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15112259-guidedbyvoicesisolationGuided by Voices – Isolation Drills – TVT, 2001

 

 

로파이 노장 밴드의 하이파이 팝/록 2라운드

‘인디 록의 대부(indie rock godfather)’, 혹은 ‘비틀즈 부틀렉 밴드(Beatles bootleg band)’ 가이디드 바이 보이시즈(Guided by Voices)의 열 두 번째 앨범이 나온 지금 이들에게 더 이상 과거 로파이(lo-fi) 록의 미학 혹은 향수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 ‘장사’한 것 가지고 계속 해먹는다는 것은 리더인 로버트 폴라드(Robert Pollard)나 팬들에게나 별로 마음에 드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메인스트림의 하이파이 사운드로의 안착은 이미 전작 [Do The Collapse](1999)에서 시작되었지만 무언가 부족하고 맥빠진 느낌이었던 그 앨범과는 달리 이번 앨범은 훨씬 성숙한 팝/록적인 곡들로 가득하다.

가이디드 바이 보이시즈의 전체 음악을 거칠게 말하자면 1960년대 비틀즈 풍의 감수성에 약간은 실험적이면서, 조금 억지스럽지만 미국식 주류 모던 록의 음색 혹은 연주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을 유명하게 만든 출세작 [Bee Thousand](1994)는 그토록 매력적인 멜로디와 연주를 얼마나 ‘후지게’ 녹음했었던지 요즘 다시 들어보면 ‘엽기’에 가깝다. 물론 그 역사적 의미에 있어서 로파이의 미학은 형식 자체가 가진 반자본주의(4트랙 홈 레코딩), 그리고 결과적으로 펑크(punk)의 ‘네 스스로 하라(Do It Yourself)’는 윤리를 계승하는 방법론이다. 하지만 1970-80년대의 골수 펑크는 대체로 공격적이거나 때로는 난해했던 반면, 이들은 (적어도 필자가 확인한 1993년에서부터는) 세련되지는 않더라도 발랄하고 팝적인 곡 중심이다. 어쨌든 더 이상 로파이는 아니다.

글쎄, 이것이 문제가 될 지는 모르겠다. 마치 1980년대 ‘록의 양심’이라고 칭송받았던 U2가 갑자기 프로그레시브를 거쳐 테크노 사운드를 접목하는 실험을 할 당시 찬성파와 반대파가 대립했던 것처럼, 가이디드 바이 보이시즈의 ‘로파이 포기’가 ‘인디 록 정신'(사실 요즘에도 그런 게 있냐고 반문하는 것이 대세지만)까지도 던져버리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어떤 ‘-주의자’들에게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니었던 것이 분명한 듯, [Isolation Drills]에 대한 평가를 읽어보면 전체적으로 성숙하고 듣기 좋으면서도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곱게 봐주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앨범을 들어보아도 과거 로파이 시절과 비교가 된다. 좋게 생각하면 ‘잘 만들려고 열심히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고, 나쁘게 생각하면 ‘돈 좀 벌었으니 비싼 스튜디오 써서’ 작업한 티가 난다. 처음 세 곡은 전형적인 모던 ‘록’이다. 장조 중심의 코드를 드라이브가 약간 걸린 기타가 때로는 리프를, 때로는 아르페지오를 연주하고 드럼은 드럼답게, 베이스는 베이스답게 반주한다. 조금 빠르고 거칠게 연주하면 그린 데이(Green Day) 비슷할 것 같다. 그들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쓸데없는 솔로를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며, 뛰어난 그들의 멜로디 감각에 감탄할 것이다. 1분이 채 안 되는 네 번째 곡 “Frostman”에서 이들은 잠깐 ‘옛날엔 우리 이렇게 노래 불렀단다’라고 알려준다. “Sister I Need Wine”은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funkel)을 생각나게 하는가 하면 “Want One?”은 미국식 하드 록이다. 수록곡이 16곡이나 돼서 일일이 지적하지는 못하겠다.

’16년차 밴드’ 가이디드 바이 보이시즈는 인디 씬을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음악은 이제 주류와 다를 바 없다. 예전 같으면 ‘변절이다, 아니다’로 말이 좀 많았겠지만 요즘에는 이런 게 큰 문젯거리가 아닌가 보다. 다소 재미있는 것은 상당한 ‘악평’을 받았던 [Do The Collapse]의 프로듀서가 옛날 팝 그룹 카즈(Cars)의 멤버 릭 오카섹(Ric Ocasek)인데, 이번 앨범은 벡(Beck), 엘리엇 스미스(Eliot Smith) 등과 같이 작업한 롭 슈내프(Rob Schnapf)이고 사실상 ‘호평’에 가깝다. 록 미디어의 편견 같으면서도 인디 ‘팝’ 팬으로서 두 앨범은 수준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 20010514 | 이정엽 fsol1@hananet.net

7/10

수록곡
1. Fair Touching
2. Skills Like This
3. Chasing Heather Crazy
4. Frostman (Pollard)
5. Twilight Campfighter
6. Sister I Need Wine
7. Want One?
8. The Enemy
9. Unspirited
10. Glad Girls
11. Run Wild
12. Pivotal Film
13. How’s My Drinking?
14. The Brides Have Hit Glass
15. Fine To See You
16. Private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