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31105446-dm_violatorDepeche Mode – Violator – Mute, 1990

 

 

그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블립스(bleeps) 사운드’의 선구자인 LFO는 데뷔 앨범인 [Frequencies]의 라이너 노트에서 ‘최면적인 그루브의 개척자’로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탠저린 트림(Tangerine Dream),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 디페시 모드(Depeche Mode), 그리고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Yellow Magic Orchestra)를 들고 있다. 사실 이 명단은 레이브 문화가 성행하던 당시의 영국 전자음악계의 회고적 역학조사의 결과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며, 당시의 활동상황도 충분히 고려되었던 것이다. 디페시 모드가 이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Black Celebration] 시절부터 리믹서로 참여해온 플러드(Flood)를 프로듀서로 영입하여 선을 보인 [Violator]의 성공이다.

[Violator]의 발표 직전까지 세간에는 디페시 모드의 해체설이 끊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Music For The Masses] 이후 멤버들의 솔로 활동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989년에 앨런 와일더(Alan Wilder)는 사이드 프로젝트인 리코일(Recoil)의 데모 [1+2]와 [Hydrology]를 묶어 발표했고, 마틴 고어(Martin Gore)는 미니 앨범 [Counterfeit EP]를 내놓았다. 게다가 마틴 고어에게 마이크를 내주는 일이 많아지면서 데이빗 게이언(David Gahan)은 밴드의 보컬이라는 위치가 모호해졌고, 앤드류 플레처(Andrew Fletcher)는 여전히 존재감이 부족했다. 그러나 뒤늦게 발표된 [Violator]가 일으킨 반향은 그 우려만큼이나 강력했고, 덕분에 디페시 모드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다.

[Violator]의 가장 큰 특징은 디페시 모드의 초기 음악을 지배했던 1970년대 독일 전자음악의 영향이 다시 부활한 점을 들 수 있다. “World In My Eyes”의 비트는 정말 크라프트베르크가 직접 고안한 장치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또한 처음으로 데이빗 게이언과 마틴 고어가 듀엣을 이룬 “Waiting For The Night”은 탠저린 드림의 클라우스 슐처(Klaus Schulze)의 몽환적인 루프(loop)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Clean”은 “Sueno Latino”를 통해 전자음악의 또다른 선조로 추앙받고 있는 마뉴엘 괴트슁(Manuel Göttsching)의 앰비언트 기타 리프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기도 하다.

한편 전작인 [Music For The Masses]를 피아노 소나타에 비유한다면 [Violator]는 교향곡에 가까울 만큼 오케스트레이션의 활용이 돋보인다. 특히 “Halo”와 “Clean”의 후반부를 이끄는 스트링은 기계적인 다른 부분들과 놀라울 만큼 노골적으로 대조되면서 완벽하게 호응하고 있다. “Enjoy The Silence”는 뮤트(Mute) 레코드의 설립자이자 디페시 모드를 발굴해낸 장본인이며 데뷔 시절부터 그들의 프로듀서를 맡아왔던 대니얼 밀러(Daniel Miller)가 고인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참여한 트랙이다. “People Are People”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얻은 이 트랙은 후반부에 “Crucified”로 명명된 침묵이 ‘언어는 폭력처럼 침묵을 깨트린다’는 가사와 함께 압도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Some Great Reward]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Blasphemous Rumours”에 이어 “Personal Jesus”는 다시 한 번 기독교를 ‘모독’하고 있다. ‘내가 너를 신도로 만들리라 내가 구원하리라’는 가사처럼 이후 데이빗 게이언은 점점 예수의 모습을 닮아갔고, 심지어는 라이브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처럼 두 팔을 벌린 포즈를 자주 취하곤 했다. 혹자는 그가 성경에서 예언한 적그리스도일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는데, 아무튼 실제로 디페시 모드의 ‘신도’들은 점점 더 늘어만 갔다. [Violator]는 그들의 팬들에게 있어서 영원한 바이블이 되었고, 그들의 ‘신앙과 헌신의 노래’는 3년 뒤에 다시 이어지게 된다. 20010527 | 이종근 depeche@hitel.net

9/10

수록곡
1. World in My Eyes
2. Sweetest Perfection
3. Personal Jesus
4. Halo
5. Waiting for the Night
6. Enjoy the Silence
7. Policy of Truth
8. Blue Dress
9. Cl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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