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브레인 – Never Mind The Sex Pistols, Here’s The No Brain – Cujo / 문화사기단, 2001 누가 섹스 피스톨스를 들었다 하는가 몇 해전 영화감독 구스 반 산트는 히치콕의 영화 [사이코]를 그대로 모사하여 정식 개봉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 “아직 [사이코]를 못 본 사람을 위해서 좀 더 나은 화질과 음향의 것으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했던가. 때문에 작가적 창작의 개입을 절대 금하고 영화학교 학생 같은 자세로 최대한 원본에 가깝도록 만들었다는데, 하지만 누군가 이 영화를 보고 [사이코]를 보았노라 이야기한다면 아마도 히치콕이 무덤에서 뛰쳐나와 목을 조를지도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스스로 ‘조선펑크’의 원조라고 칭하는 노 브레인이 비정규작업의 일환으로 섹스 피스톨즈의 유일한 정규앨범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를 처음부터 끝까지 고스란히 커버하였다. 음악은 당연하거니와 재킷 디자인과 수록곡도 같을뿐더러 러닝타임도 약 1분 30초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어설프지만 첫 곡 “Holidays In The Sun”이 시작할 때 들리는 군중의 박수소리도 ‘조선 펑크족’들의 환호성으로 대체되었고, 원 곡을 들을 때면 필터 하나 걸쳐진 듯 조악하던 소리도 노 브레인의 음악에서는 장막을 치워버린 듯 보다 선명하다. 다만 보컬 이성우의 음색이 조니 로튼을 따라가기에는 버겁게만 들리는데, 보컬이 음악의 한 부분이라 일축하면 그만이겠지만 만약 그것이 절대치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이미 섹스 피스톨즈의 앨범을 갖고 있다면 이 음반을 듣는데 상당한 곤욕을 겪게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노 브레인은 아마 “섹스 피스톨즈의 앨범을 사려면 차라리 이것을 사라. 인세도 우리에게 고스란히 들어오고 음질도 더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지. 하지만 이 앨범을 듣고 섹스 피스톨즈의 음악을 들었노라 이야기한다면 저 멀리에서 조니 로튼의 주먹이 먼저 날아올는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노 브레인의 이번 음반은 헌정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기보다는 그것을 통째로 베꼈다는 표현이 더 옳다. 비록 나름대로 노력했을는지는 모르지만 ‘짝퉁’ 냄새가 폴폴 나는 것을 어쩌랴. 앨범 속지에는 노 브레인의 오래된 서포터라는 김작가가 이러쿵저러쿵 무언가를 적어놓았는데 ‘인상적인’ 글귀는 “당대의 인기 가수들과 그들이 추모하고 헌정하는 뮤지션 사이에 눈곱만큼의 공통점이라도 느낄 수 있는지. 추모와 헌정이라는 미명하에 원곡은 난도질당하고 윤간 당한다. 졸렬한 트리뷰트 기획에 편승할 바에는 우리가 존경하는 밴드의 음반을 우리가 직접 만들고 만다”라는 의연한 대의 명분이 칼날같이 서있다. 하지만 언제 노 브레인이 영국産 ‘펑크 밴드’였던가. 大조선펑크 아닌가? 언제부터 노 브레인이 섹스 피스톨즈를 논하고 존경했던가. 평소 노 브레인의 음악에서 섹스 피스톨즈의 발자취를 찾을 수 없었을 뿐더러 그들의 앨범 전체를 그대로 녹음한다고 노 브레인이 섹스 피스톨즈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언제부터 원곡의 재해석이 난도질과 윤간이었던가. 표현대로 그동안 ‘졸렬한 트리뷰트 앨범’이 있었기는 하지만 복사한 듯이 그대로 따라하는 것만이 진정한 트리뷰트 앨범은 아니다. 그러면서 섹스 피스톨즈의 음악보다는 그것을 카피한 노 브레인을 들으라는데, 이 나라에서 섹스 피스톨즈의 음반을 구할 길이 전혀 없다면 ‘손톱만큼’의 설득력은 갖게되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상황은 아니다. 이번 노 브레인의 새 앨범은 단지 섹스 피스톨즈를 환기시키는 역할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면서 “노 브레인이라는 밴드가 아직 섹스 피스톨즈의 음악을 모르는 ‘열혈 펑크키드’에게 이들을 소개합니다. 이를 계기로 섹스 피스톨즈의 음악을 접하게 되면 좋겠어요” 정도의 애교면 될 텐데, 이를 앨범으로까지 발매한 의중은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다. 더불어 여전히 발칙한 타이틀 [Never Mind The Sex Pistols, Here’s The No Brain]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노 브레인을 잊을지언정, 섹스 피스톨즈를 기억하라고 권하고 싶다. 20010514 | 신주희 tydtyd@hotmail.com 1/10 수록곡 1. Holidays In The sun 2. Bodies (원곡 듣기 ) 3. No feelings 4. Liar 5. Problems 6. God Save The Queen 7. Seventeen 8. Anarchy In The U.K. 9. Sub mission 10. Pretty vacant 11. New York (원곡 듣기 ) 12. EMI 관련 글 노 브레인 [청년폭도맹진가] 리뷰 – vol.2/no.16 [20000816] 관련 사이트 기획사 쿠조 공식 사이트 http://www.cujo.co.kr 노브레인 공식 사이트 http://cujo.co.kr/nobrain3/index.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