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rillaz – Gorillaz – Parlophone/EMI, 2001 새로운 것 같지만 그리 새로울 것 없는 실험성 프로젝트 고릴라즈(Gorillaz)라는 신예 프로젝트명과 블러(Blur)의 데이먼 앨번(Damon Albarn). 아무래도 이 둘이 그리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기에, 어쩌면 이 프로젝트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게스트 수준의 데이먼 앨번을 앞세운 것은 아닌가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가 이 프로젝트의 보컬과 키보드를 맡고 있는 정규 멤버라고 한다. 그렇다면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인데, 워낙 정보가 빠른 세상이다 보니 국내에서도 전부터 소문 난 것 같다. 음반의 예약 주문량이 밀려서 국내 수입 발매 일자가 늦춰지기까지 했다는 걸 보니. 외형상으로 고릴라즈는 가상의 밴드다. 밴드 멤버들은 모두 가공된 만화 캐릭터들이고 이들은 각각 2D, 머독(Murdoc), 누들(Noodle), 러셀(Russell)로 불려진다. 이들의 역을 맡은 실제 음악인들이 누구인지는 2D가 데이먼 앨번이라는 것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데이먼에 따르면 이 음반의 공동 프로듀서인 댄 “디 오토메이터” 나카무라(Dan “The Automator” Nakamura)가 거의 모든 음악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아무래도 좀 의심스러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쨌든 댄 “디 오토메이터”가 델트론 3030(Deltron 3030)과 핸섬 보이 모델링 스쿨(Handsome Boy Modeling School) 등 호평 받은 힙합 프로젝트 그룹의 두뇌 역할을 한 인물이라 하니 데이먼 앨번의 프로젝트 파트너가 되기에는 충분한 듯하다. 음반을 들어보면 이것이 힙합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딱 잘라서 ‘힙합 앨범’이라고 지칭하기 어려운 이유는 앨범이 실로 다양한 종류의 음악들을 조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덥(dub)과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의 영향을 받은, 각종 신서사이저 효과음을 이용한 실험적인 사운드는 앨범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데, 단적인 예로 “Double Bass”에서는 일반적인 곡의 틀을 무시한 채 사운드 자체의 실험에만 거의 몰두하다시피 할 정도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실험적인 사운드 자체보다 이러한 사운드가 계속해서 별다른 변화 없이 반복될 때는 지루함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Man Research (Clapper)”, “Starshine” 등이 바로 이러한 사례에 해당되는 곡들이다. 물론 지루한 곡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2000″은 엉덩이를 들썩들썩하게 하는 리듬감이 돋보이는 발랄한 곡이며, “5/4″는 블러의 최근 싱글 “Music Is My Radar”와 유사하면서도 그보다 흥겨운 멜로디 전개와 장난치는 듯한 분위기가 흥미를 더해주는 곡이다. 그리고 “M1 A1″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곡이 진행될수록 강하게 밀어붙이는 연주가 인상적이다. 데이먼 앨번은 이런 곡들을 포함하여 앨범 전반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때로 가성으로 노래하고, 시를 낭송하듯 웅얼웅얼 읊조리기도 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자유자재로 목소리의 음색을 조절한다. 여기에 블러의 [13]에서 선보여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Clint Eastwood”와 “Tomorrow Comes Today” 등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그의 멜로디카(melodica) 연주 또한 그만의 개성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음반의 유명 게스트들은 래퍼(rapper)인 델 다 훵키 호모사피엔(Del Tha Funky Homosapien) 정도를 제외한다면 별 다른 눈길을 끌지 못한다. 특히 이브라임 페레르(Ibrahim Ferrer)가 보컬로 참여한 “Latin Simone (Que Pasa Contigo)”야말로 느슨한 라틴 풍의 노래에 적당히 가공된 비트만 얹어놓은 듯한 기대 이하의 곡이다. 가상의 캐릭터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고릴라즈가 만든, 이 ‘미래지향적’인 음반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새로운 시도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저런 다채로운 사운드들을 갖고 나름대로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 신선할 뿐 음악 자체만을 놓고 보면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참신하고 재치 있는 음악적 아이디어가 부족했던 것이다. 밴드 멤버들이 새롭게 만들어진 만화 캐릭터라는 사실만큼 이들의 음악 또한 뭔가 새로운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은 지나친 욕심일까. 20010512 | 정훈직 seattle1@chollian.net 6/10 수록곡 1. Re-Hash 2. 5/4 3. Tomorrow Comes Today 4. New Genious (Brother) 5. Clint Eastwood 6. Man Research (Clapper) 7. Punk 8. Sound Check (Gravity) 9. Double Bass 10. Rock The House 11. 19-2000 12. Latin Simone (Que Pasa Contigo) 13. Starshine 14. Slow Country 15. M1 A1 관련 글 Blur [13] 리뷰 – vol.1/no.1 [19990816] 관련 영상 “Clint Eastwood” 관련 사이트 Gorillaz의 공식 사이트. 이들의 음악보다 훨씬 흥미로운 사이트이다. http://www.gorilla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