Mark Greany)의 독특한 목소리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 같은 그의 목소리는 중성적인 것을 넘어서 오히려 허스키한 여자의 목소리처럼 들릴 정도이다(고음부에서는 팔세토 창법으로 바뀌기도 한다). 꼭 목소리 탓만은 아니고, JJ72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왠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나 이카루스 같은 미소년들이 떠오른다. 잔잔한 포크 팝과 지글거리는 기타 팝 사이를 자유롭게 오고가는 곡들은 결코 기분을 가라않게 하진 않지만 맑은 수면 위로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뚜렷하지 않은 애상감을 전해준다.

앨범의 몸통을 채우고 있는 일관되게 차분한 감성의 곡들과 비슷한 형식의 곡들의 전개는 앨범이 깔끔하게 통일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어떻게 들으면 지루하다거나 앨범의 색채를 한쪽으로 억지로 몰아가고 있다는 혐의를 줄 수도 있다. 이 앨범을 세 번쯤 들었을 때 “우리는 어리지 / 우린 초원을 달려 / 우리는 이빨도 깨끗해”(“Alright”)라는 슈퍼그래스(Supergrass)의 천진난삽함이 문득 그리워지는 것은 그 때문일까? 하지만 이렇게 느끼는 청자의 감상 따위와는 무관하게, 앨범은 “Algeria”로 분위기를 다시 상승시키고 마지막 곡 “Bumble Bee”로 절정으로 내달리며 장엄하게 끝을 맺는다.

이 앨범은 별로 새롭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멜로디 전개, 안으로 파고들면서 교묘하게 표출되는 서정, 전형적인 기타 팝 형식을 담고 있어서 오히려 영국(Great Britain)산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더 두텁게 한다. 하지만 라디오헤드 이후 점점 더 무거워지거나 점점 더 가벼워지는 양 극단의 감성 속에서 이 앨범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절묘한 무게감을 잡은 미덕도 있다. 어쨌든 이들은 싱글에서 앨범으로 이어지는 데뷔식을 성공적으로 치루어 냈고 평단의 기대 어린 시선들을 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다음 앨범을 통해 그 시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뿐이다. 20010613 | 이정남 yaaah@dreamwiz.com

7/10

수록곡
1. October Swimmer
2. Undercover Angel
3. Oxygen
4. Willow
5. Surrender
6. Long Way South
7. Snow
8. Broken Down
9. Improv
10. Not Like You
11. Algeria
12. Bumble Bee

관련 사이트
JJ72 공식 사이트
http://www.jj72.com
JJ72 팬 사이트: 공식 사이트보다 볼거리가 더 많다
http://www.jj72.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