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601124452-anidifrancorevellAni DiFranco – Revelling/Reckoning – Righteous Babe, 2001

 

 

한 편의 일기 같은 내면의 목소리

앨범을 두 장으로 구성하는 것은 단지 분량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비유한다면 [Revelling]이 ‘낮’을 상징한다면 [Reckoning]은 ‘밤’을 상징하는 것 같다. ‘대조적’이지만 ‘자기 고백적’이라는 공통 분모가 두 앨범을 이어주고 있다. 이번 음반은 그녀의 전작들에 비하면 더욱 성숙해졌다. 역시 그녀는 가벼운 음악인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을 토로하는 가사의 내용도, 전반적인 악기 연주의 경향도, 목소리의 비범한 음색도 가벼운 마음으로 듣기 힘들다. 마치 ‘신성한 의식’을 거쳐야만 그녀의 음악 세계로 들어가는 특권이 부여될 것 같다.

[Revelling/Reckoning]은 기존의 스타일에 새로운 시도를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드럼, 어쿠스틱 기타, 바리톤 기타,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기타, 탐부르(tambur), 텅 드럼(tongue drum)등의 다양한 악기를 직접 연주하여 기존의 (안티)포크의 감성에 훵키한 그루브, 재즈의 무드를 더해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사운드가 탄생했다. 음반의 프로듀싱은 보컬의 노래에 초점을 두고 ‘화장기’가 많은 주류 포크와 달리 소박하지만,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넉넉하게 담아낸다. 진솔한 보컬이 여러 악기음과 어우러질 때는 소규모 오케스트라의 합주를 듣는 듯한 감흥마저 준다.

몇몇 곡에서는 새로운 보컬 스타일을 시도했다. 특히 흑인의 감성을 백인의 감성으로 적절히 차용한 “Ain’t That The Way”와 “O.K.”가 돋보이는데, 이는 담백하면서도 그르렁거리는 과거의 보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관능성’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마치 샤카 칸(Chaka Kahn)같은 흑인 여가수가 노래를 하는 듯한 착각을 준다. 반면 이전의 창법을 유지하는 곡들에서는 자기고백적, 자기치유적 가사와 더불어 한 편의 ‘일기’를 펼쳐보는 느낌이다. 특히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별이 반짝이는 정원에 나앉아서 하루를 되돌아보는 사람의 자기 성찰인 “Garden Of Simple”, 나즈막하게 읊조리는 보컬이 어쿠스틱 기타와 관악기의 앙상블과 함께 조용히, 그리고 아스라히 다가오는 “Marrow” 등등.

그녀의 가사는 ‘관계’에 대해 숙고한다. 연인에게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듯한 “What All Is Nice”는 실제로는 연인에게 할 말을 자신에게 다시 반사시키는 곡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지향하지만 제대로 소통할 수 없는 사람은 자신과 대화를 할 수밖에 없고, 이렇듯 자신을 지키기 위해 관계를 희생할 수밖에 없는 모순은 담담한 목소리에 담길 때 역설적으로 더욱 슬픈 감정을 자아낸다.

“떠나간 추억을 기억하는데 두 병의 맥주가 필요하고 그것을 지우는데 다섯 병의 맥주가 필요하다”고 노래하는 그녀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문득 이런 ‘감상적’ 생각이 든다. 나의 모든 기억을 추억하게 해주는 또는 상처를 잊게 해주는 데는 어두운 조명과 이 두 장의 CD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 이런 감상을 거둔다고 해도 그녀가 경이로운 존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양한 종류의 악기를 다루면서 멜로디와 리듬을 조화시키는 음악적 능력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해내는 언어적 통찰력, 그리고 자신이 창조한 음악을 스스로 음반으로 제작하는 능력 등 모든 면에서. 20010523 | 정소현 cream0201@hanmail.net

9/10

수록곡
Disc 1
1. Ain’t That The Way
2. O.K.
3. Garden Of Simple
4. Tamboritza Lingua
5. Marrow
6. Heartbreak Even
7. Harvest
8. Kazoointoit
9. What All Is Nice
10. What How When Where (Why Who)
11. Fierce Flawless
12. Rock Paper Scissors
13. Beautiful Night

Disc 2
1. Your Next Bold Move
2. This Box Contains…
3. Reckoning
4. So What
5. Prison Prism
6. Imagine That
7. Flood Waters
8. Grey
9. Subdivision
10. Old Old Song
11. Sick Of Me
12. Don’t Nobody Know
13. School Night
14. That Was My Love
15. Revelling
16. In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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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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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nidifranc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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