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eche Mode | Ultra (1997)

Depeche Mode – Ultra – Mute, 1997

현재와 미래가 소통하는 음악

디페시 모드(Depeche Mode)는 자의식이 뚜렷한 밴드이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고, 이를 두려움 없이 밀고 나가는 결단력과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데뷔 때도,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음악 자체에 대한 자신감의 발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디페시 모드는 팝이다’라는 주장을 펴지만 동시대의 팝과는 격이 다른 차별성이 느껴지는 음악들. 디페시 모드의 자의식은 바로 여기에서 불거져 나왔으며 다시 이 자의식은 그들의 음악으로 소급되어왔다.

그들이 꽤 긴 기간 동안의 휴지기를 끝내고(4년만의 신작이었다), 앨범 [Ultra]를 들고 대중 앞에 나타난 1997년은 마침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주류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해였다. 1980년대 초반, 평가절하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그들이었는데 시대가 바뀌니 인식과 유행도 바뀌었다. 일렉트로니카를 고집하며 겪었던 뉴 로맨틱스 시절의 설움이 억울할 만큼, 1997년 새 앨범을 발표하는 디페시 모드는 대중과 오피니언 리더 집단 모두에게서 엄청난 화제가 되는 영광을 누린다. 그리고 그에 부응이라도 하듯 그들은 오랜 경륜에서 뿜는 내공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울트라’급으로 보여준다.

디페시 모드 못지않게 어둡고 암울한 사운드로 유명한 봄 더 베이스(Bomb the Bass) 출신의 뮤지션 팀 심넌(Tim Simenon)이 프로듀스를 맞은 이 앨범은 디페시 모드의 새로운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물론 그들 음악의 근본이 변한 것은 아니었으나, 전자음이 홍수를 이루는 1990년대 팝·록계에서 신쓰 팝의 대명사와도 같은 밴드가 신서사이저보다 기타 리프를 중심으로 한 앨범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특히 첫 싱글 “Barrel Of A Gun”. 그루브한 힙합 비트를 주무기로, 전면에 나온 기타가 멜로디를 이끌어 가는 이 곡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디페시 모드를 가장 명확하게 대변하는 곡이다. 물론 드라마틱하고 멜로딕한 미드 템포의 발라드 “It’s No Good”이나, 업 템포의 리듬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깊이 있는 울림을 만들어 주는 “Useless” 같은 혁신적인 음악 사이에서 디페시 모드에게 걸었던 기대를 충족시켜 주고 있는 곡들도 건재한다.

테크노와 댄스, 가스펠, 힙합, 블루스와 컨트리까지 포용하고 그들의 과거와 현재의 음색을 병치시켜 완성한 앨범 [Ultra]는 진보적인 음악 속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추억과 그리움을 물씬 풍긴다. 디페시 모드 음악의 역사가 그런 것처럼, 역시 [Ultra]에서도 그들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끊임없이 소통하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와 역사성이 내재된 음악을 만들었다. 그리고 겹겹이 겹쳐진 사운드는 여전히 몽롱하고 신비하며, 아름답고 나른하다. 20010527 | 이소윤 honicave@hitel.net

8/10

수록곡
1. Barrel Of A Gun
2. The Love Thieves
3. Home
4. It’s No Good
5. Uselink
6. Useless
7. Sister Of Night
8. Jazz Thieves
9. Freestate
10. The Bottom Line
11. Insight

관련 사이트
Depeche Mode 공식 사이트
http://www.depechemo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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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te 레이블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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