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31105114-dm_songsDepeche Mode – Songs Of Faith And Devotion – Mute, 1993

 

 

고난을 이기고 나온 믿음과 헌신의 노래들

“차가운 세련미, 칠흑같은 아름다움”
조금 진부한 듯 들리는 문구지만, 1993년 디페시 모드(Depeche Mode)는 이와 같은 광고 카피를 썼다. 표현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1993년의 디페시 모드는 더도 덜도 없이 위와 같은 설명에 그야말로 딱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앨범은 [Songs Of Faith And Devotion]. 발매와 함께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정상을 차지한 이 앨범은 몇 가지 면에서 디페시 모드에게 포만감 가득한 의미를 주는 작품이다. 신쓰 팝 대표선수라는 지위에서 그동안 디페시 모드를 괴롭혔던 고민, 즉 밝고 낙천적인 신쓰 팝의 이디엄과 그들이 줄곳 지향해 왔던 무거운 주제 사이의 괴리감을 기어코 극복했다는 사실, 그리고 신쓰 팝의 완성이자, 더 나아가 (디페시 모드의 원류 중 하나이기도 한) 고딕에 근접한 음악적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품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음악적 조류에 발 맞추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디페시 모드답게, 이 앨범에서 그들은 특유의 멜로딕하고 감수성 어린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힙합/가스펠 등의 블랙 뮤직, 그리고 당시 록계 주류였던 얼터너티브 사운드 등을 취합해서 자신들의 음악이 정체되지 않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첫 번째 싱글로 인기를 끌었던 “I Feel You”는 변화된 디페시 모드 사운드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곡. 그동안 얼터너티브 록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디페시 모드는 이 곡 외에도 “Rush”, “In Your Room” 등에서 록 음악의 체취가 강하게 느껴지는 사운드를 과감하게 보여준다. 그 외 힙합과 훵키한 흑인적 리듬을 담은 “Mercy In You”나, 마틴 고어(Martin Gore)의 종교에 대한 관심을 두드러지게 표현한 “Judas” 등 앨범 [Songs Of Faith And Devotion]에는 변화된 디페시 모드의 음악 방향을 제시해 준 트랙들을 즐비하게 포진시키고 있다. 일렉트로닉 팝 뮤지션으로서 항상 비난받아야 했던 인간미 없는 프로그래밍 사운드에서 진일보한 음악, 주변음악들을 되짚으며 끊임없이 자신과의 결합을 시도했던 노력들을 하나의 앨범 안에 담은 디페시 모드. 그들도 이제 과거의 음악을 경험 삼아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연륜을 쌓게 된 것이다.

이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디페시 모드의 프런트 맨, 데이빗 게이언(David Gahan)은 거의 예수와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과거에 귀엽고 깔끔한 이미지였던 디페시 모드는 음악적으로도, 외견상으로도 이제 또 다른 챕터로 들어선 것이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다. 나르시시즘과 퇴폐미, 자살충동 등으로 점철되어 온 음악, 내면 세계와 표현 방법 사이의 갈등으로 끊임없이 고민하던 디페시 모드의 음악은 그래서 유난히 인고(忍苦)의 산물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약물 중독과 개인사적인 문제로 계속 갈등을 유발하던 데이빗 게이언은 1992년 음악중단을 선언했고, 디페시 모드는 결국 영화 [이 세상 끝까지(Until The End Of The World)] 사운드트랙에 “Death’s Door”로 참여한 뒤 활동을 중지한다. 그러나 디페시 모드의 잔여멤버들은 데이빗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앨범의 수록곡들을 만들었다. 그래서 “Songs Of Faith And Devotion”이란 타이틀은 멤버들의 당시 상황을 대변함과 동시에, 그들을 기다려 온 팬들에 대한 답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들의 음악 중 당연 최고라고 해도 좋을 [Songs Of Faith And Devotion] 같은 작품을 ‘기다림에 대한 답’으로 선사해 주는 디페시 모드는 여러모로 감동을 주는 밴드이다. 20010526 | 이소윤 honicave@hitel.net

9/10

수록곡
1. I Feel You
2. Walking In My Shoes
3. Condemnation
4. Mercy In You
5. Judas
6. In Your Room
7. Get Right With Me
8. Rush
9. One Caress
10. Higher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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