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31110525-dm_someDepeche Mode – Some Great Reward – Mute, 1984

 

 

디페시 모드가 혁신을 고전으로 만드는 방법

일렉트로닉 팝의 거물이라는 현재의 위상과는 별개로, 디페시 모드(Depeche Mode)도 대중음악계에서 꽤나 모호한 존재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티니 팝, 신쓰 팝, 뉴 로맨틱스라는 수식어를 달던 초창기 경쾌한 ‘신쓰 팝 밴드 디페시 모드’와 어둡고 진중한 사운드로 자신만의 영역을 쌓아가기 시작하던 1980년대 중반 ‘신쓰 팝 고딕 밴드 디페시 모드’ 사이의 질풍노도의 시기가 그 시절. 그리고 그 모호한 시절의 모호한 결과물이 바로 [Some Great Reward]이다. 당시 디페시 모드의 방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앨범은 다소 엇갈리는 비평이 난립하는 속에서도, 디페시 모드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족적을 남기는 앨범으로 기록되었다.

물론 디페시 모드를 세상에 힘껏 내보이는 견인차가 된 “People Are People”, “Somebody”, “Blasphemous Rumors”, “Master And Servant” 등의 히트 싱글들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곡들은 디페시 모드의 영욕의 역사 가운데에서도 가장 디페시 모드답다고 회자되기에 충분한 넘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페시 모드의 음악적 과도기에 ‘어떤 위대한 보상’이란, 대중적으로 성공한 히트 싱글들을 한 앨범 안에 포진시켰다는 상업적 결과보다는, 자신들의 확실한 음악 방향 정립과 혁신을 담은 앨범을 발표했다는 사실에 있어야 한다.

인더스트리얼과 고딕에 집착하기 시작한 디페시 모드의 음악적 변화는 초창기 밴드의 주축이었던 빈스 클라크(Vince Clarke)가 탈퇴하고, 마틴 고어(Martin Gore)가 음악 감독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났다. 음악의 진정성이 진지하고 심각한 사운드로만 표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디페시 모드는 이전의 음악에 비해 훨씬 어둡고 진지한 사운드로 전환을 도모하며,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다. 물론 이것은 디페시 모드가 음악적 노선을 확고히 하는데 꽤 의미있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작 [Construction Time Again]부터 보이기 시작하던 뒤틀리고 암울한 감수성의 가사는 신쓰 팝이라는 밝은 뉘앙스의 음악에 일치되지 않은 채, 가사와 사운드가 서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질주하는 상황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Some Great Reward]는 좀더 깊이 있으며, 차갑고 건조하지만, 결국엔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로 ‘디페시 모드 브랜드’ 음악이라는 확실한 자리매김을 한다. 그럼에도 디페시 모드의 딜레마는 여전히 쉽게 해결되지 않는 듯하다. 그들의 음악은 충분히 실험적이고 혁신으로 여겨질 만한 소재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분위기(사운드)와 그 속에 들어있는 내용물(주제/가사)은 어딘가 논리에 맞지 않았고, 대중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만큼 시대적이지도 않았다. 아름답고 캐치(catchy)한 멜로디는 자동차 소음, 시끄럽게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와 각종 잡음 등 인더스트리얼적인 효과음들과 별 화학반응 없이 그저 균질적으로 뒤섞여 있어,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돌출한다. 게다가 앨범이 발표된 즈음은 영국의 뮤지션들이 함께 모여 밴드 에이드(Band Aid)를 결성하고, “Do They Know Its Christmas?” 같은 싱글을 발표하며 아프리카의 난민을 돕자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한 때인데, ‘평등하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 주인과 노예의 게임을 하자’는 사도마조히즘적인 “Master And Servant”의 가사는 조류에 맞지 않는 발칙한 발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결국엔 그 모든 것이 디페시 모드의 매력으로 소급된다는 기묘한 사실에 접하게 된다. 디페시 모드의 데카당스한 이미지는 점점 어두워져 가는 음악 분위기와 행동을 같이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여 년이 넘는 디페시 모드의 음악 생활 중에서 가장 전도유망하던 때라면, 아직까지는 세상에 모호한 존재로 비춰지던 1984년 무렵의 이 과도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유는 대중들의 머리 속에 1980년대를 상징하는 신쓰 팝의 디페시 모드를 강하게 박아 넣고, 이후 자신의 음악 방향 설정에 확실한 길을 닦기 시작한 앨범 [Some Great Reward]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디페시 모드는 발표 당시에는 돌연변이라고 여겨지던 음악들을 거물이 된 현재까지 이끌고 와서 클래식이라고 명명한다. 그것이 디페시 모드가 혁신을 고전으로 만든 방법이다. 20010526 | 이소윤 honicave@hitel.net

6/10

수록곡
1. Something To Do
2. Lie to Me
3. People Are People
4. It Doesn’t Matter Two
5. Stories Of Old
6. Somebody
7. Master And Servant
8. If You Want
9. Blasphemous Rumours

관련 글
Depeche Mode [Speak & Spell]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A Broken Frame]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Construction Time Again]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Black Celebration]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Music For The Masses]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Violator]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Songs Of Faith And Devotion]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Ultra]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Exciter] – vol.3/no.11 [20010601]

관련 사이트
Depeche Mode 공식 사이트
http://www.depechemode.com
Depeche Mode 팬 사이트
http://www.depeche-mode.com
Mute 레이블 공식 사이트
http://www.mu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