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t Jackson – All For You – Virgin, 2001 듣는 이의 귀와 몸을 사로잡는 스스럼없는 팝 음악 팝 음악의 잘 알려진 비밀. 팝 음악은 부끄럼이 없다. 이건 ‘좋은’ 팝이건 ‘나쁜’ 팝이건 마찬가지다. 누구나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멜로디 라인, 한번 들어도 잘 잊혀지지 않는 훅, 귀에 거슬리지 않는 영리한 프로덕션, 적절한 성적 호소, 고도로 계산된 이미지 메이킹… 이런 요소들이 팝 음악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요소들을 ‘부끄럼 없이’ 사용한다고 해서 ‘팝 음악은 나쁘다’는 결론이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팝 음악은 그 자체가 음악적 실험 따위를 지향하는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요소들을 어떻게 ‘적절히’ 사용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어느 선이 적절한 선인가에 대한 명시적 기준을 말하기는 힘들지만, 분명 넘어버리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어떤 선’이 있기는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재닛 잭슨(Janet Jackson)은 댄스 팝 부문에서는 (마돈나와 함께) 독보적인 팝 뮤지션이다. 그 이유는 수천 만 장의 앨범을 팔아치웠다는 사실보다는, 좋은 팝 음악이 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선’ 상에서 꾸준히 줄타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결과적인 말이지만 15년 이상 정상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재닛 잭슨은 1986년 발매한 [Control] 음반으로 ‘잭슨 패밀리의 막내’라는 꼬리표를 떼고 거듭난 이후, 부끄럼 없는 음악과 이미지로 팝 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프로듀서 잼 앤 루이스(Jimmy Jam & Terry Lewis) 콤비의 지휘 아래, 매끈하면서도 스스럼없는 대중적 댄스-팝-R&B 음악을 뽑아냈고([Control], [Rhythm Nation 1812], 1989) 성적인 이미지도 점차 노골화했다([Janet], 1993, [Velvet Rope], 1997). 그러면서도 재닛은 (완전히 새롭지는 않지만) 언제나 참신한 음악과 이미지를 지속해왔다. [All For You](2001)는 [Velvet Rope]의 기획을 이어받은 ‘이란성 쌍둥이’ 같은 앨범이다. 1980년대의 재닛 잭슨의 연장선 상에서 꽉 짜여진 (과잉) 프로듀싱을 느낄 수 있는 “Ain’t Right”, 쉭(Chic)을 연상시킬 정도로 디스코에 가까운 타이틀 곡 “All for You”, 빈티지 소울 그루브 “Come On Get Up”, 친숙한 멜로디의 “Doesn’t Really Matter”는 재닛의 명성에 걸맞는 곡들이다. 이런 곡들은 재닛 잭슨이 굳이 최신 유행을 신경쓰지 않더라도 충분히 팝 청중의 귀를 사로잡는 히트곡들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해준다. 지난 앨범 [Velvet Rope]에서 조니 미첼(Joni Mitchell)을 샘플링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아예 칼리 사이먼(Carly Simon)과 그녀의 곡 “You’re So Vain”을 모셔온 “Son of a Gun (I Betcha Think This song Is About You)”,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하드 록이 가미된 록 오페라의 분위기를 낸 “Trust a Try” 등이 특이한 트랙들이다. 이번 앨범에서 재닛은 청중의 ‘귀’뿐만 아니라 ‘몸’을 사로잡으려고 하는 것 같다. 벗은 채 누워있는 사진이 실린 앨범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All For You]에는 ‘여자의 성’이 꿈틀거린다. 재닛은 미들 템포의 “When We Oooo”와 발라드 “Love Scene (Ooh Baby)”에서 성적 환상을 자극하다가 “Would You Mind”에서는 폰 섹스를 하는 여자가 되어 노골적으로 유혹한다. 왜 ‘연소자 이용불가’ 딱지가 붙어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전체적으로 재닛 잭슨 스타일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면서도, 약간의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가미하고, ‘성’을 무기로 내세웠다. 그런 점에서 전작인 [Velvet Rope]와 많이 닮았다는 것이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댄스/발라드 비율도 비슷하고, 게스트를 초대한 점, 재생 시간이 길다는 점, 심지어는 ‘잡담’ 트랙들이 너무 많다는 점까지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전작에는 존재했던 약간의 음악적 ‘모험’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만약 무척이나 어수선하게 들리는 여러겹의 전자음들이 그것이라면 이번 시도는 실패다). 그런데 ‘훌륭한’ 팝 앨범 치고 이런 단점이 없는 앨범이 어디 있을까. 20010527 | 이정엽 evol21@weppy.com 7/10 수록곡 1. Intro 2. You Ain’t Right 3. All For You 4. 2wayforyou (Interlude) 5. Come On Get Up 6. When We Oooo 7. China Love 8. Love Scene 9. Would You Mind 10. Lame (Interlude) 11. Trust a Try 12. Clouds (Interlude) 13. Son of a Gun 14. Truth 15. Theory (Interlude) 16. Someone to Call My Lover 17. Feels So Right 18. Doesn’t Really Matter 19. Better Days 20. Outro 관련 사이트 재닛 잭슨 공식 사이트 http://www.janet-jacks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