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사 – Pak Sa Revolution & Emotion – Sony, 2001 일보 전진? 혹은 이보 후퇴? 이박사를 둘러싼 이상열기는 작년 이미 주목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인터넷상에서 점화된 열기는 홍대 앞과 압구정동의 클럽을 거치며 화려하게 개화하고, 주요 일간지의 다소 호들갑스러운 관심과 방송 3사의 연이은 특집 방송으로 그 대미를 장식했었다(아! 그리고 이박사가 반짝이 양복을 입고 등장한 CF도 있었다). ‘날한’ 욕망들이 좌충우돌하는 관광버스의 영원한 감초 뽕짝 메들리가 가장 첨단적인(?) 문화 공간에서 각광 받는 기이한 현상은 ‘화끈하고 새끈한’ 기사거리를 찾아 헤매던 이들에게 일종의 복음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자. 젊은이들 사이에 불어닥친 ‘이박사 열풍’은 사실 일본에서의 성과가 거의 그대로 유입된 것에 가깝다. 엄숙주의에 대한 반발,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를 구획하는 관습에 대한 염증이라는 모범답안 식 해석은 다분히 ‘사후의 평가’로 보인다. (국내 유일의(!) 꾸바음악(!!) 전문가 신박사의 쫑크를 각오하고 잡설 한번 덧붙여 보자.) 이박사가 밟아온 과정은 가공되지 않은 바닥 정서가 음악 선진국의 마케팅과 만났다는 점에서 ‘미국’이라는 필터를 통과한 쿠바음악의 열기와 유사해 보인다. 육자배기 자락의 끈적함이 배어 있고, 야바위꾼의 재담과 닮아있는 그의 노래에는 지금은 형체도 찾아볼 수 없는 ‘토종 통속’의 정수가 담겨있다. 아, 그런데 그것이 ‘한국인의 위대한 예술혼을 일본 열도 만방에 떨치며 국위를 선양한’ 문화상품이 되었던 것이다. 국내에 역수입된 이박사와 그의 음악에는 이렇듯 한국과 일본, 테크노 클럽과 관광버스, 경로잔치와 인터넷 팬 사이트 등 이질적 코드들이 충돌하고 또 재배치되고 있다. ‘Pak-sa Revolution’ ‘Pak-sa Emotion’이라는 타이틀이 각각 붙어있는 더블 앨범은 전작 [Space Fantasy]에 비해 그를 둘러싼 다문화적 정체성(?)이 좀 더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자가 테크노로의 지향을 분명히 하며 그 하위 양식들을 다양하게 담아냈다면, 메들리가 줄줄 흘러나오는 후자는 ‘신바람 이박사’ 시절 혹은 일본 소니 초창기 시절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이박사는 이를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음악, 중.장년층을 겨냥한 음악으로 구분했다). 둘을 잇는 접점이 있다면 진기명기에 가까운 그의 추임새와 상황을 반전시키는 재담 정도? 그러나 푸른 기가 도는 은발을 섬세하게 다듬은 이박사가 자못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근영(?)을 대하면서 흰 양복에 빨간 나비 넥타이로 성장한 ‘신바람 이박사’ 시절의 정겨운 촌스러움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기분 좋은 나른함이 헤실헤실 풀어지는 관광버스 안에서 들으면 남진이나 나훈아의 노래보다 더 구성지게 들릴 이박사의 자작곡은 자칭 히든 카드의 – 전통 국악 관현 편성으로 부른 “장기타령”, 유행민요를 거의 원형 그대로 부른 “창부타령과 청춘가” – 일격에 밋밋하게 묻혀 버리고 만다. 완벽한 하드코어 테크노 넘버로 탈바꿈한 “새타령”은 통속적인 흥얼거림이 어느 경지까지 심미화, 컬트화(이 말을 결국 쓰고야 말았다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타이틀 곡으로 밀고 있는 “학교 매점 출출해”에서는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최신 댄스까지 선보일 예정이라 한다. 물론 무소불위의 전자 올갠 하나 놓고 녹음하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듬어진 사운드와 DJ의 스크래치 사이에도 이박사 특유의 촌스러움이 살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몽키매직”의 도입부에 현란하게 펼쳐지는 랩 뒤에 등장하는 이박사의 ‘깨는’ 멘트에서 느껴지듯이, 그 촌스러움마저 다분히 의도된 듯 보인다. 매끈함과 촌스러움의 경계를 허무는 웃음의 전략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가 익살스럽게 차용된 “헬프/닥터리”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정통 국악, 정통 테크노 등 ‘정격의 세계’가 포진하고 있다. 이것을 음악적 일보 전진으로 보아야 하나? 아니면 문화적 이보 후퇴로 보아야 하나? 20010513 | 박애경 ara21@nownuri.net 6/10 수록곡 PAK-SA REVOLUTION 1. 몽키매직 2. 아시아의 순수 3. 학교 매점 출출해 4. 헬프/닥터리 5. 고래사냥 (Rock Version) 6. 새타령 (Out Of Key Remix) 7. 울트라릴렉스 8. 파도에 얽힌 에토세토라 9. N.O 10. 007박사 11. 발렌타인데이 뽀뽀 12. 고래사냥 (Techno Remix) PAK-SA EMOTION *일본편 메들리 Part 1 1. 이지라이더 2. I Believe 3. Freedom 4. 체리 5. I’m Proud 6. 아시아의 순수 * 일본편 메들리 Part 2 7. 헤어져도 좋아하는 사람 8. 힘을 내! 9. Departure 10. Chase The Chance 11. 라라 선샤인 12. Don’t Wanna Cry 13. 남자와 여자의 러브게임 * 아리랑 리믹스 박사 14. 강원도 아리랑 (메드 프로펫서 리믹스) 15. 아리랑 (2002년 리믹스) * Pak-Sa Hidden Card 16. 장기타령 * 이박사 자작곡 스페셜 17. 애당초 18. 인생은 60부터 19. 서울 깜빡이 * Pak-Sa Hidden Card 20. 창부타령과 청춘가 * 하이야/ 이박사 MR 21. 학교매점 출출해 (반주음악) 22. 헬프/닥터리 (반주음악) 관련 글 이박사 [Space Fantasy] 리뷰 – vol.2/no.16 [20000816] 관련 사이트 이박사 공식 사이트 http://2pak4.com 이박사 팬사이트 http://user.chollian.net/~jyj0603