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601121909-destinysurvivorDestiny’s Child – Survivor – Sony, 2001

 

 

최후의 생존자가 되기 위한 미녀 삼총사의 힘찬 행보!?

요즘 미국 팝 음악계에서는 데스티니즈 차일드(Destiny’s Child)의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영화 [미녀 삼총사(Charlie’s Angel)]에 삽입된 신곡 “Independent Women Pt. 1″이 팝 차트에서 무려 11주간 1위에 올랐다. 또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 등에서 상을 받았고, 올해 2월에 열린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도 총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최우수 R&B 가수’ 부문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현재 이들의 새로운 싱글 “Survivor”는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지난 몇 주간 계속 정상을 위협하고 있고(그동안 재닛 잭슨(Janet Jackson)의 “All For You”의 아성에 가려 2위에 머물렀지만), 평론가들에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틴 팝 가수임에도 얼마 전에는 [롤링 스톤(Rolling Stone)]지의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팝 음악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데스티니즈 차일드의 이러한 입지는 그들이 단지 ‘핫 팬츠를 입은 매력적인 걸 그룹(Girl Group)’ 이상의 무엇인가를 지녔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너무나 흑인적인 필(feel)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그만큼의 대중적인 호응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지만 말이다.

데스티니즈 차일드는 비욘세 노울즈(Beyonce Knowles), 비욘세의 사촌인 켈리 롤랜드(Kelly Rowland), 그리고 라타비아 로버슨(LaTavia Roberson), 르토야 러켓(LeToya Luckett)으로 결성되었다. 이들은 비욘세 아버지의 매니지먼트 하에 의욕적인 활동을 펼치며 1998년 데뷔 앨범 [Destiny’s Child]를 발표했고, 이듬해 내놓은 두 번째 앨범 [Writing’s On The Wall]으로 음악적으로나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라타비아와 르토야는 혈육에 대한 편애를 이유로 계약파기를 주장하며 그룹을 떠났고, 이에 남은 멤버들은 미셸 윌리엄스(Michelle Williams)와 파라 프랭클린(Farrah Franklin)이 영입하여 올 2월 그래미 시상식에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곧이어 파라가 건강상의 이유로 팀을 탈퇴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은 끝에, 마침내 비욘세, 켈리, 미셸의 삼인조로 라인업을 추스리고 세 번째 정규 앨범 [Survivor]를 발매한 것이다.

R&B/힙합의 작곡 및 프로듀싱의 마이더스 손이라 불리는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 등이 참여해 화려하게 수놓은 전작과 달리, [Survivor]는 작곡과 제작에 있어 비욘세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대신 리드 보컬의 역할은 분화되었다). 또 전작인 [Writing’s On The Wall]에서 “Bills, Bills, Bills”를 통해 경제적으로 의존적인 남자를 비꼬며 여성의 정체성을 각성시키려 했고, “Say My Name”을 통해 조금은 편집증적인 사랑의 행태를 보이며 아름다운 로맨스만을 꿈꾸는 연약한 여성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강한 여성으로서 어필하고자 했다면, 이번 앨범에선 훨씬 더 노골적이고 전사적인 이미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데스티니스 차일드는 “내가 얻고 싶은 걸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희생하지(I Worked hard and sacrificed to get what I get)”라고 말하며 경제적인 독립을 외치고 있고(“Independent Women Pt. 1”), “네가 없어서 난 훨씬 더 좋아, 넌 너 없이 내가 약해질 거라 생각했겠지만 난 더 강해졌어(Now that you’re out of my life, I’m so much better. You thought that I’d be weak without you, but I’m stronger)”라며 스스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Survivor”). 다른 한 편으로 “Survivor”에서 이들의 외침은, 특히 그룹에서 영향력이 더 커진 비욘세(Beyonce)가 탈퇴한 전(前) 멤버들을 향해 감정적으로 비아냥거리는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Survivor]에서는 전작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비슷한 업템포의 비트감 있는 곡들임에도 한층 더 직설적인 표현과 힘껏 질러버리는 보컬로 파워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는 영향력 있는 걸 그룹(Girl Group)의 선동적인 “여성의 자아 찾기”와도 같아 여성주의적인 시각에서는 사뭇 고무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음악적으로 “Bills, Bills, Bills”나 “Say My Name”, “Jumpin’ Jumpin'” 등을 통해 보여준 세련된 싱커페이션과 은근한 보컬의 조화가 만들어 내는 저항할 수 없는 매력과는 한층 다른 것이어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밖에 “Brown Eyes”나 “My Heart Still Beats” 같은 곡은 평이한 발라드 곡으로 조금 진부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달리 말해서 그들의 음악이 소위 너무 ‘빠다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친근감을 느끼지 못했던 팬들에게는 좀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는 모르겠다. 또한 비지스의 곡을 리메이크한 “Emotion”에서는 오히려 어쿠스틱 편곡이 고풍스러운 하모니와 조화를 이루어 편안한 상쾌함을 선사하고 있으며, 조금은 경건한 분위기의 “Gospel Medley”에서는 그들 보컬의 깊이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켜 주며 ‘너무 질러버림’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위안 받을 수 있다.

단순한 R&B라고 하기에는 훨씬 더 팝적인 멜로디에 funky 한 느낌이 드는 힘있고 발랄한 그들의 음악, 그리고 ‘얼굴보다는 몸매(?)’ 라는 요즘 젊은이들의 욕구를 십분 만족시키는 섹시한 외모, 또 ‘강한 여성의 정체성 찾기’를 선동하는 여성주의적 가사. 이러한 데스티니즈 차일드의 모든 것은 이 시대 젊은이들이 원하는 트렌드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고 있으며, 동시에 ‘독립적인 여성’만의 강한 이미지로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음악이 감성적으로 좋은 것인가, 혹은 비평적으로도 훌륭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이 사뭇 조심스러워지지만, 그들의 인기는 분명 이유 있는 것이었으며, 또 얼마간 지속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외적으로 너무나 팜프파탈적인 그들이 주창하는 ‘여성 독립’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지, 또한 그들의 인기가 과연 순간적인 트랜드를 위한 하나의 현상으로 그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는 속단을 내릴 수 없을 것 같다. 따라서 현재까지 그들의 선전으로 미루어 과연 비욘세(Beyonce)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데스티니즈 차일드(Destiny’s Child)가 비평가들이 즐겨 비유하듯, 여성그룹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다이아나 로스(Diana Ross)가 두드러졌던 수프림스(Supremes)와 같은 음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인 것 같다. 20010530 | 김규연 rayna@phonograph.co.kr

6/10

수록곡
1. Independent Women Pt. 1
2. Survivor
3. Bootylicious
4. Nasty Girl
5. Fancy
6. Apple Pie A La Mode
7. Sexy Daddy
8. Perfect Man
9. Independent Women Pt. 2
10. Happy Face
11. Dance With Me
12. My Heart Still Beats …feat. beyonce
13. Emotion
14. Brown Eyes
15. Dangerously In Love
16. The Story Of Beauty
17. Gospel Medley (dedicated To Andretta Tillman: You’ve Been So Good / Now Behold / The Lamb / Jesus Loves Me / Total Prasie)
18. Outro(DC-3) Thank You

관련 사이트
Destiny’s Child 공식 사이트
http://www.destinyschi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