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eche Mode – Music For The Masses – Mute, 1987 온 세상에 퍼뜨린 새로운 음악 어릴 적에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앨범 [Presence]의 표지 사진을 보고 처음으로 소름끼치도록 뚜렷한 존재의 인식을 경험했던 기억이 난다. 여러 장의 스냅 사진에는 한결같이 꽃병처럼 생긴 검은 물체가 있었는데, 사진 속의 등장인물들은 그 물체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그 파노라마를 들여다보고 있는 나 자신만이 그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고, 그 후로 가끔씩 내 주위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그 물체를 찾아 조심스레 둘러보곤 했다. 디페시 모드(Depeche Mode)의 [Music For The Masses]의 표지 사진에서도 그와 비슷한 파노라마를 찾아볼 수 있다. 이곳저곳에 설치되어 있는 붉은 색 확성기의 사진들인데, 당시에는 정말 그와 같은 확성기가 세계 곳곳에 설치되고 있었다. 데뷔 시절부터 꾸준히 세계 각국에서 투어를 벌였던 디페시 모드는 [Music For The Masses] 발표와 함께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긴 투어를 시작했다. 이미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그들이었지만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존재와 그들이 준비한 ‘대중을 위한 음악’을 온세상에 알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미국 패서디나의 로즈 경기장에서 열린 그들의 101번째 라이브에는 7만여 관중들이 모여들었는데, 더블 라이브 앨범과 다큐멘터리로도 선을 보인 이 전설적인 라이브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회자되고 있다. 이렇게 디페시 모드가 스타디움 밴드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재능과 의지 외에도 신작 [Music For The Masses]의 성공이 한 몫을 했다. 첫 싱글 컷 “Strangelove”가 좋은 출발을 보인데 이어 [Music For The Masses]는 영국 차트 10위권에 진입하는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데이빗 배스쿰(David Bascombe)이 프로듀서를 맡고 전작에 이어 마틴 고어(Martin Gore)가 작사와 작곡을 전담한 이 앨범은 이전에 비해 록의 내음이 짙게 배어있다. 파워풀한 드럼 라인 위에 실린 기타 리프와 피아노 선율은 라이브의 열기를 한층 고조시키기 위한 계산적인 변화로서 짐작할 수 있다. 이따금 미국 팬들을 위한 지나친 배려가 귀에 거슬리기도 하는데, 특히 “Behind The Wheel”의 비사이드 트랙인 “Route 66″는 마치 로큰롤처럼 들릴 정도이다. 그러나, 사실 [Music For The Masses]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대중을 위한 앨범’은 결코 아니다. 전작에 비해 보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이 앨범은 실험적이고 미니멀한 구성의 트랙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떠올리게 하는 “Little 15″이나, 퇴폐적 낭만주의의 절정을 이루고 있는 “I Want You Now”가 싱글로 발표된 점은 다분히 주목할 만하다. 2차 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설립한 청년단체의 이름을 빌어온 “Pimpf”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장엄한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인스트루먼틀 트랙은 한동안 그들의 라이브에 서곡으로 사용되었다. 퓨처 사운드 오브 런던(Future Sound Of London)은 위성이나 인터넷을 통한 라이브로 유명한데, 그에 비하면 디페시 모드의 라이브에 대한 집착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과학문명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라이브 문화만큼은 디페시 모드가 고집하는 것처럼 ‘살아있는’ 그것으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진실로 대중을 위한 음악은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mp3 파일 같은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 혹은 마음 속에 담을 수 있는 낡은 사진 한 장 같은 것이리라. 유명한 모 경매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디페시 모드의 ‘Exciter 투어’의 입장권을 구하느라 전세계가 온통 난리법석인 듯한데, 도대체 한국에 그 붉은 색 확성기가 설치되는 날은 언제쯤일까. 20010527 | 이종근 depeche@hitel.net 7/10 수록곡 1. Never Let Me Down Again 2. The Things You Said 3. Strangelove 4. Sacred 5. Little 15 6. Behind The Wheel 7. I Want You Now 8. To Have And To Hold 9. Nothing 10. Pimpf 11. Agent Orange 12. Never Let Me Down Again (Aggro Mix) 13. To Have And To Hold (Spanish Taster) 14. Pleasure, Little Treasure 관련 글 Depeche Mode [Speak & Spell]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A Broken Frame]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Construction Time Again]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Some Great Reward]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Black Celebration]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Violator]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Songs Of Faith And Devotion]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Ultra] – vol.3/no.11 [20010601] Depeche Mode [Exciter] – vol.3/no.11 [20010601] 관련 사이트 Depeche Mode 공식 사이트 http://www.depechemode.com Depeche Mode 팬 사이트 http://www.depeche-mode.com Mute 레이블 공식 사이트 http://www.mu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