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601125621-dm_exciterDepeche Mode – Exciter – Warner Bros, 2001

 

 

돌아온 그들만의 모드

디페시 모드(Depeche Mode)에게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혹은 변화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두 가지가 같이 공존한다. 20여 년의 긴 경력만큼 그들은 숱한 음악적 시도와 변신을 거듭해 왔다. 특히 1980년 중반 이후의 작업들은 항상 새로운 ‘무엇’인가를 구현하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자신들의 뿌리, 즉 ‘신쓰 팝(synth pop)’의 뼈대를 잃지는 않았다. 그 이유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함이든 아님 스스로 자신들의 능력치를 자각하고 두 발을 양쪽에 모두 담그는 모호함이든 상관없다. 원인이야 어떻든 디페시 모드는 지금까지 그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Ultra] 이 후 4년만의 신보이자, 스튜디오 앨범으로는 열 번째에 해당하는, 새로운 세기의 첫 번째 앨범인 [Exciter]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디페시 모드의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엿보이는 여러 장치가 담겨있다. 단지 그 새로움이란 것이 록과 가스펠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충격 비슷한 주목을 끌었던 [Song Of Faith And Devotion] 같은 경우는 아니다. 새로움은 그보다는 그들이 점유할 수 있는 음악적 범위 안, 그것도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내에서 한정 발휘된다.

U2와 흡사한 느낌 혹은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두텁고 진중한 사운드 톤 거기다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의 인더스트리얼적인 요소까지 느껴진다고, [Exciter]가 다양한 스펙트럼의 혼성 모방 스타일이라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여타의 다른 요소들은 어디까지나 다양성을 채우는 양념의 구실을 할 뿐, 앨범의 중심은 그들 특유의 서정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예외 없는 데이빗 게이언(David Gahan)의 탐미적인 보이스 칼라다. 단 앨범이 아련하면서 어두운 다운비트(downbeat) 트랙들이 태반을 이루고 댄서블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인지(업비트한 트랙은 “I Feel Loved” 한 곡 뿐이다), 그들 특유의 그루브는 감지되지 않는다. 전작들과 비교한다면 암중한 서정미의 극치를 달렸던 [Violator] 보다 더 한층 침잠(沈潛)된다.

이러한 점은 마치 U2의 2000년 앨범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와 흡사하다. 물론 이건 음악이 비슷하다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스타일로 회귀한다는 점에서다. 이 시도가 호응을 얻거나 비난을 받는 것은 엄연히 ‘작업’물에 따른 유추로 판가름이 날 것이다. U2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디페시 모드는 전자에 가깝다. 그 이유는 퇴물 밴드의 자기 도피라고 하기에는 [Exciter]의 음악이 근래 보기 드문 완성도를 갖고있기도 하거니와 앨범 자체의 사운드 그리고 그것이 과거와 현재의 조화 혹은 충돌하면서 창출해내는 고유한 그들만의 분위기는 또 하나의 ‘신선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성숙이란 단어는 이미 오래 전에 졸업한 그들에게는 신선이란 말이 더 적절할 것이다).

단지 이러한 점이 기존의 팬들에게 호응을 받을지 홀대를 받을 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이 점은 엄연한 감상자 개인의 취향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Exciter]가 그들의 베스트 앨범 몇 번째에 놓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취향의 문제로 아예 리스트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빗 게이언의 보컬보다 마틴 고어(Martin Gore)의 보컬이 더 마음에 든다는 개인적인 취향 같은 건 [Exciter]의 평가와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20010528 | 이은석 miles@hanmail.net

7/10

수록곡
1. Dream On
2. Shine
3. The Sweetest Condition
4. When The Body Speaks
5. The Dead Of Night
6. Lovetheme
7. Freelove
8. Comatose
9. I Feel Loved
10. Breathe
11. Easy Tiger
12. I Am You
13. Goodnight Lo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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