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31112838-dm_speakDepeche Mode – Speak & Spell – Mute, 1981

 

 

신쓰 팝의 대부 디페시 모드의 재기발랄함

음악이 단순할수록 진지하게 관찰할 필요성이 있다. 설령 허접한 댄스 음악이라도 썩은 구린내가 나지 않는 이상 한번쯤은 진지하게 들어봐야 비로소 정확한 자신만의 느낌으로 음악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디페시 모드(Depeche Mode)의 가장 왕성한 활동과 명성을 떨쳤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의 음악을 접해본 분들이라면 그들의 초기작은 다소의 인내심을 요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소개하는 앨범은 디페시 모드의 데뷔작으로 초기 신쓰 팝(synth pop) 사운드들이 그러하듯이 전형적인 파퓰러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에, 화려하기 그지없는 현재의 전자 악기의 풍부함 음색과 비교하면 단조롭고 촌스럽게까지 느껴진다. 이런 느낌은 이 앨범이 나올 당시의 상황을 감안하면 당연하다. 신쓰 팝이 기지개를 펴던 그 때는 전자 악기가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한 과도기적 시기였고, 신쓰 팝 그룹의 음색이나 연주 패턴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동시대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휴먼 리그(Human League)나 O.M.D., 소프트 셀(Soft Cell) 등의 앨범을 들어봐도 ‘이것이 신쓰 팝이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정형화된 면이 있었다. 하지만 디페시 모드가 신쓰 팝의 대부 내지 거물로 통하는 이유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정립해가면서 신쓰 팝 역사도 동시에 변천했기 때문이다.

데뷔 앨범을 발표하기 전 디페시 모드는 3장의 싱글을 발표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소폭의 히트를 기록한 다소 치기 어린 데뷔 곡 “Dreaming Of Me”, 단순 명쾌한 사운드와 비트감 있는 전자 드럼을 들려주는 두 번째 싱글 “New Life”, 초기 신쓰 팝의 명곡이자 그들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Just Can’t Get Enough” 등은 각각 영국 차트에서 57위, 11위, 8위에 올랐다. 이후 당시 신생 레이블이던 뮤트(Mute)에서 데뷔 앨범 [Speak & Spell]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앨범 대부분의 작업은 빈스 클라크(Vince Clarke)에 의해 만들어졌다. 총 11곡의 수록곡 중 9곡을 담당한 그는 특유의 리드미컬함과 밝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사운드를 들려주어 대중적인 감성을 드러냈다. 앨범의 프로듀서는 다니엘 밀러(Daniel Miller)와 디페시 모드가 공동작업을 했다. 다니엘 밀러는 뮤트 레이블의 설립자이자 전자 음악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던 인물로, 디페시 모드 외에 피치카토 파이브(Pizzicato Five), 모비(Moby), 인스파이럴 카피츠(Inspiral Carpets), 와이어(Wire), 하워드 존스(Howard Jones), 야주(Yazoo), 샤카 칸(Chaka Khan), 니저 엡(Nitzer Ebb), 토마스 돌비(Thomas Dolby), 소프트 셀 등의 앨범에 참여해 프로듀싱, 믹싱, 리믹스를 해준 인물이다.

앨범의 시작은 디페시 모드의 두 번째 싱글 곡이었던 “New Life”이다. 간결한 전자드럼과 깔끔한 신서사이저 음이 조화를 이루는 이 곡에 끝나면, 다소 어둡고 애상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Puppets”가 이어진다. 이 곡은 들을수록 맛깔스러운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들의 후기작과의 연관성 측면에서 관심있게 들어야 할 트랙이며, 세 번째 곡인 “Dreaming Of Me”는 이들의 데뷔 싱글로 빈스 클라크 자신이 후에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앨범에서 제외시키려고 하였다는 사연도 갖고 있는 곡이다. 하지만 듣기엔 그리 나쁘지 않은, 오히려 초기 신쓰 팝 사운드를 잘 보여주는 듣기 좋은 ‘팝송’이다. 업 템포의 경쾌한 느낌을 주는 “Boys Say Go!”, 상큼한 전개에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What’s Your Name?”, 개인적으로 “Puppets”와 함께 추천하고픈 “Photographic”도 꽤 듣기 좋은 트랙이다.

빈스 클라크의 곡 이외의 2곡은 마틴 고어(Martin Gore)가 담당하고 있는데 탁월한 작곡 실력을 보였던 그의 초기 작품을 엿볼 수 있다. “Tora! Tora! Tora!”, “Big Muff”는 고어의 곡이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앨범 내에서도 독특한 색깔을 발하며, 그가 밴드를 리드한 후기작과도 잘 매치가 되는 수작이다.

이어지는 “Any Second Now”는 감미롭고 서정적인 발라드로서 “Just Can’t Get Enough”의 싱글 비사이드(B-Side)에 연주곡으로 수록된 것을 보컬 파트를 다시 넣어 만든 곡이다. 마지막 곡인 “Just Can’t Get Enough”는 신쓰 팝의 역사에서 초기 명곡으로 기록되는 뛰어난 트랙인데 앨범에 수록된 곡은 긴 버전(Long Version)으로 싱글 버전에서 들을 수 없는 후반부의 반복적인 연주의 나열이 상당히 인상적인, 완성도 높은 트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앨범 발표 후 3개월 동안의 유럽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빈스 클라크가 밴드를 떠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라이브보다는 스튜디오 작업을 선호했던 그는 탈퇴 후 앨리슨 모이엣(Alison Moyet)과 야주를 결성하여 2장의 앨범을 발표하곤 해산했고, 1985년 앤디 벨(Andy Bell)과 이레이셔(Erasure)를 결성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Speak & Spell]은 빈스 클라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여한 디페시 모드 앨범이다. 그의 탈퇴 후 나온 디페시 모드 2집 [A Broken Frame]과의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고, 현 이레이셔의 음악의 모체로서 견주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20010526 | 윤상수 NEWWAVE2@hitel.net

6/10

수록곡
1. New Life
2. Puppets
3. Dreaming Of Me
4. Boys Say Go!
5. Nodisco
6. What’s Your Name?
7. Photographic
8. Tora! Tora! Tora!
9. Big Muff
10. Any Second Now (Voices)
11. Just Can’t Get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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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Depeche Mode 공식 사이트
http://www.depechemo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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